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송우(오른쪽 세 번째) 부산문화재단 대표가 직원의 생일 파티에서 축하를 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 재임 3년 탈권위·청렴 화제
- 관용차 사양하고 직접 운전
- 업무추진비 엄격히 사용
- 직원 60명 생일 사비로 챙겨
- 행정가로서도 굵직한 성과
- 이구동성 "우리시대의 사표"

"부산에서 나는 뜻밖에 성자(聖者) 같은 분을 만났다."

지난해 언론인 출신인 정재왈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가 부산문화재단 남송우(61) 대표를 인터뷰하고 이 같은 말을 남겼다. 정 대표뿐만 아니다. 30년 공직 생활을 한 공무원도, 여러 곳의 문화재단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대표를 겪었던 직원도 남 대표를 "기관장으로 다시 보기 어려운 우리 시대의 '사표(師表)'"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남 대표는 다음 달 6일 부산문화재단 대표 자리를 내놓고 그토록 그리워했던 학자의 길로 돌아간다. 이제는 그동안 미뤘던 이야기를 할 때다. 공무를 수행하는 기관장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해 '정상이 비정상이 된 사회'에서 남 대표가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보여준 모습은 본보기가 되기 때문이다.

초대 강남주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수장 공백 상태였던 부산문화재단 제2대 대표로 남 대표가 2011년 2월 취임했을 때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문단과 학계에서 인정받았지만, 말 많고 탈 많은 문화판에서 '문화 행정가'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청년 시절 목사를 꿈꿨던 남 대표는 성직자 같았던 평소 모습을 부산문화재단 대표로서도 그대로 실천했다. 우선 대표에게 배정된 관용차와 기사를 돌려보내고 자신의 승용차를 손수 운전했다. 행사에 갈 때면 남 대표가 차를 몰고 직원들이 동승하는 '기이한'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업무추진비 사용에도 엄격했다. 공적인 업무와 관련된 일 외에는 모두 자비를 썼다. 한 달에 한 번씩 갖는 문화예술 관련 기관장 모임에서 남 대표는 자신의 카드를 사용했다.

직원 사랑도 각별했다. 60명에 달하는 직원의 생일을 꼭 챙기면서 자비로 케이크를 사서 생일 파티를 열었다. 1년에 케이크 구입비만 수백만 원에 달해 부산문화재단 주위의 제과점 최고 고객은 남 대표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했다. 독서를 강조했던 그는 수시로 책을 사서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지난해 연말에는 부산문화재단이 부산시 산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나' 등급을 받아 600여만 원의 성과급이 배정됐으나 받지 않았다. 부경대 교수 시절보다 연봉이 3000만 원 적은 부산문화재단 대표를 맡으면서 단 한 번도 연봉 인상을 요청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사비를 털어 직원의 사기를 높였다. 남 대표가 평소 강조했던 '자기 희생'이 없다면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부산 문화 수장으로도 빛나는 성과를 이뤘다. 3년 동안 조직을 정비해 서울·경기문화재단과 겨룰 정도로 위상을 높였다. 또 전국 12개 시·도 문화재단 대표자회의 출범에 이바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간사 역할을 맡아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로 지역문화진흥법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제정됐다. '나눠 먹기' 폐해가 많았던 지역문화육성지원사업도 정리했다.

부산문화재단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2020 비전'을 만든 것도 남 대표였다.

평소 '대표'보다 '교수'로 불리기를 좋아했던 남 대표는 "더 맡아달라"는 간곡한 요청을 뿌리치고 학교로 돌아가 미뤘던 공부에 파묻히는 꿈에 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