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공재동의 아동문학 세상 <38> 아서 랜섬의 제비호와 아마존호

'환상의 무인도'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낭만적 모험 소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2-27 21:03:31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랜섬이 그린 '제비호와 아마존호' 삽화.
- 1차세계대전 종군기자 출신 작가
- 데뷔 25년차 마흔여섯 살에 발표

- 아이들만의 비밀 존중하는 부모
- 진실 알고 정중히 사과하는 삼촌
- 아이들의 이상적 어른 담겨 있어

아서 랜섬(사진)은 1884년 영국 요크셔 지방에서 대학 교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럭비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지만, 중도에서 그만두고 런던의 한 출판사에 취직했다. 그는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편집하면서 소설 작법을 익혀, 신문이나 잡지 등에 많은 문예 평론을 발표했다. '데일리 뉴스', '맨체스터 가디언' 지의 해외 특파원으로 성공하면서 러시아, 중국, 이집트, 수단 등 세계 각지를 여행했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종군기자로 여러 차례 러시아를 여행하기도 한다. 당시 러시아의 매력에 한껏 고조되어 있던 랜섬은 뒷날 그곳의 옛이야기를 수집하여 '피터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러시아 이야기'를 발표하기도 했다. 신문기자를 그만둔 뒤 랜섬은 본격적으로 아동문학에 전념했는데, 1930년 '제비호와 아마존호'가 나왔을 때는 이미 작가로 인정받은 지 25년이 지난 후였고, 그의 나이 마흔여섯 살이었다.

아서 랜섬
워커가의 아이들은 여름이면 리오 호숫가에 있는 농장으로 휴가를 간다. 남매인 존과 수잔과 티티와 오저는 갓 태어난 막내동생 비키만 남겨두고 모험을 찾아 항해를 떠난다. 목적지는 호수에서 발견한 무인도. 부모의 허락은 이미 받았고, 텐트, 나침반, 시계 등 야영에 필요한 도구도 다 갖추었으며 점검을 마친 '제비호'에서의 역할 분담도 끝났다.

선장에는 큰 형 존, 항해사는 큰 누나 수잔, 일등 선원으로 티티가 임명되었으며, 로저는 선원보를 맡기로 했다. 항해는 순조로웠으며, 무인도에 도착하여 텐트를 세우고 야영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신이 났다. 단 하나 호수 위에는 은퇴한 해적의 집배가 머물고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가끔 의문의 총성이 들리는가 하면, 해적 깃발을 단 배가 섬 앞에 나타나기까지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릴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적 깃발을 단 돛단배 '아마존호'를 타고 온 낸시와 페기는 무인도가 자신들의 섬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비호와 아마존호의 아이들은 금세 한통속이 되었으며, 집배에 사는 플린트 선장을 공격하는 데 힘을 합치기로 한다.

플린트 선장은 낸시와 페기의 삼촌으로, 작년까지 조카들과 잘 놀아 주다가 올해는 글을 쓴다는 이유로 조카들을 집배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해 아이들은 화가 나 있었고, 제비호 아이들은 플린트 선장으로부터 집배를 건드렸다는 부당한 의심을 받고 있는 터여서 두 배는 쉽게 동맹을 맺은 것이다. 전투의 결과 아이들이 승리하고, 플린트 선장의 오해도 풀리면서 선장과 아이들은 친구가 되어 우정을 다진다. 네 아이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간직한 채 무사히 농장으로 돌아온다.

'제비호와 아마존호'는 18년에 걸쳐 12권의 시리즈물로 완성되었으며, 1936년 여섯 번째 이야기인 '비둘기 집배원'으로 아서 랜섬은 제1회 카네기상 수상한다. '로빈슨 크루소'와 함께 사실주의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어린이들의 실제 생활을 진지하게 다룸으로써 후대 작가들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다. 195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은 무인도에 불시착한 영국 남학생들의 이야기다. '보물섬' '산호섬' '제비호와 아마존호'의 주인공들처럼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멋지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 아이들은, 다가올 비극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 어른들이 데리러 올 때까지 재미있게 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통치자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가 마침내 비참한 최후는 맞는다. '제비호와 아마존호'가 어린이들의 모험심과 자립심을 길러주기 위해 '환상의 섬'을 도구를 이용한 낭만적인 소설인 데 비해 '파리대왕'은 권력을 향한 인간의 야만성과 잔혹성을 보여주기 위해 '환상의 섬'이라는 도구를 이용한 디스토피아적인 작품이다.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비밀을 만들겠다고 하자 이를 꼬치꼬치 캐묻지 않는 부모, 아이들을 거짓말쟁이라고 몰아세우다가 진실을 알고 난 뒤에는 정중하게 사과하는 플린트 선장 등 '제비호와 아마존호'에는 아이들이 바라는 어른들의 이상적인 모습이 담겨 있다. 아버지가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바보가 되느니 물에 빠지는 게 낫다. 바보가 아니라면 물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랜섬은 '제비호와 아마존호'의 삽화를 직접 그렸는데, 펜과 잉크만으로 그린 흑백 그림은 소박하면서 소설과 잘 어울린다. 인물의 뒷모습만 보이는 그림을 두고 랜섬이 그림에 서툴러서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려는 작가의 의도로 보는 사람도 있다. -끝-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8. 8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9. 9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10. 10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4. 4[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5. 5'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6. 6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7. 7[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8. 8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9. 9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10. 10'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1. 1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2. 2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3. 3‘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4. 4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5. 5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6. 6나들이객 마음에 쏘~옥…유통가 의류·와인 행사 가을대전
  7. 7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8. 8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9. 9부산銀, 산업 전문성 더해 지역기업 금융 강화
  10. 10“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8. 8[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9. 9“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10. 10돔 최상층 ‘스카이홀’ 길이 600m 컨벤션 場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3. 3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7. 7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8. 8[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9. 9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