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부산문화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협의'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 2017년 등재 목표로 사업 진행
- 학술위 만들어 회의 등 열기로

조선통신사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한일 공동 등재하기 위한 추진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기구로 바뀔 전망이다. 또 세계기록유산 공동 등재 신청 시기도 2016년 3월로 잠정적으로 정해졌다. 이는 종전 한일 양국 정부가 공동 추진하고 2014년 3월 신청한다는 계획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

지난 4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문화재단 회의실에서 '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협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부산문화재단 남송우 대표이사, 박승환 국제문화교류팀장, 최화수 한태문 박화진 자문위원이 참석했다. 일본에서는 조선통신사 연지연락협의회(연지연) 마쓰바라 카즈유키 이사장과 아비루 마사오미 사무국장, 나가사키현 아시아국제정책과 미즈타 토시로 계장이 나왔다.

양측은 우선 정부 간 상황과 상관없이 부산문화재단과 연지연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공동 신청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애초 세계기록유산의 경우 한일 양국 정부가 공동 등재를 추진하기로 계획했다. 구체적으로 2014년 3월 공동 신청하고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이 되는 2015년 등재를 목표로 정했다. 세계기록유산은 2년에 한 번씩 접수할 수 있으며 통상 짝수년 3월 31일까지 신청하면 홀수 해에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이 같은 목표를 위해 몇 년 전부터 부산문화재단과 연지연이 양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했고 한때 활발한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양국 정부 관계가 역사 인식과 독도 문제 등으로 교착 상태에 빠져 세계기록유산 공동 등재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며 2015년 등재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한일 양국 교착 상태가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산문화재단과 연지연은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민간기구가 직접 나서서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 2015년 등재가 불가능해지면서 2016년 3월 공동 등재 신청, 2017년 공동 등재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본은 다음 달 '기록유산등재추진부회'(가칭)를 설립하고 하부기관으로 학술위원회를 조직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실무적인 준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은 대표성을 위해 연지연을 NPO(비영리단체) 법인화하는 한편 올해 사업비 5500여만 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부산문화재단도 일본의 기록유산등재추진부회에 상응하는 기록유산등재 한국추진위원회(가칭)를 만들고 학술위원회를 출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일 양국 민간기구가 협의하고 학술위원회는 공동회의를 하면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특히 오는 5월 열리는 조선통신사 축제에서 '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한일 공동 등재 기원식'을 열고 2015년에는 '한일 공동 선언'을 이끌어낼 방침이다.

남송우 부산문화재단 대표는 "한일 민간기구가 정부 대신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점에 합의했다. 앞으로 공동 등재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