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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희민 |
바람이 분다. 옷깃을 세우는 한겨울의 바람 속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숯가마에서 그릇을 굽는 장인은 그의 손끝이 무기요, 칼은 잡은 무사는 집 속에 든 칼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글 쓰는 사람은 자신이 쓴 글이 무기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이 왜 글을 쓰느냐고 묻는다면 그저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쓴다고 말한다. 글은 마치 주머니 속에 든 송곳과 같아서 대충 쓴 글이라도 끄집어내 놓지 않을 수 없다. 허투루 쓰는 글이든, 작심하고 쓴 혈서든 그게 남에게 보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허공에 쏘아 올린 말은 독백이지만, 글은 뼈가 있어서 그 위에 살이 붙고 부풀어 올라 생명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은 그저 쓰는 것이다. 고독한 작업이지만 남이 봐 주기를 기다리며 양분을 투여한 자신의 글에 살이 붙고 살아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소설적 감성이 풍부하지 못하다고 스스로 자조적인 판단을 했던 작품이다. 그래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런 글에 생명력을 넣어주어 살아 움직이게 한 심사위원 여러분께 오히려 그 영광을 돌리고 감사드린다. 더 큰 이유도 있다. 글을 쓸 때마다 디테일 부족이라는 꼼꼼하지 못함이 언제나 그림자처럼 나를 괴롭혔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음에도 제 작품을 채택해 주신 까닭에 그 감사함이 더하다.
특별히 부산에 살면서, 국제신문이 인정하는 부산 작가로 이름을 올리게 되어 영광이다. 여전히 바람이 분다. 오랜만에,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약력=1960년 목포 출생. 목포고, 목포 해양대 졸업. 30년 이상 부산 거주. 독서신문사 창립 40주년 신인문학상, 산악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