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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랑새' 초판본 삽화. |
- '신비한 운명만이 세상의 실체'
- 노벨문학상 작가 세계관 투영
- 선명한 청록색 띄는 여름철새
- 우리 전래민요 등에 곧잘 등장
- 현실 등한시하고 이상만 꿈꾸는
- 정신질환 이름으로 차용되기도
모리스 메테를링크는 벨기에의 시인이자 극작가로 1862년 겐트 지방의 프랑스어권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겐트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모국어인 프랑스어 외에도 가정교사로부터 영어와 독일어를 배웠다. 아버지의 권유로 켄트대학에서 법률학을 전공하였으나, 문학에 마음을 빼앗겼던 메테를링크는 대학을 졸업하고 곧장 파리로 가서 시인들과 어울렸다. 그곳에서 이뤄진 빌리에와의 만남은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고 커다란 충격이었으며, 빌리에를 통해 신비와 운명과 저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아버지의 간청에 못 이겨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변호사 사무소를 개업했다. 법률 일을 하면서도 문학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하고 시집을 내고 희곡을 발표했다. 1895년 '루팡'의 작가 루블랑의 여동생인 졸제트와 결혼하고 파리로 이주했다. 아내의 내조와 비판은 그로 하여금 생에 대한 강렬한 의욕을 갖게 했으며, 이 시기인 1908년 동화극 '파랑새'를 발표했다. 극 형식이기는 하지만 동화적인 요소가 강한 이 작품은 신비한 운명만이 우주의 실체이며, 그 밖의 것은 가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그의 세계관과 인생관이 가장 잘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화극 '파랑새'는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 희곡은 1908년 모스크바의 예술 좌에서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연출로 초연되었다. 1940년 테크니칼라에서 셜리 템플이 주연한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오늘날 메테를링크 하면 '파랑새'의 작가로 널리 알려질 정도로 그는 '파랑새'로 유명한 작가 반열에 올랐으며, 1911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가 프랑스에 침입하자 미국으로 건너가 몇 년을 보내다가, 전쟁이 끝나자 프랑스로 돌아와 1949년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 가난한 나무꾼의 아이 틸틸과 미틸은 촛불을 켜고, 휘황하게 불을 밝히고 준비한 선물을 주고받는 이웃집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와서 아버지가 나무하러 갈 수가 없게 되자 집안에는 먹을 것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때 방문이 열리고 불쑥 방으로 들어서는 마술 할멈은 병을 앓고 있는 딸아이를 위해 파랑새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두 아이에게 다이아몬드가 박힌 녹색의 모자를 준다. 다이아몬드를 돌리자 주위는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틸틸과 미틸은 빛과 개와 고양이를 데리고 파랑새를 찾으러 나선다. 두 아이는 여러 나라에서 이상한 사건들을 경험한다.
'추억의 나라'에서는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일찍 죽은 동생들을 만나고, '밤의 궁전'에서는 병과 공포와 불행과 전쟁의 원인이 되는 요정을 만난다. 두 아이는 이곳 화원에서 파랑새를 잡지만, 밝은 곳으로 나오는 순간 새는 죽어버린다. '행복의 궁전'에서는 잠시 진정한 행복을 본다. '건강의 행복' '정의의 행복' '맑은 공기의 행복' '부모 사랑의 행복' '푸른 하늘의 행복'이 그것이다. '미래의 나라'에서는 태어날 아이들을 만나고, 지구의 미래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두 어린이는 끝없이 긴 여행을 하지만, 결국 파랑새를 찾지 못하고 실망만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와서야 두 아이는 깨닫는다. 파랑새는 바로 자기들이 집에서 기르던 새라는 것을.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일본어판을 그대로 중역하였기 때문에 주인공 소년 소녀 '틸틸과 미틸'의 일본식 발음인 '치루치루와 미치루'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혜은이가 부른 동요 '파란 나라'에도 '찌루찌루의 파랑새'로 표기할 정도로 모두가 일본식 표기에 익숙해져 있다. 1987년에 MBC에서 방영한 일본 애니메이션 '틸틸과 미틸의 모험'에서 그동안 일본식 발음인 '치루치루와 미치루'는 원어 표기인 '틸틸과 미틸'로 바꾼다고 밝힌 바 있으나,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 이름은 낯설게 느껴진다.
몸길이 30㎝쯤에 선명한 청록색의 여름 철새인 파랑새는 5월이면 쌍쌍이 우리나라 전 지역으로 찾아온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않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파랑새는 전래민요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와는 친근한 새다. '보리피리'의 시인 한하운은 1945년 지병인 한센씨병이 악화하자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인 함경남도 함주를 떠나 월남한다.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어/ 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오리//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리'. 실의에 빠져 전국을 유랑하던 비극의 시인 한하운에게도 파랑새는 영원한 안식의 상징이었다.
'파랑새는 있다'. 1997년 4월 26일부터 1997년 11월 30일까지 매주 토, 일 저녁 7시 50분에 방영되었던 KBS 2TV의 주말 드라마이다. 밤무대 차력사, 전직 창녀, 무명가수, 사기꾼 등 하층민들의 애환을 그린 작품으로 오래 기억에 남아있다. '파랑새증후군'이라는 현대사회의 정신질환도 있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상만을 추구하는 병리현상으로, 한 보고서에 의하면 직장인의 60%가 이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파랑새'가 희망의 새이지만, 채울 수 없는 현대인의 욕망 앞에서는 절망의 새가 되기도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