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교향악단(시향) 관람료 인상 소식에 부산 문화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향을 비롯한 시립예술단(무용, 연극, 국악, 청소년, 합창) 전체로의 관람료 인상 도미노뿐만 아니라 문화회관 법인화라는 새로운 운영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부산 문화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시립예술단 관람료 전체 오를까

6일 문화회관에 따르면 1988년 개관 이래 부산문화회관은 '저렴한 가격과 수준 높은 공연'이라는 공공기관의 성격에 맞춰 시립예술단 관람료를 1만 원으로 묶었다.

하지만 1만 원 관람료 정책을 유지한 지 20년이 넘었고, 타 지자체 사례 등을 고려했을 때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여론이 이어졌다. 경기, 광주, 대전 등지의 시향 관람료는 R석 기준 3만 원, 대구는 1만5000원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출신으로 문화회관에 예술경영을 도입하고자 하는 박성택 문화회관 관장은 시향 관람료 인상에 적극적이었다. 박 관장은 "관람료가 저렴하다고 더 많은 관객이 드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돈을 더 주고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보고 싶은 이를 위한 차별화한 가격과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회관은 시향을 시작으로 시립예술단 공연 관람료 전체 인상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관객층이 두터운 시향부터 시작하지만 2만 원 관람료 정책이 안정되면 타 예술단에도 도입할 계획이다. 박 관장은 "1만 원대 공연은 오히려 '수준 낮은 공연'이라는 인식이 있다. 타 예술단도 관람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문화회관의 경쟁력 강화 정책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 관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시립예술단 관람료 현실화와 함께 문화회관 법인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화회관의 선진화와 지역 예술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공공기관에서 벗어나 법인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이다. 시는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달 부산발전연구원에 '문화회관 운영 개선 방안' 용역을 발주했다. 시 문화예술과 문화산업 김배경 담당은 "오는 4월 결과가 나와봐야 법인화에 관한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문화계 촉각 곤두세워

이에 관한 문화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음악학과 교수는 "시향 관람료 인상안을 보면 최저액은 유지하고 최고액만 올렸기 때문에 부담이 심한 것은 아니고 한번 시도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부로 관람료 부담을 느끼는 시민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김영수(38·회사원) 씨는 "그동안 부담없이 시향 공연을 즐겼는데 이제 유명 협연자가 출연하지 않는 이상 보기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최윤자(50·주부) 씨는 "가뜩이나 경기가 나쁜데 시향 관람료마저 올린다니 안타깝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음악계 한 인사 역시 "지난해부터 관람료 인상을 예고했다고 하나 사전에 관객 조사도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올려 시민이 당황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시향 관람료 인상 여파로 클래식 공연 티켓값이 줄줄이 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초자치단체 소속 문화회관 관계자는 "공연 가격 현실화는 공연의 품격 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시향 얘기를 듣고 우리도 심각하게 관람료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