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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재동의 아동문학 세상 <34> 노먼 린지의 '마법 푸딩'

음식에 대한 아이들의 달콤한 상상력·호기심 자극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1-29 19:11:31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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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톰 소여의 모험' 맞먹는
- 호주 최초 판타지 아동문학 고전
- 도둑맞은 마법의 푸딩 찾는
- 코알라 펭귄 수탉 앵무새 모험
- 100여 컷 삽화 통해 웃음 선사

한 입 베어 먹어도 감쪽같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아무리 먹어도 줄지 않고, 먹는 사람의 상상에 따라 자유자재로 모양이 바뀌는 음식, 어린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공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노먼 린지의 '마법 푸딩'은 오스트레일리아 최초의 판타지 동화이며, 음식물 판타지로는 세계 최초로, 어린이들의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갖는 집착과 기대와 열망과 상상을 완벽하게 구현해낸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알다시피 푸딩은 계란에 설탕과 우유를 섞어서 오븐에 굽거나 찌고 캐러멜 시럽을 얹은 서양인들이 즐겨먹는 디저트 음식 중 하나이다. 서양인은 동양인에 비해 훨씬 더 단맛에 길들여져 있다. 미국인들이 1년에 4만여t을 소비한다는 마시멜로, 해리 포터의 등장인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먹어대는 사탕 젤리, 빵가루에 계란과 설탕, 우유를 섞어 만든 푸딩, 껍질 벗긴 과일에 설탕을 넣어 졸인 잼, 오렌지 레몬 등 감귤류를 껍질째 저며 설탕 조림을 해서 만든 마멀레이드. 이처럼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에 빠질 수 없는 약방의 감초가 바로 설탕이다. BC 320년께 인도를 정복한 알렉산더가 설탕을 가져감으로써 유럽에 전해졌다고 하는데, 유럽의 단맛은 그 원산지가 동양인 셈이다.

   
노먼 린지는 1879년에 오스트레일리아의 빅토리아 주에서 열 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고, 열일곱 살 때 집을 떠나 멜버른으로 가서 신문에 삽화를 그렸다. 린지는 다양한 창작 기법을 시도하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유화와 드로잉, 판화, 수채화를 남겼으며, 11권의 장편소설도 발표했는데, 이들 소설은 편협하고 고루한 생각을 가진, 유머 감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 쓴 것이라고 했다. 린지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그의 이름을 후대에 남기게 한 작품은 역시 동화였다. 1918년 발표한 '마법 푸딩'이 그것이다. 먹기를 좋아하고 먹으면서도 다투기 일쑤인 어린이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고 저자는 말한다. 평생 재미없는 것과 점잖은 척하는 청교도 같은 사람들의 지루함에 대항하는 데 열정을 바친 린지는 1969년 아흔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의욕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뚱한 얼굴에 탁하고 성난 목소리로 주인을 호령하는 거만한 푸딩 앨버트는 아무리 먹어도 줄지 않고, 먹는 사람의 상상에 따라 자유자재로 모양이 바뀌는 마법 푸딩이다. 마법 푸딩에 눈독을 들이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푸딩 전문 도둑들이 어느 날 드디어 훔치는 데 성공한다. 푸딩의 주인들은 곧바로 도둑맞은 푸딩을 찾기 위한 험난한 길을 떠난다. 박학다식하고 교양 있는 코알라 버닙 블루검, 성급하지만 친구와 푸딩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빌 바나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익살을 떠는 펭귄 샘 소노프. 그들은 길을 가는 내내 으르렁거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달래주고 추켜세우는데 그 모습이 한없이 정겹다. 코알라, 펭귄, 수탉, 앵무새 등 아이들에게 친근한 동물들을 개성에 따라 섬세하게 그린 저자의 100여 컷이나 되는 삽화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둑을 검거하는 데 발생하는 모든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떠넘기에 바쁜 검사, 판결이야 어떻게 되든 높은 자리에 앉아 포도주나 마시면서 거만을 떠는 판사 등 세태에 대한 풍자도 잊지 않는다. 책 속에는 군데군데 주인공들이 화나거나 웃음이 날 때 리듬에 맞추어 부르던 신나는 노랫말을 끼워넣었는데, 지금도 오스트레일리아의 학교에서는 어린이들이 즐겨 암송하고 문장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입에 감기는 노랫말과 금방이라도 책 밖으로 튀어 나올 것 같은 익살스러운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묘사는 독자에게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미국인들에게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이 있다면, 호주인들에게는 노먼 린지의 '마법 푸딩'이 있다고 할 정도로 이 판타지 동화는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2000년에는 멜버른 국립식물원에 있는 어린이 정원의 중앙에 주인공 버닙 블루검과 그의 친구들인 빌 바나클, 샘 소노프의 조각상을 세웠다. 노먼 린지가 살던 집은 내셔널 트러스트사가 린지 박물관으로 개조해 운영 중이다. '마법 푸딩'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즐겁고 잊지 못할 웃음을 선사한 노먼 린지는 오스트레일리아 화가와 작가들의 왕조를 창시했다는 평가와 함께 이 한 편의 동화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호아킴 데 포사다의 '마시멜로 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만 300만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실험 대상이 된 네 살 박이 아기들에게 마시멜로 한 개가 주어지고, 15분을 먹지 않고 참으면 한 개를 더 준다는 약속을 한다. 이때 먹지 않고 15분을 참은 아기들 중 하나가 자라 어른이 된 후 큰돈을 모아 부자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아직 너의 마시멜로를 먹지 말라'는 이 책의 교훈은 어른들에게도 쓴맛일 것이다. 그저 유쾌하게 웃고 떠들고 노래하는 주인공들을 따라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의 끝에 닿는 '마법 푸딩'이야말로 공부에 지친 어린이들에게는 더 없는 청량제가 아닐까.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는 데는 이런 가벼운 독서가 단연 최고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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