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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이 '강남 스타일'의 앨범 표지. 싸이는 케이팝의 성공 방정식과 다른 방식으로 세계화에 성공한 특이한 케이스로 평가받는다. 돌베개 제공 |
- 문화평론가 신현준
- 지리·경제·정치 등 주제로
- 대중음악의 특징 분석
대중음악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가능할까. 이는 최근 발간된 가요, 케이팝 그리고 그 너머의 저자 신현준이 오랫동안 고민해온 문제다.
1990년대 대중음악계에 강헌, 임진모같은 스타 평론가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방송과 신문, 음악 잡지 등을 누비면서 대중음악을 전파했다. 그 시기 스타 평론가 대열에서 만만찮은 내공을 보여주며 글을 쓴 주인공이 저자다.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면 흥미를 끄는 요소가 많다. 그는 1993년 서울대 경제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학위 논문 대신 대중서인 존 레논 평전 '이매진: 세상으로 만든 노래'를 펴냈다. 책이 나오면서 그는 '문화평론가' 또는 '대중음악 평론가'로 불렸고 그의 글은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2001년 '음악산업 시스템의 지구화와 국지화: 한국의 경우'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이듬 해 논문을 다듬어 '글로벌, 로컬, 한국의 음악산업'을 출판했다. 대중음악 평론가에서 본격적으로 대중음악을 파고드는 연구자로 돌아간 것이다.
저자가 새롭게 세상에 내놓은 책은 대중음악을 다루고 있지만 가볍지 않다. 평론가보다 연구자 입장에서 쓴 탓이다. 그렇다고 논문처럼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다. 대중을 위한 글쓰기에 익숙한 저자의 글솜씨로 인해 책을 쉽게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나뉜다. 1장은 지리, 2장은 경제, 3장은 역사, 4장은 정치, 5장은 일상을 주제로 한다. 각 장의 주제가 다소 추상적으로 다가오지만 알고보면 명료하다. 제1장 지리는 가요가 한류, 케이팝이라는 이름으로 글로벌화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제2장 경제는 대중음악의 산업적 측면을 분석한 것이다. 나머지 부분의 내용도 주제만으로 대략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뜨거운 단어 '케이팝'에 대한 저자의 분석을 따라가보자. 지금은 한국 대중음악을 케이팝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화됐지만 2000년대까지 잘 사용되지 않았다. 대신 '가요'라는 단어가 지배적이었다. 케이팝이라는 용어는 대중음악의 한류가 시작되고 SM엔터테인먼트의 보아와 동방신기 등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게 되자 일본 언론이 쓰기 시작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저자는 "케이팝은 타자가 호명한 것이자 국경을 넘는, 이른바 월경적 실천의 산물"이라고 정의한다. 또 가요가 국내에서 생산, 소비, 순화된 것에 비해 케이팝은 글로벌화된 지형에서 생산, 소비, 순환한다. SM, YG, JYP엔터테인먼트의 해외 진출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저자는 전 세계 소년 소녀들이 케이팝에 열광하는 현상을 팝 완벽주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케이팝에는 부드러운 멜로디, 뛰어난 가창력, 아름다운 신체, 최면적인 춤 등 매력적이고 위협적이지 않은 요소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또 무대 밖의 케이팝 아이돌들이 착하고 겸손한 이미지를 만들어 안전한 콘텐츠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싸이의 '강남 스타일' 성공이 기존 케이팝이 구축했던 성과와는 차별화된다고 지적하면서도 구체적인 해답 찾기는 일단 보류한다.
저자의 분석은 경제, 역사, 정치, 일상으로 넘어갈수록 더욱 예리해진다. 케이팝과 본격적인 음악산업의 진흥 과정을 꼼꼼하게 짚어보고 그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 대중음악이 국내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이어지고 발전해왔는지, 정치와의 오랜 투쟁에서 어떻게 생존했는지 저자 자신의 경험담을 넣어서 설명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류와 케이팝의 화려한 현상 뒤에 숨겨진 본질에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케이팝을 즐기기에 앞서 그 참 모습을 한 번쯤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