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경(왼쪽) 송진 부부 시인

부산에서 함께 활동하는 부부 시인이 나란히 시집을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배재경 시인이 두 번째 시집 '그는 그 방에서 천년을 살았다'(작가마을)를 발간했고 앞서 부인 송진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시체 분류법'(지혜)을 내놨다. 부부는 닮는다고 했는데 작품까지 닮았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배 시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사 작가마을에서 시집을 냈으나 송 시인은 다른 출판사를 통해 시집을 완성했다. 시를 보더라도 배 시인은 자신과 가족, 일상에 관해 시선을 유지하는 반면 송 시인은 제목에서 읽을 수 있듯이 그로테스크하다.

배 시인의 시집부터 보자. 1994년 '문학지평'으로 등단한 그는 1999년 12월 첫 번째 시집 '절망은 빵처럼 부풀고'를 발간했다. 이번 시집은 무려 14년 만이다. 배 시인은 자신의 게으름을 이유로 돌리면서 한편으로는 "최근 함량 미달의 오염된 시가 너무 많다. 세상으로 내놓을 때는 내 손을 떠나 독자의 시가 된다. 독자에게 최대한 좋은 시를 보여주기 위해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시는 세상의 풍파를 견디면서 꿋꿋하게 살아온 중년의 시인이 가족과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돌아본다. "아침 출근길 내내/창백한 달이 따라온다/얼굴의 절반은 어느 늑대에게 뜯겼는지/간신히 혈흔만 지운 채…"('불혹의 정거장' 중)

송 시인의 시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이다. 마니아와 안티가 공존한다는 뜻이다. "하느님, 강아지 밥은 어떻게 할까요?//기원전 729년 7월 20일 미라는 떠나야 한다 수십 마리의 미라를 싣고…시체를 잘 분류해야지/약물중독 시체는 죽어서도 푸른 빛이 돌아…('시체 분류법' 중)

그의 시는 국내에서 비슷한 작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하다. 오직 송 시인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시어로 옮긴다. 그는 "예술은 모호하고 은밀하다. 나는 그 모호함을 따라가면서 길을 찾고 있다. 내 시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영합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전혀 색깔이 다른 시집을 냈지만 부부 시인은 서로의 시에 대해 "좋은 시"라고 추천했다. 그런 면에서 부부는 닮아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