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현실에 꼿꼿이 저항한 민족주의자…그는 붓을 꺾은 적 없었다

요산 '절필기' 소설·시 발굴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14-02-03 21:06:25
  •  |   본지 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국제신문 전신인 산업신문 1948년 1월 7일 자 2면에 실린 소설 '서거픈 이야기'. 이순욱 박사 제공

- 지역의 좌파 매체들 통해
- 이념적 색깔 담은 작품 발표

- '이따위 악질 모리배들…'
- 사회현상 날카롭게 비판
- 새로운 민족국가 열망 표출

- 기존 '절필기' 의미 퇴색
- 문학 연대기 재설정 필요

그동안 '광복기' 요산 김정한 선생에 관한 평가는 상당히 엇갈렸다. 1974년 창작과 비평사에서 펴낸 '김정한소설선집'에 실린 연보를 보면 1940년(33세) '일제의 발악 극도에 달해 이로부터 붓을 꺾음'이라고 표기돼 있고 1966년(59세) '10월 '모래톱 이야기' 발표로 중앙 문단 복귀'라고 쓰여 있다. 1940~1966년을 요산의 '절필기'로 규정한 근거 중 하나다. 하지만 2008년 (사)요산기념사업회에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정본 '김정한전집'에서는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조갑상(경성대), 황국명(인제대) 교수와 이순욱 박사가 협의를 거쳐 '절필'이란 표현을 뺐다. 요산이 광복기에 발표했던 작품들이 뒤늦게 속속 발굴되면서 '절필'의 의미가 많이 퇴색했기 때문이다.

부산·경남 지역 문학사 연구에서 많은 성과를 낸 문학평론가 이순욱 박사는 최근 새롭게 발굴한 요산의 광복기 소설과 시를 통해 요산이 스스로 말한 '절필기'에 실제로는 좌파 민족주의자로서의 성격을 드러내는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광복기 몇몇 유력 매체에 의존했던 기존 자료 수집 방식에서 벗어나 부산과 경남지역에서 발간된 '민주중보' '인민해방보' '자유민보' '대중신문' '신한일보' 등 신문과 잡지 '전선' 등 다양한 이념적 색깔을 지닌 광범위한 매체를 조사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들을 발굴했다.

■요산, 정치문학을 전개

요산 김정한 선생의 1970년대 모습. 최근 그가 광복기에 쓴 소설과 시가 새롭게 공개됐다.
이 박사는 요산이 광복 후 배달학원 강사, 조선예술동맹 부산지구협의회 위원장, 조선문학가동맹 경남도위원장 겸 부산지부장, 조선문화단체총연맹 경남지부 부위원장 등을 지내며 좌파 민족주의자로 활동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 시기 요산이 발표한 작품은 대부분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담아 좌파 관련 매체를 통해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요산은 현실 비판과 새로운 민족국가 건설에 대한 강한 열망을 표출했는데 광복 후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소설보다 시로 먼저 드러냈다. 1945년 10월 '인민해방보'에 발표한 4수로 이뤄진 연시조 '해방부'는 아이들의 앞날을 위해 '형극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다짐을 보여준다. 이후 등장한 시들도 비슷한 경향을 띠고 있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광복기 요산이 지역이 아닌 서울 매체('문학·비평')에 유일하게 발표한 것으로 알려진 소설 '설날'이 실제로는 그에 앞서 지역의 좌익지 '대중신문'에 '호출의 설날'이라는 제목으로 먼저 연재했다는 사실을 이 박사는 이번 논문에서 밝혔다.

특히 국제신문의 전신인 산업신문에 연재된 소설 '서거픈 이야기'가 이 박사에 의해 새롭게 공개되면서 광복기 정치문학을 전개한 요산에 관한 재평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왜 우리 조선에는 이따위 악질 모리배들이 많을가"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서거픈 이야기'는 사회 현상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소설이다. 요산이 스스로 절필기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해 이 박사는 "1940년대 초반 일제 국책기관의 관리로 일한 경력과 1949년 생존을 위해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하면서 전향한 점을 자책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요산, 광복기를 복원하자

이 박사는 광복기 활동을 고려해 요산의 문학적 연대기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전기-중기-후기' 또는 '초기-절필기-후기'로 구분했는데 앞으로는 등단작 '사하촌'(1936년) 이후의 문학적 청년기를 요산문학 1기, 정치문학으로서 가능성을 표출한 광복기를 2기, 국민보도연행 가입과 전향, 한국전쟁을 거쳐 대표작 '모래톱 이야기'(1966년)를 발표하기 이전까지를 3기, '수라도'(1969년), '인간단지'(1970년) 등 수작을 배출한 시기를 4기로 분류하자고 제안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3. 3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4. 4‘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5. 5부산 매출 1위 ‘본사 이전’ HMM…전국 매출 1000대 기업 부산 31곳
  6. 6[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7. 7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8. 8[뭐라노]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뒷북 안전펜스
  9. 9“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10. 10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5. 5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6. 6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7. 7북한 해커들, 바이낸스서 탈취한 자금 '2차 세탁' 중
  8. 8[속보] 北김여정, 바이낸스 사태에 "美 정치적 도발…예의주시"
  9. 9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10. 10李대통령 부부 등 순방단 명단 개인정보 유출 경찰 내사 착수
  1. 1부산 매출 1위 ‘본사 이전’ HMM…전국 매출 1000대 기업 부산 31곳
  2. 2‘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3. 3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4. 4[뭐라노] ‘김해공항 최장노선’…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5. 5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6. 6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7. 7“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8. 8“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9. 9정부, 2023년 중단했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재추진 본격화
  10. 10[한 손 뉴스] 부산·통영 ‘환경교육도시’로…특화 환경교육 행·재정 지원(종합)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5. 5[뭐라노]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뒷북 안전펜스
  6. 6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7. 7[속보]李 정부 초대 공소청 수장 후보자 3인 압축 전망
  8. 8노사 마찰에 현대차 울산공장 제네시스 생산라인 이틀째 중단
  9. 9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10. 10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1. 1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2. 2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3. 3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4. 4[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5. 5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6. 6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7. 7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8. 8“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9. 9“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10. 10부산과기대, 제107회 전국체전 야구 우승…‘3년 연속 메달’ 쾌거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송현화-Magic Air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3일 (음 9월 24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2일 (음 9월 2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