- 영도다리는
- 헤어진 사람을 만나게 하는
- 묘한 힘이 있는 희망의 다리다
- 육십년 전 그때처럼
- 그리고 지금처럼

2013년 11월. 칠순이 넘은 순동은 47년 만에 복원된 영도다리 개통식을 찾았다가 영도다리 아래에서 길을 잃은 한 소녀를 만나게 되고, 한국전쟁 당시 만났던 수현이라는 소녀를 떠올리게 된다.

때는 1952년 부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열한 살 소년 순동은 자신의 방에 의문의 소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쟁 통에 엄마를 잃고 부산으로 피란을 와 시장 구석에 앉아 있는 것을 순동모가 보다 못해 집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순동은 그 아이에게 자신의 방을 빼앗긴 것이 못마땅해 엄마에게 방을 돌려 달라 떼를 쓴다. 하지만 수현의 모습을 보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만다. 이후 알 수 없는 가슴 속 두근거림을 느끼게 되는 순동.

한편, 순동의 친구인 봉도 수현을 보자 첫눈에 반해버린다. 이에 봉은 수현에게 점수를 딸 요량으로 순동에게 그의 방을 찾아주겠다는 구실을 앞세워 수현의 엄마를 찾자는 제의를 한다. 순동은 수현이 엄마를 찾으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에 그 제의를 거절하지만, 수현이 엄마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내 그 제의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순동과 봉의 수현 엄마 찾기가 시작된다.

며칠 뒤, 학교에서 수업 중이었던 순동과 봉은 지서 순경을 대동한 채 나타난 외국인과 맞닥뜨린다. 외국인이 결국 사진기를 잊어버렸는데, 전력이 있는 순동과 봉을 의심한 것이다. 부리나케 지서로 찾아온 순동부에게 순동은 절대 훔치지 않았다고 펄쩍 뛴다. 그날 저녁 순동부는 순동에게 매몰차게 회초리를 든다.

순동은 종아리가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맞은 다음 날 아침, 방 한 구석에 방치돼 있던 그림 연습장을 발견하고는 불현 듯 사진기를 대신할 수 있는 묘안을 떠올리게 된다.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실력 또한 인정을 받고 있는 터라 직접 수현의 초상화를 그릴 생각을 한 것이다. 이에 생각이 미치자 순동은 곧바로 수현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이윽고 가을의 문턱에 선 어느 날, 영도다리를 비롯한 온 동네에 수현의 초상화가 내걸리게 된다.

한편 풀이 죽어 영도다리에 쪼그려 앉아 있던 수현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든 중년 여성이 찾아온다. 수현은 그녀를 따라서 엄마를 찾아주겠다는 낯선 사내를 만나게 되는데, 마침 근처를 지나던 봉이 그들이 인신매매범임을 알고는 기지를 발휘해 수현을 구해낸다. 하지만 안도하는 것도 잠시, 한바탕 비가 퍼붓기 시작하자 수현은 그림이 걱정이 돼 급히 영도다리로 달려간다. 그곳에서 수현과 봉은 수현을 찾아 나섰다가 비에 젖어 떨어진 초상화를 줍고 있는 순동과 만나게 된다. 순동은 수현을 보자 그녀를 찾았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아니면 비에 젖은 그림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울음을 터트린다.

한창 애틋한 회상에 빠져있던 순동을 깨운 것이 바로 이때였다. 뒤에서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얘기를 듣고 있던 소녀가 할머니라 부르며 달려갔고, 순동은 곧 그녀가 다름 아닌 수현임을 알게 된다. 수현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순동에게 육십여 년 전, 네 덕분에 엄마를 찾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지금껏 살 수 있었다며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더불어 새삼스러워 하는 순동에게 영도다리는 헤어진 사람을 만나게 하는 묘한 힘이 있는 희망의 다리임을 상기시킨다. 육십 여 년 전 영도다리에서 기어코 엄마를 만났던 그때처럼. 그리고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