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 거친 곰삭은 사랑부터
- 동성애·조선 여인 삶까지 다양
사랑. 아마도 모든 문화예술 작품의 가장 보편적인 소재는 사랑일 터. 사랑을 빼고 어떻게 삶과 예술을 논할 수 있을까.
'도요문학무크'가 다섯 번째 책에서 사랑을 정면으로 다뤘다. 제목은 소설집 '일곱 편의 연애편지'다. 도서출판 도요가 발간하는 '도요문학무크'는 2012년 시작한 뒤 매호 특정 주제를 선정해 관련 소설과 시 모음집을 번갈아 내고 있다. 이번 소설집에는 강동수 박향 조명숙 김종광 이상섭 이정임 양진채 등 작가 7명의 작품을 실었다. 이중 김종광 양진채를 뺀 작가들은 모두 부산과 경남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도요 편집위원회는 머리말에서 "오늘의 사랑은 무척이나 즉물적이다.…지금 이 시대는 진실한 러브스토리를 꿈꿀 수 없는 불행한 시대일까?…이 이야기들이 그대 가슴에 아름다운 사랑의 불씨 하나를 다시 피우기를 바란다"고 사랑을 주제로 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곰곰이 살펴보면 참여 작가들의 나이가 심상찮다. 이정임 작가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모두 40세를 훌쩍 넘겼다. 물론 사랑과 연애 문제는 20, 30대의 전유물이 아니지만 그래도 중년 작가들이 '사랑의 설렘과 흥분'을 아직도 느낄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그런 생각은 첫 작품 '정염'(강동수)부터 여지없이 깨진다. 중년의 작가들은 사랑의 열병을 한창 앓을 때는 몰랐던 사랑의 깊은 의미를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있다. 그건 책으로, 글로 배워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시간과 경험, 혹독한 아픔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다. 중년의 곰삭은 사랑이 무작정 뜨겁기만 한 젊은 세대의 사랑보다 얼마나 더 강렬한지 보여준다. 또 한발 더 나아가 폭력과 동성애, 국가와의 관계 등 사랑을 둘러싼 다양한 장치들을 제시한다.
이중 '정염'은 정약용의 '흠흠신서'에 수록된 기이한 사건에서 발상을 얻은 작품으로 죽음도 불사하는 사랑 이야기다. 즉각적이고 육체적인 사랑을 꿈꾸는 현재 세대의 눈으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소설이다. '노래 소리'(박향)는 연산군 시절을 배경으로 한 여인의 기구한 삶과 그 속에서 찾아낸 희망을 노래한다. '조금씩 도둑'(조명숙)은 동성애적 코드로 사랑을 바라보며 '범골 러브 스토리'(김종광)는 평범한 일상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사랑을 제3자의 입장에서 기록했다. '손잡고 허밍'(이정임)은 종말론적 상상을 바탕에 둔 작품이고 '드라이작 클래식 200㎜'(양진채)는 사랑과 폭력, 공포를 드러낸다.
문학평론가 황국명(인제대) 교수는 작품 해설을 통해 "모든 사랑 이야기는 완고한 자아가 겪는 혁명적 변화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살아남은 자가 죽음을 단죄하는 이야기, 끝장난 사랑의 유적, 실패한 이야기, 아득하게 사라진 과거의 잔영이 아닐까. 사랑 이야기가 독자를 꿈꾸게 할 뿐 아니라 끊임없이 들쑤시고 괴롭히는 이치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