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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섬이 그린 '제비호와 아마존호' 삽화. |
- 1차세계대전 종군기자 출신 작가
- 데뷔 25년차 마흔여섯 살에 발표
- 아이들만의 비밀 존중하는 부모
- 진실 알고 정중히 사과하는 삼촌
- 아이들의 이상적 어른 담겨 있어
아서 랜섬(사진)은 1884년 영국 요크셔 지방에서 대학 교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럭비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지만, 중도에서 그만두고 런던의 한 출판사에 취직했다. 그는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편집하면서 소설 작법을 익혀, 신문이나 잡지 등에 많은 문예 평론을 발표했다. '데일리 뉴스', '맨체스터 가디언' 지의 해외 특파원으로 성공하면서 러시아, 중국, 이집트, 수단 등 세계 각지를 여행했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종군기자로 여러 차례 러시아를 여행하기도 한다. 당시 러시아의 매력에 한껏 고조되어 있던 랜섬은 뒷날 그곳의 옛이야기를 수집하여 '피터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러시아 이야기'를 발표하기도 했다. 신문기자를 그만둔 뒤 랜섬은 본격적으로 아동문학에 전념했는데, 1930년 '제비호와 아마존호'가 나왔을 때는 이미 작가로 인정받은 지 25년이 지난 후였고, 그의 나이 마흔여섯 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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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 랜섬 |
워커가의 아이들은 여름이면 리오 호숫가에 있는 농장으로 휴가를 간다. 남매인 존과 수잔과 티티와 오저는 갓 태어난 막내동생 비키만 남겨두고 모험을 찾아 항해를 떠난다. 목적지는 호수에서 발견한 무인도. 부모의 허락은 이미 받았고, 텐트, 나침반, 시계 등 야영에 필요한 도구도 다 갖추었으며 점검을 마친 '제비호'에서의 역할 분담도 끝났다.
선장에는 큰 형 존, 항해사는 큰 누나 수잔, 일등 선원으로 티티가 임명되었으며, 로저는 선원보를 맡기로 했다. 항해는 순조로웠으며, 무인도에 도착하여 텐트를 세우고 야영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신이 났다. 단 하나 호수 위에는 은퇴한 해적의 집배가 머물고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가끔 의문의 총성이 들리는가 하면, 해적 깃발을 단 배가 섬 앞에 나타나기까지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릴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적 깃발을 단 돛단배 '아마존호'를 타고 온 낸시와 페기는 무인도가 자신들의 섬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비호와 아마존호의 아이들은 금세 한통속이 되었으며, 집배에 사는 플린트 선장을 공격하는 데 힘을 합치기로 한다.
플린트 선장은 낸시와 페기의 삼촌으로, 작년까지 조카들과 잘 놀아 주다가 올해는 글을 쓴다는 이유로 조카들을 집배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해 아이들은 화가 나 있었고, 제비호 아이들은 플린트 선장으로부터 집배를 건드렸다는 부당한 의심을 받고 있는 터여서 두 배는 쉽게 동맹을 맺은 것이다. 전투의 결과 아이들이 승리하고, 플린트 선장의 오해도 풀리면서 선장과 아이들은 친구가 되어 우정을 다진다. 네 아이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간직한 채 무사히 농장으로 돌아온다.
'제비호와 아마존호'는 18년에 걸쳐 12권의 시리즈물로 완성되었으며, 1936년 여섯 번째 이야기인 '비둘기 집배원'으로 아서 랜섬은 제1회 카네기상 수상한다. '로빈슨 크루소'와 함께 사실주의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어린이들의 실제 생활을 진지하게 다룸으로써 후대 작가들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다. 195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은 무인도에 불시착한 영국 남학생들의 이야기다. '보물섬' '산호섬' '제비호와 아마존호'의 주인공들처럼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멋지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 아이들은, 다가올 비극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 어른들이 데리러 올 때까지 재미있게 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통치자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가 마침내 비참한 최후는 맞는다. '제비호와 아마존호'가 어린이들의 모험심과 자립심을 길러주기 위해 '환상의 섬'을 도구를 이용한 낭만적인 소설인 데 비해 '파리대왕'은 권력을 향한 인간의 야만성과 잔혹성을 보여주기 위해 '환상의 섬'이라는 도구를 이용한 디스토피아적인 작품이다.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비밀을 만들겠다고 하자 이를 꼬치꼬치 캐묻지 않는 부모, 아이들을 거짓말쟁이라고 몰아세우다가 진실을 알고 난 뒤에는 정중하게 사과하는 플린트 선장 등 '제비호와 아마존호'에는 아이들이 바라는 어른들의 이상적인 모습이 담겨 있다. 아버지가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바보가 되느니 물에 빠지는 게 낫다. 바보가 아니라면 물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랜섬은 '제비호와 아마존호'의 삽화를 직접 그렸는데, 펜과 잉크만으로 그린 흑백 그림은 소박하면서 소설과 잘 어울린다. 인물의 뒷모습만 보이는 그림을 두고 랜섬이 그림에 서툴러서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려는 작가의 의도로 보는 사람도 있다. -끝-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