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문학관에서 지역을 읽다 <1> 요산문학관

남산동에서 만난 요산 선생의 일갈 "사람답게 살아가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2-11 19:45:28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 금정구 남산동에 자리잡은 요산문학관과 요산 김정한의 생가. 요산문학관은 2006년 11월 문을 열었다. 문재원 제공
본지는 12일부터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인문한국 문재원 교수의 '문학관에서 지역을 읽다' 시리즈를 4회에 걸쳐 매주 연재한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부산의 문학관을 재조명하며 지역발 문화 소통과 확장의 가능성을 짚어보고 문학관을 활용한 부산 문화지도를 구상한다.

- 문학관 들고 나는 길은
- 문학세계 탐미보다
- 세상 살아가는 길 관해
- 묻고 응답하는 통로

- 생가 옆에 있어 특색
- 전시관에 있는 유품
- 직접 쓴 식물도감 눈길
- 미발표 소설도 반가워

- 여기저기 창을 내
- 안과 밖을 연결
- 문학과 삶 분리 않는
- 작가의식 외현인가

- 문학제 매년 열리지만
- 대문 문턱이 닳고
- 두런두런 사람 이야기
- 담장 넘어가야 한다

지역 문학관은 문학(작가), 지역이 만나면서 새롭게 탄생하는 문화공간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문학관은 세 곳이다. 해운대 추리문학관(1992), 동래 온천장 이주홍문학관(2002), 범어사 밑 요산문학관(2006). 말해 놓고 나니, 나의 무의식이 드러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 장소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까, 더 잘 찾아올 수 있을까에 방점을 두었다. 또한, 문학관을 기어이 찾게 하여야겠다는 욕망도 들켜버렸다. 사실, 이렇게 문학관을 해운대, 범어사, 온천장 등 부산의 관광지와 연결하지 않으면 이들의 실존을 드러내는 일이 참 궁색하다. 어쩌면 이것이 문학관이 부산 지역에 들앉아 있는 현주소이다. 지역 문학관의 빈곤함은 곧 지역의 문화적 상상력의 빈곤함의 바로미터이다.

우리는 새로운 것에 곧잘 환호한다. 2006년 요산문학관이 들어섰을 때 부산은 '이로써' 문화도시가 된 듯했다. 개관식은 매스컴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문학인들은 부산이 낳은 작가 요산 김정한을 기념하는 문학관이 왜 이제야 생겼느냐며 '지역 문화의 요람'에 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부산시는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걷어내는 하드웨어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의 축배를 들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요산문학관을 인근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 찾아가는 데 꽤 애를 먹었다.

■사람답게 살아가라

   
요산문학관 입구의 요산 김정한 사진과 '사람답게 살아가라' 글귀.
요산문학관이 문을 열던 날 어느 시인은 '남산동에 새 길이 났다. 그 길은 요산 가는 길이다'라고 노래했다. 이 새 길을 따라가면 우리는 부산의 작가 요산 김정한을 만난다. 문학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입구의 붉은 글귀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사람답게 살아가라."

요산의 소설 '산거족' 주인공인 황거칠의 좌우명이다. 작가의 목소리와 내내 겹쳐진다.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불의에 타협한다든가 굴복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이 갈 길이 아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요산의 얼굴은 촌로의 소탈한 웃음이지만, 그 웃음 너머로 여전히 부릅뜬 성난 눈으로 문학관을 찾는 이들에게 단단히 다짐을 받는다. 이토록 강렬한 저항의 파토스가 요산문학관을 감싸고 있는 압축적인 이미지다. 2층 전시실을 둘러보고 내려가는 사람들의 등 뒤에다 대고 요산은 다시금 낮은 음성으로 말을 건넨다.

"무척 긴 어둠의 날들을 살아온 셈이지만 밝고 곧은 것에 대한 희망을 포기해 본 적이 없다."

요산문학관을 들고 나는 길은 일상과 떨어진 문학의 세계를 탐미하는 장소라기보다 세상의 어지러움이나 일상의 팍팍함마저 내놓는, 그래서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길에 관해 묻고 응답하는 통로가 된다. 이렇게 보면 '요산 가는 남산동 새 길'이 어찌 지도 위에 번지로만 기재될 주소이겠는가.

'문학이 정치'라는 사실을 몸으로 보여준 작가의 기개로 이어질 문학의 길을 소망했을 터. 그 길이 일상이 되는, 그래서 우리 모두 안녕한 삶이 되기를 소망했을 터이다. 앞, 뒷문을 다 열어 놓고 이쪽과 저쪽 통로로 내어주고 있는 문학관 앞마당, 남산동 662번지 이웃 벽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요산문학관의 낮은 담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여기에 있을 터. 요산문학관에 들어서면서 다시 '요산의 정신'을 생각한다.

■문학과 삶이 일치하는 공간

   
요산문학관내에 전시된 요산 김정한의 미발표 소설.
요산문학관은 무엇보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작가의 생가(生家)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이 남다르다. 생가 옆에 문학관을 건립할 때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접근성 문제나, 문학관의 녹지 면적이 좁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래서 을숙도나 범어사 인근 등 제3의 장소들이 후보군에 올랐지만, "떠벌이는 것보다 자그마하게 기념하는 것도 요산 정신을 제대로 기리는 일"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건립을 추진했다. 지하 1층은 다목적 강당, 1층은 북카페, 2층은 도서관과 기념관, 3층은 집필실 겸 게스트하우스로 꾸며졌다. 2002년 설립된 (사)요산기념사업회가 운영하고 있다.

문학관 내부는 일반적인 문학관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 연보와 유품 3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작가의 편지글, 안경, 만년필, 주민등록증 등 유품이 전시된 진열관을 확인한다. 특히 이 전시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작가가 직접 만들었다는 식물도감이다. 풀이나 꽃을 세밀하게 그려 넣고 설명을 꼼꼼하게 달았다. '이름없는 풀'이라는 표현에 "세상에 이름없는 것이 어디 있느냐"며 화를 냈다는 요산의 일화가 떠오른다.

오른쪽 벽면을 채운 '요산 김정한 소설과 부산의 도시 공간'이라는 주제의 화보가 눈길을 끈다. '사하촌'의 배경이 된 범어사, '모래톱 이야기'의 낙동강, '수라도'의 무대인 양산 원동면 화제리 모습을 담았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2층 전시실 가운데에 자리 잡은 '문학적 연대기 요산 김정한 미발표 소설 전시회'라는 기획 전시다. '난장판' '세월' '새앙쥐' 등 낯선 제목의 오래된 원고지 묶음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참을 굽혔던 허리를 펴자, 오른쪽 모퉁이에서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오는 자리를 발견한다. 그곳엔 작가가 생전에 사용하던 작은 책상이 있다. 오후 햇살을 받으며 졸기 딱 행복한 자리. 그 창으로 작가의 생가를 볼 수 있다.

2층 한편에는 80석 규모의 도서관에 2만5000여 권의 도서가 있다. 자리 잡고 앉으면 도서관 왼쪽에 난 창으로 주택과 굽은 골목이 보인다. 책을 읽다 고개를 들어 멀리 보면 어느새 저쪽 끝 금정산도 들앉아 있다. 여기저기 창을 내면서 안과 밖을 연결한 이 공간 구조는 참 특이하다. 문학과 삶을 분리하지 않고, 문학의 안과 밖을 잇고자 했던 요산 작가의식의 외현인가.

■대문 문턱이 닳고 담장 너머가 시끄러워야

김중하 초대 관장은 문학관 운영에 관해 이런 말을 했다. "요산 선생의 열린 문학 정신을 따라 이곳을 문학 공간뿐 아니라 지역 주민을 위한 열린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

(사)요산기념사업회의 중요 행사가 매년 10월 열리는 요산문학제다. 문학관의 역사보다 곱절 긴 요산문학제는 해마다 백일장, 심포지엄, 문학기행 등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역시 요산 정신을 기리면서 이를 사회 전반에 확장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축제가 끝나면 이 공간의 쓸쓸한 정적은 더욱 커진다. 물론 숫자로만 문학관의 존재 이유를 물을 수야 없겠지만, 문턱이 좀 닳아줘야 도심 주택가에 담을 맞대고 있는 요산문학관의 존재 이유가 이해될 것이다.

이 공간이 다만 작가를 기념하는 데서 그치는 자리가 아니라, 창발적인 지역 문화의 생산지가 되려면 두런두런 사람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이 소리가 문학관 담장을 넘어야 한다. 하여,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문화판에 대항하고, 대안적인 문화 공간 역할을 기대하는 일, 이 또한 평생을 '낙동강의 파수꾼'을 자청하며 성난 눈으로 지역을 형상화한 작가의 손을 맞잡는 일이 아닐까.


※요산 김정한은

요산(樂山) 김정한(1908~1996)은 경남 동래군 북면 남산리(현 부산 금정구 남산동)에서 태어났다. 193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사하촌'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고문과 1987년 민족문학작가회의 초대 의장을 지냈으며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특히 요산 소설의 주 무대는 부산·경남의 현장이다. 작가는 이 변방의 장소, 낙동강 하구의 버려진 이야기들에 주목하면서 리얼리즘 창작방법론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 '모래톱 이야기' '수라도' '뒷기미나루' '인간단지' '산거족' '사밧재' '산서동 뒷이야기' '오끼나와에서 온 편지' 등 50여 편의 작품이 있다.

문재원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인문한국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국내엔 자리 없다…강리호 모든 구단과 계약 불발
  2. 2인천 송도처럼…가덕도 경제자유구역 지정 추진
  3. 3다급해진 친윤의 安 때리기…장제원은 역풍 우려 몸 낮추기
  4. 4정신장애인은 잠재적 범죄자? 부산 기초의원 발언 ‘도마 위’
  5. 5‘겨울 호캉스’ 유혹…남국의 휴양지 기분 가까이서 즐겨요
  6. 6중대재해법 1호 사건, 재판부 배당 오류에 판결 무효될 뻔
  7. 7위성도 없던 시절, 도시 그림 어떻게 그렸을까
  8. 8조국 전 장관 아내 정경심 씨와 1심 선고 공판...총 11개 혐의
  9. 9행안부 '코로나19 확진자 XXX명' 문자 발송 자제 권고...부산시는?
  10. 10수협중앙회장 16일 선거…부경 출신 3파전
  1. 1다급해진 친윤의 安 때리기…장제원은 역풍 우려 몸 낮추기
  2. 2尹 지지율 설 전보다 더 하락...긍정 부정 평가 이유 '외교'
  3. 3미 하원 김정일 김정은 부자 범죄자 명시 결의안 채택
  4. 4황성환 부산제2항운병원장, 부산중·고교 총동창회장 취임
  5. 5“지방분권 개헌…재원·과세자주권 보장해야”
  6. 6친윤에 반감, 총선 겨냥 중도확장…안철수 심상찮은 강세
  7. 7[정가 백브리핑] 방송엔 보이는데 지역행사에선 잘 안 보이는 전재수
  8. 8巨野 상대로. TK 상대로 '나홀로 외로운 싸움' 하는 김도읍 최인호 의원
  9. 9'천공' 관저 개입 논란 재점화, 대통령실 "전혀 사실 아냐"
  10. 10국힘 전대 다자·양자대결 조사서 '안', '김'에 승..."'나'·'유' 표심 흡수"
  1. 1‘겨울 호캉스’ 유혹…남국의 휴양지 기분 가까이서 즐겨요
  2. 2수협중앙회장 16일 선거…부경 출신 3파전
  3. 3부산 잇단 국제선 운항 재개
  4. 4‘빌라왕 사기’ 막는다…보증대상 전세가율 100→90%
  5. 5명륜동 옛 부산기상청 부지에 ‘보건복지행정센터’ 서나
  6. 6‘슬램덩크 와인 마시며 추억여행’ 와인 마케팅 열올리는 편의점
  7. 7다음달 초 애플페이 도입 전망, 파급력은 글쎄
  8. 8미국 금리 인상폭 축소에도 유럽 영국은 '빅스텝' 유지..."경기가 관건"
  9. 9상담에서 출상, 사후관리까지…원스톱 장례의전서비스가 뜬다
  10. 10모든 공공기관에 직무급 도입…"업무 난이도와 급여 연계"
  1. 1인천 송도처럼…가덕도 경제자유구역 지정 추진
  2. 2정신장애인은 잠재적 범죄자? 부산 기초의원 발언 ‘도마 위’
  3. 3중대재해법 1호 사건, 재판부 배당 오류에 판결 무효될 뻔
  4. 4조국 전 장관 아내 정경심 씨와 1심 선고 공판...총 11개 혐의
  5. 5행안부 '코로나19 확진자 XXX명' 문자 발송 자제 권고...부산시는?
  6. 6낙동강 녹조 줄여라…환경부, 녹조 대응 인공지능 등 도입
  7. 7지방세·관세 감면, 인프라 국비 지원…기업유치 날개 기대
  8. 8오늘~모레 부산 울산 경남 기온 평년 비슷하거나 상회...최고 10도
  9. 9치어 떼죽음 부른 좌광천, 원인은 구리 등 중금속 폐수
  10. 10총경회의 간 넷 중 3명 112팀장 발령…부산 경찰 “찍어내기 인사” 부글부글
  1. 1국내엔 자리 없다…강리호 모든 구단과 계약 불발
  2. 2맨유 트로피 가뭄 탈출 기회…상대는 ‘사우디 파워’ 뉴캐슬
  3. 3WBC에 진심인 일본…빅리거 조기 합류 위해 보험금 불사
  4. 4‘셀틱에 녹아드는 중’ 오현규 홈 데뷔전
  5. 5한국 테니스팀, 2년 연속 국가대항전 16강 도전
  6. 6새 안방마님 유강남의 자신감 “몸 상태 너무 좋아요”
  7. 7꼭두새벽 배웅 나온 팬들 “올해는 꼭 가을야구 가자”
  8. 8새로 온 선수만 8명…서튼의 목표는 ‘원팀’
  9. 9유럽축구 이적시장 쩐의 전쟁…첼시 4400억 썼다
  10. 10오일머니 등에 업은 아시안투어, LIV 스타 총출동
우리은행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메밀묵과 영주 태평초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기장군 철마면 고촌리 ‘복골’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기와 친구가 되고싶은 유령 外
국립중앙박물관 명품 유물들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맛 기억하다 /김수엽
그림 세계 /주강식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뮤지컬 영화 ‘영웅’ 윤제균 감독
‘커넥트’ 미이케 타카시 감독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교섭’의 임순례 감독
‘영웅’의 나문희·김고은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작품 홍보 인터뷰도 못 나온다고요? 주연배우의 책임감 아쉽다
아바타2 한국서 세계 최초 개봉…아이맥스? 3D? 뭘로 즐길까
일인칭 문화시점 [전체보기]
“첼로 심준호, 일렉 기타처럼 파격 연주…부산시향과 협연 코로나 탓 미뤄졌죠”
20여 마리 고양이 화려한 몸짓과 완벽한 호흡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제도권 밖 돌봄 선생님, 공동체 소멸에 맞선 삶
'유랑의 달'…일본사회 ‘질서의식’ 바라보는 재일동포 감독의 시선
BIFF 리뷰 [전체보기]
‘지석’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2월 2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2월 1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김일두×HIPE ‘자율신경계’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 중국영화 ‘문맨’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2월 2일(음력 1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3년 2월 1일(음력 1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2022년 10월 13일
오늘의 BIFF - 2022년 10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춥고 가난한 자신의 처지를 읊은 두보
탐욕 부리지 말고 자족하는 삶 살아야 한다는 김정국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