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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졌던 녹슨 기찻길서 파리의 심장이 뛴다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김정후 지음 /돌베개 /1만6000원

  • 국제신문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13-11-22 19:50:26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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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산업유산의 유쾌한 재활용 사례
- 예술가 놀이터로 변신한 런던 양조장
- 환경 공원으로 탈바꿈한 독일 제철소
- 재생 꿈꾸는 부산이 나아갈 방향 제시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처음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책 속의 사진을 구하기 위해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지방자치단체에서 많이 참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 점이 핵심이다. 특히 부산이 공부해야 할 부분이 많다. 도시 재생에 매달리는 부산의 공무원과 건축가, 도시사회학자 그리고 시민이 이 책을 본다면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부산은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활용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이 책에 비슷한 사례가 소개돼 있다. 그것도 가장 먼저 등장한다. 예술과 문화의 도시 파리에서 조성한 '프롬나드 플랑테'다.

   
1993년 파리 12구에 등장한 '나무로 조성된 산책로'라는 뜻인데, 방치된 폐선 부지를 아름답고 편안한 산책로이자 독특한 문화예술 및 상업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로 손꼽힌다. 특이한 것은 파리 시내를 관통하는 길이 4.5㎞의 이 폐선 부지의 상당 부분은 지상이 아니라 10여 m 높이에 설치된 철길과 이를 지탱하는 거대한 아치형 하부구조였다. 프랑스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공중 산책로'로 탈바꿈시켜 시민 휴식 공간이자 도시를 감상할 수 있는 '조망대'를 만들었다. 더 나아가 프랑스 역시 고가 철로 밑의 슬럼화가 사회적 문제였는데 이 부분을 재활용하면서 예술 관련 상점과 아틀리에가 들어서게 해 지금은 파리의 명물 중 하나가 됐다.

파리의 예는 유럽에서 벌어진 산업유산 재활용 사례 중 극히 일부분이다. 영국으로 가보자. 세계 문화예술의 수도로 불리는 '웨스트 엔드'는 런던의 중심지다. 그 반대편 '이스트 엔드'는 대표적인 빈민가였다. 그곳에 1988년 문을 닫은 대형 양조장 트루먼 브루어리가 있었다. 이곳으로 가난하고 자유분방한 전위적인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어 몇 년 후에는 1만 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공간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영국 창조 산업의 아지트로 불린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 2007년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 있던 '카타야노카 감옥'은 '베스트 웨스턴 프리미어 카타야노카 호텔'로 간판을 바꿨다. 기존 감옥을 106개의 객실을 가진 최고급 호텔로 리노베이션하는데 든 비용은 220억 원에 불과했다.

그것뿐인가. 독일 뒤스부르크 티센제철소의 변신은 더욱 놀랍다. 60만 평의 광활한 대지에 버려진 엄청난 고철 덩어리는 한 선구적인 조경건축가에 의해 환경공원으로 변신했다. 단순히 조경을 더해 환경공원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굴뚝은 전망대, 용광로는 물을 채워 스킨스쿠버장, 대형 철제 파이프는 어린이용 미끄럼틀, 광석 저장고 외벽은 암벽 등산코스로 활용해 창의성에는 한계가 없음을 보여줬다.

산업 유산을 재활용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성공 사례는 2000년 10월 런던 템스 강 변에 흉물로 방치된 화력발전소를 리노베이션해 문을 연 테이트모던 현대미술관이다. 건축가이자 도시사회학자인 저자는 영국에서 10년 넘게 활동하면서 유럽의 산업유산 재활용 현장을 누볐고 그 결과물을 이 책에 담아냈다.

우리는 늦은 편이다. 유럽은 20세기 말 산업유산 재활용이 활발하게 전개돼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 성공 사례를 분석해 이제는 우리나라에 도입해야 한다. 부산은 절실하다. 한국 현대사의 보고라 불렸던 부산은 그동안 개발 논리를 앞세워 옛 건물이라면 무조건 허물어 아껴야 할 보물들을 너무 많이 잃어버렸다.

그런 면에서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가스 저장고 '가소메터 시티'의 재활용 과정에서 보여준 정책 입안자들의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시 중심지에 자리 잡은 버려진 초대형 가스 저장고에 대해 시민들이 철거를 원하자 시 책임자는 "우리 도시 역사의 한 부분으로 보존하는 것이 옳다. 이후 어떤 방식으로든 재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여의치 않으면 미래를 위해 남겨두자"고 시민을 설득했다.

<사진설명>
1. 핀란드의 헬싱키에 있었던 카타야노카 감옥이 '베스트 웨스턴 프리미어 카타야노카 호텔'로 변신한 뒤 내부 모습.

2. 고철로 가득했던 독일 티센제철소를 환경과 레크레이션 공원으로 바꾼 뒤스부르크 환경공원.

3. 프랑스 파리 도심부를 관통하는 폐선 부지를 산책로로 변신시킨 '프롬나드 플랑테'. 뢰이 터널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4. 영국 런던의 템스 강 변에 버려진 수력발전소를 레스토랑과 갤러리로 재탄생시킨 와핑 프로젝트.

5. 영국 런던의 버려진 대형 양조장이 젊은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변신한 이스트 엔드의 트루먼 브루어리. 돌베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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