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애 가진 딸 떠나보낸 女 작가, "그래도 삶은 행복" 다시 펜을 들다

소설가 정혜경 씨

  • 국제신문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14-01-28 21:17:26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정혜경 작가
- 장애에 대한 관심 촉구
- 그간의 작품 활동 정리
- '바람고개의 봄' 펴내

- "아픔을 오랫동안 삭혀
- 웃으며 보는 글 쓸 것"
- 소설가 2기 인생 다짐

인생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부산에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삶을 산 소설가가 있다. 정작 그 소설가는 자신의 삶을 소설로 옮기지 않는다. 다만 일부만 끄집어내서 쓸 뿐이다. 자신의 인생 전체를 소설로 그릴 경우 아무리 소설이라도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치부해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의 삶은 신이 한 사람에게 내린 시련치고는 너무 무거웠다.

그는 소설가 정혜경(54)이다. 최근 연작 장편소설 '바람고개의 봄'(산호수)을 세상에 내놨다. 2003년부터 국제신문 등에 연재했던 소설을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이 소설은 정 작가에게 의미가 크다. 그의 작품 활동 1기를 정리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바람고개'는 황령산 봉수대 부근을 말한다. 어릴 때부터 바람고개와 지금은 사라지고 지명만 남은 못골에서 자란 작가가 어느덧 인생의 중년에 서서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바람고개는 특별한 곳이다. 힘들 때 달려가면 엄마를 반겨주는 딸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정 작가의 인생에서 큰딸의 존재는 축복이었다. 지적장애와 심장판막 이상을 갖고 태어난 딸에게 의사는 "3개월 안에 죽는다"고 했다. 하지만 큰딸은 27년을 이 땅에서 살다가 2011년 겨울 먼 길을 떠났다. 정 작가의 사랑과 노력 덕분이었다. 그는 "부모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죽는다. 그런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부모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큰딸에 얽힌 많은 이야기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소설가로서 정 작가는 큰딸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누구보다 장애인에 관해 많은 글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다. 그는 "많은 작가가 있지만, 장애인에 관해서는 잘 쓰지 않는다. 그리고 나만큼 많이 알지도 않는다"며 "소설은 사람의 시선이 가지 않는 곳에 리본을 달아 시선을 끌어야 한다. 장애인에 관한 글을 많이 써서 관심을 두게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큰일을 겪고 나면 웬만한 일에는 대범해진다. 정 작가에게 꼭 들어맞는다.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놓은 소설 '사라진 이름'(2012년·산호수)을 보면 정 작가가 넘어온 인생의 굴곡이 일부 드러나 있다. 머리로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그의 고단한 삶을 보면서 '과연 인간이 이런 삶을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조차 든다. 정 작가는 큰딸과 작은딸을 보면서 견뎌냈다.

그도 쉽게 극복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2009년에 일어났던 '표절' 문제였다. 정 작가는 그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자신의 소설 '야누스의 도시'를 표절했다고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세상은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가족과 친한 친구 몇 명을 제외하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고 오히려 믿었던 사람들이 배신했다. 법에 호소했지만, 재판받을 기회조차 없었다. 그는 "표절로 사지가 찢기는 것 같았다. 내 작품을 표절한 것도 모자라 원작을 훼손한 것은 용서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세파를 이겨내면서 정 작가는 투사가 됐다. 최근 적지 않은 나이에 동의대 교수로 임용돼 화제를 모았는데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어쩌면 오히려 늦은 조치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생계형 강사였다. 살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쉴 새 없이 강의했다. 많을 때는 학교를 옮겨 다니며 일주일에 36시간, 어떤 날은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강단에 섰다.
그리고 2010년에는 1인 출판사 '산호수'를 만들었다. 다른 출판사에서 받아주지 않는 장애인의 책을 직접 내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정 작가 자신의 소설 3권과 큰딸이 생활했던 성인 중증 장애여성 보호시설 헬렌의 집을 다룬 '천사들의 편지' 그리고 세상을 떠난 장애인의 아름다운 그림을 실은 '꿈 빛 그림 나라의 노래' 등을 펴냈다.

수많은 시련을 겪어왔지만 정 작가는 살아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단 한 번도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큰딸을 보내면서 그는 약속했다. 앞으로 소설가로 2기의 인생을 살겠다고 한 것이다. 그는 "그동안 내 작품은 시간이 없어 아픔을 진술하기에 바빴다"며 "이제는 눈물을 닦고 아픔을 오랫동안 삭혀서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인간의 삶 자체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넥슨 매각 예비입찰 마감…넷마블·카카오 2파전?
  2. 2아파트값 하락세 연제·남구, 고분양가 관리지역서 해제
  3. 3‘2000억 규모’ 에코델타 사업 막바지 입찰 경쟁 뜨겁다
  4. 4부산 미세먼지 저감조치 ‘반쪽짜리’
  5. 55G 기반 스마트폰·콘텐츠 모바일 올림픽 총출동…이동통신 미래 본다
  6. 6김경수 구속·서형수 불출마설…여당, 낙동강벨트 총선전략 어떡해
  7. 7내달 개각설…해수장관 후임 하마평
  8. 8경쟁률 4.5 대 1…거인 4·5선발 자리 누가 꿰찰까
  9. 9경기침체 불안감에…부산 주요 기업 창업주 일선 못 떠나
  10. 10‘문재인 복심’ 친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전면에 나서나
  1. 1임시공휴일, 대통령 재가하면 확정…출근 할 경우 수당 체계는?
  2. 2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 4월 11일 임시공휴일 되나?
  3. 3‘문 대통령 깜짝 축사’ 유한대학교, 故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곳
  4. 4전병헌 전 의원 1심 징역 6년 법정 구속 면한 이유는?
  5. 5부산 중구, 대청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커뮤니티 케어 교육 실시
  6. 62019년 중앙동 장학회 장학금 수여식 개최
  7. 7부산 중구 (사)중구청년연합회 제28차 회원대회 및 회장단 취임식 개최
  8. 8부산 중구 광복동 주민자치회 2019년도 초등학교 입학생 축하선물 전달
  9. 9부산 중구 제10회 부산크리스마스트리 문화축제 평가설명회 개최
  10. 10‘문재인 복심’ 친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전면에 나서나
  1. 1내달 개각설…해수장관 후임 하마평
  2. 25G 기반 스마트폰·콘텐츠 모바일 올림픽 총출동…이동통신 미래 본다
  3. 3한국해양대 2.5배 커진 한나라호 위용…대학 실습선 4척 명명식
  4. 4부산공동어시장 임금 체불 피소 위기
  5. 5사천 항공정비 첫 손님은 ‘제주항공 여객기’
  6. 6부산 주요 기업 창업주들 ‘현역’ 고수하는 속내는
  7. 723년 명맥 유지 ‘2G’ 없어진다
  8. 8동해 바다도 아열대화 진행, 해조류 무게 줄고 종류 늘어
  9. 9아파트값 하락세 연제·남구, 고분양가 관리지역서 해제
  10. 10달걀 산란일 표기 23일부터 의무화
  1. 1경부고속도로 상황 "경찰 차량 통제, 왜?"
  2. 2 차량 통제, 국빈방문 탓… “국빈이 왜 경부선에?”
  3. 3영광여고생 성폭행 사망사건… “90분 만에 소주 3병 마시게… ‘죽었으면 버려라’”
  4. 4현대제철서 용역노동자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 양승조 충남지사 사태파악 지시
  5. 5조현아 남편 상습 폭행 "죽어, 죽어" VS "의혹 전면 부인"
  6. 6김지은 “예상했지만 암담”… 민주원 ’안희정-김지은 텔레그램’ 공개 하자
  7. 75등급 경유차 규제, 내 차 등급 확인법은?
  8. 8부산 연산동 맨션 인근 지름 2.5m 싱크홀 발생… 차량 1대 빠져
  9. 9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실시...제외 차량 및 과태료는?
  10. 10 태권도·유도 도합 6단 시민이 편의점 흉기 강도 잡아
  1. 1‘창과 방패 대결’ 유벤투스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예상 라인업은(챔피언스리그)
  2. 2권아솔 도발에 샤밀, "권아솔은 늘 저렇게 말로만"
  3. 3탁구 중국 귀화 선수, 세계선수권 출전 놓고 '엇갈린 희비'
  4. 43쿠션 프로당구 6월 출범 "제2의 이상천, 김경률 배출하겠다"
  5. 5'도전·비상·자부심'…프로야구 각 구단 야심찬 슬로건
  6. 6절정의 손흥민, 데뷔 첫 '5경기 연속골' 도전
  7. 7컬링 '팀킴'의 호소 사실로…김경두 일가, 횡령 정황까지
  8. 8전국체전 무대가 좁은 차준환, 4회전 점프 없이 쇼트 1위
  9. 9경쟁률 4.5 대 1…거인 4·5선발 자리 누가 꿰찰까
  10. 10최고 구속 145㎞, 김원중 첫 실전등판서 구위 점검
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재일제주인의 고향 사랑과 감귤
조봉권의 문화현장
왜 환대의 도시인가?
국제시단 [전체보기]
제 몸을 태우는 그늘 /이기록
어둠이 내릴 때 /박홍재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코 없는 사람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미래를 위하여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한 우물만 판다” 개성있는 주제 내세운 책방들
창문너머 푸른바다 넘실대는 책방…우연처럼 반가워
리뷰 [전체보기]
경계인 된 탈북여성의 삶, 식탁·담배·피 묻은 손 통해 들춰
방송가 [전체보기]
새 삶을 얻은 반려견의 ‘견생 2막’
어른 싸움으로 번진 거제 학교폭력의 진실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웹툰의 시간
아이디어
새 책 [전체보기]
마력의 태동(히가시노 게이고 지음·양윤옥 옮김) 外
싱글몰트 사나이 1,2(유광수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출판평론가 20년 칼럼 모음집
중견 시인과 청년의 따뜻한 대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도란도란-허금화 作
North By NorthWest-존 아브람스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빨간양말을 신으면 자신감 충전! 外
친구들과 서로 장점을 찾아줘요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연리지 /신진경
대보름달 /박권숙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22회 LG배 기왕전 결승 3번기 2국
제2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 본선 8강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대작들 참패…위기의 한국영화
명절 극장가 사라진 사극…코미디에 이종장르 곁들인 ‘믹싱’이 대세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가버나움’ 난민 소년에 대한 연민과 은폐된 유럽의 위선
스필버그의 언덕, 경계선을 넘어 역사를 보다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이민족 귀화 많았던 고려사에 난민문제 혜안 있다 /정광모
사소한 일상 꿰뚫는 삶의 지혜, ‘밤의 전언’에 시대 통찰 있다 /박진명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긴 겨울밤도 체호프의 유쾌한 단편이면 짧아져요 /강이라
요술손 가졌나…뭐든 척척 초능력 할머니 /안덕자
현장 톡·톡 [전체보기]
“교육기회 빼앗긴 재일동포…우리가 돕겠습니다”
지역출판 살리려는 생산·기획·향유자의 진지한 고민 돋보여
BIFF 리뷰 [전체보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퍼스트맨
BIFF 인터뷰 [전체보기]
‘렛미폴’ 조포니아손 감독, 마약중독에 대한 인간적 접근…“그들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에요”
감독 박배일 '국도예술관·사드 들어선 성주…부산을, 지역을 담담히 담아내다'
BIFF 피플 [전체보기]
‘국화와 단두대’ 주연 배우 키류 마이·칸 하나에
제이슨 블룸
BIFF 현장 [전체보기]
10분짜리 가상현실…360도 시야가 트이면 영화가 현실이 된다
BIFF 화제작 [전체보기]
‘안녕, 티라노’ 고기 안 먹는 육식공룡과 날지 못하는 익룡의 여행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9년 2월 22일
묘수풀이 - 2019년 2월 2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10월 9일
오늘의 BIFF - 10월 8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正合奇勝
修道保法
  • 복간30주년기념음악회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 유콘서트
경남교육청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해맑은 상상 밀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