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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텐의 '밤비' 초판본의 그림 . |
- 외로운 어린시절 보냈던 작가
- 숲속 생태관찰 경험 담아 저술
- '충격적 감동' 받은 월트 디즈니
- 7년의 세월 바쳐 애니로 제작
펠리스 잘텐은 186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당시 헝가리는 오스트리아 제국에 속하여 있었으므로 잘텐은 오스트리아 작가이다. 펠리스 잘텐은 필명으로 본명은 지그문트 잘츠만이다. 광산업을 하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잘텐이 태어난 지 3주 만에 빈으로 이사했다. 19세기 후반에 비엔나는 유대인에 대한 완화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잘텐의 가족도 헝가리를 떠나 빈으로 와서 살게 되었지만, 집안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교에 다니고 가계도 도와야 했다. 가난하고 고독했던 그는 방학이 되면 빈 숲으로 가서 동물들의 생태를 유심히 관찰하곤 했는데, 이때의 체험이 동물 소설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10대 후반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호프만슈탈, 슈니츨러, 바알 등 당시 활약하던 청년 작가들로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빈의 신진 작가 그룹인 '청년 빈 파'의 멤버로 활동했다. 잘텐은 다니던 보험회사를 그만두고 빈 신문에 극장 평을 쓰는 전임 작가가 되었으며, 단편, 희곡, 소설, 여행기, 수필집 등을 발간하고, 시나리오와 오페레타도 썼다. 1923년 출간된 '밤비'로 그의 이름은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으며, 이후 사슴 밤비를 주인공으로 한 일련의 소설들을 썼다.
'밤비'는 오스트리아에서는 그리 좋은 평을 듣지 못했지만, 영국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특히 미국에서는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1927년 잘텐은 오스트리아 펜클럽 회장으로 선출되었으며, 인기 여배우 오틸리 메츨과 결혼하여 두 자녀를 두었다. 1933년 히틀러가 정권을 잡고 나치 세력이 오스트리아에 미치자 펜클럽 회장직을 내놓고, 1938년 미국으로 망명하였으며, 그 뒤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여생을 보내다가 1945년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평화로운 숲 속의 어느 봄날 한 마리의 수사슴이 태어난다. 어미는 갓 태어난 아기 사슴에게 밤비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밤비가 걷게 되자 어미 사슴은 숲 속을 함께 거닐며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우쳐 주었다. 친절한 토끼 덤퍼는 밤비에게 숲 속 생활의 요모조모 가르쳐 주고, 수줍은 아기 스컹크 플라워와도 친구가 된다. 숲 속의 황태자 늙은 수사슴과의 만남은 밤비에게는 커다란 행운이었다. 훗날 밤비의 친아버지로 밝혀진 늙은 수사슴은 밤비에게 숲 속 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지혜를 가르쳐주었으며, 그의 실천을 통한 교육과 아들에 대한 끝없는 사랑, 지도자로서의 의연한 모습 등은 밤비에게 더 큰 삶의 의미와 존재 가치를 깨닫게 해주었다.
어느 겨울날 사냥꾼에 의해 엄마 사슴이 죽자, 홀로 남겨진 밤비는 외로움과 슬픔 속에서 모진 겨울을 보낸다. 새로운 봄을 맞이한 밤비는 슬픔을 딛고 씩씩한 청년으로 자라 암사슴 펠린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덩치 큰 사슴 론노가 나타나 펠린을 빼앗으려 하고, 밤비는 펠린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용감하게 싸워 물리친다. 가을이 되자 인간들이 동물 사냥을 위해 캠프를 설치하고 개들을 풀어 놓아 숲은 위기에 처한다. 밤비는 숲 속 동물들과 힘을 합쳐 숲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고비마다 아버지 늙은 수사슴의 도움을 받으며 슬기롭게 위기를 헤져나간다. 또다시 봄이 오고 어느새 밤비는 숲의 평화를 지키는 지혜롭고 용맹스러운 지도자로 훌륭하게 성장한다. 햇빛에 반짝이며 푸름을 자랑하던 나뭇잎이 땅에 떨어지고 숲 속에 위험이 닥치면, 서로 잘난 체하며 싸우던 어치며 까치, 박새들도 한마음이 돼 서로 도우며 위험 경고를 보낸다.
숲의 생태에 대한 지은이의 섬세하고 정확한 관찰은 한 편의 거대한 숲의 서사시처럼 아름답다. '밤비'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이별과 해후, 투쟁, 자연과 인간에 의한 위협 등을 교묘하게 배분하여, 긴장의 순간이 지나면 평온이 찾아오는 과정들을 절묘하게 묘사한다. 수많은 동물 판타지 중에서도 출생에서부터 성장까지 한 동물의 일생을 다룬 성장 소설로는 '밤비'가 최초이다.
1935년 이 작품을 읽고 충격적 감동을 한 월트 디즈니는 7년이라는 긴 세월을 바쳐 엄청난 인력과 물자를 동원해 한 편의 영화로 만들었다. 월트 디즈니사의 정규 극장판으로는 5번째이다. 1940년 중간 시사회에서 월트 디즈니는 그의 인생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을 연출했는데, 애니메이션 앞에서 눈물을 흘린 것이다. "너무 훌륭하다!" 월트 디즈니는 그렇게 외쳤고, 이 말은 훗날 영화를 관람한 수많은 관객이 이구동성으로 외친 바로 그 한마디가 되었다. 월트 디즈니 덕분에 펠릭스 잘텐의 '밤비'는 시대를 초월한 불멸의 작품으로 남을 수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잘텐의 '밤비'에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심오한 진리와 삶의 신비가 녹아있다.
어린이들에게는 자연의 이치와 존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으로, 삶에 지친 어른들에게는 안식과 함께 생명의 빛을 열어주는 신비한 마력을 지닌 작품으로 권장할 만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