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복구 씨

부산 문인의 재촉과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진 것일까. 부산 문단의 중진 소설가 이복구(68)의 두 번째 소설집 '맨밥'이 21년 만에 세상에 나올 전망이다. 소식을 들은 문인들은 이 작가의 새로운 소설집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의아스러운 점이 있다. 고희를 앞둔 작가가 겨우 두 번째로 내는 책에 대해, 그것도 아직 나오지도 않은 책에 대해 문단에서 크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일반 독자에게 이 작가는 거의 무명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이해하려면 작가 이복구와 그에 얽힌 다양한 일화들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이 작가는 한마디로 미스터리한 소설가다. 1972년 20대 중반의 나이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불구경'이 당선돼 전도유망한 소설가로 주목받았지만 그뿐이었다. 그리고 등단 21년 만인 1993년 첫 번째 소설집 '불구경'을 냈다. 또 그뿐이었다. 이 작가는 간간이 문예지나 신문 지면에 소설을 썼지만 책을 내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작품이 거의 없는데도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명성이 만만찮았다. 각종 문학상 단골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부산소설가협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두 번째 소설집이 나오면 일부 언론에서 대대적인 보도를 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이는 이 작가의 소설이 많지 않지만 발표하는 작품마다 강렬하고 선명한 메시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그의 능력을 알아본 선배, 동료 문인들은 끊임없이 이 작가에게 소설을 쓰라고 재촉했다.

그는 소설을 쓰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이 작가와 친한 문인들에 따르면 그는 고전을 엄청나게 읽고 부지런히 글을 써 책을 몇 권 낼 정도로 모아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수시로 '이복구 소설 곧 출간'이라는 기사가 등장했는데 결과적으로 모두 오보가 됐다. 이런 일이 잦아 부산 문단에서는 이복구에 관한 오보를 내야 문학 기자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지난해 이 씨가 소설집을 낸다는 이야기가 또 나왔다. '설마', '혹시' 등 반응은 다양했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8월 문학 담당 기자가 낸 책에 '두 번째 소설집 '맨밥'이 나왔다'고 소개됐다. 이제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나왔다'고 했던 두 번째 소설집은 어떻게 된 것일까. 정확한 상황은 이렇다. 이 씨는 지난해 5월 오랜 친구인 김종철 시인이 발행하는 문학수첩에 원고를 넘겼다. 7월 말 책이 나올 예정이었다. 뜻밖의 문제가 생겼다. 작품에 해설을 붙이기로 한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의 글이 늦어 7월을 넘겼고 지금까지 왔다. 결국 이번 소설집은 이전과 달리 실체가 있었고 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이복구, 김종철, 구모룡 등 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복구 전문 평론가를 자처한 구 교수는 "책은 재미있는데 어렵다"고 연신 미안해했다. 반면 이 작가는 느긋했다. 그는 "구 교수가 제대로 해설을 하려고 고민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그를 믿는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이어 "써 놓은 작품이 많다. 올해는 장편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편에 대한 그의 말이 진짜인지, 또다시 오보가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묘하게 21년 주기로 책을 내는 이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을 올해는 볼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