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대 임권택영화예술대 연기과 학생들이 졸업작품인 '세 자매' 공연을 앞두고 연습하는 모습.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가 쓴 4대 희곡은 '갈매기', '바냐 아저씨', '벚꽂동산', '세 자매'이다. 이 중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은 '갈매기'와 '바냐 아저씨', '벚꽂동산'은 부산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 유독 '세 자매'만 부산 무대와 인연이 없었다. 부산의 한 중진 연출가는 "'세 자매'를 공연하려면 연기력이 뛰어난 여배우 3명을 포함해 많은 배우가 필요한데 지역 극단 중 그런 능력을 갖춘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단편소설을 확립한 작가 체호프는 800여 편의 단편소설을 남겼다. 이 가운데 200자 원고지 20매 내외의 콩트가 많은데 체호프 특유의 재치와 함께 극적인 반전이 묘미로 꼽힌다. 희곡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세 자매'의 경우 공연 시간이 2시간30분일 정도로 길고 난해하다. 평범하고 건조한 대사 속에 삶에 대한 감정이나 생각 등이 담겨 있어 표현하는 배우도, 지켜보는 관객도 해독하기 쉽지 않다.

그런 '세 자매'가 처음으로 부산 무대에 오른다. 오는 30일 오후 7시와 다음 달 1일 오후 3시 소향뮤지컬씨어터 무대다. 이번 공연은 동서대 임권택영화예술대 연기과 학생들이 졸업작품으로 선보인다.

애초 학생들은 체호프의 작품들을 후보로 놓고 고민하다 '세 자매'를 선택했다. 부산에서 공연된 적이 없었고 작품 자체도 어려워 배운다는 생각으로 달려들었다. 조기왕 지도교수가 러시아 유학파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공연은 조 교수의 지도를 받으면서 학생들이 연출과 제작, 연기까지 모두 맡았다. 4학년 13명과 1, 2학년 4명 등 총 17명이 배우로 등장하고 배우들은 별도로 스태프의 역할도 한다.

이 작품은 포병 부대가 주둔하는 지방 도시를 배경으로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사망 뒤에 남겨진 세 자매와 그들을 둘러싼 군인과 인간 군상의 모습을 묘사한다. 제정 러시아 시기의 암울한 현실과 거기서 벗어나려는 인간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학생들은 지난 9월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기 전 작품이 쓰인 180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 러시아의 정치, 사회, 문화적인 상황에 대해 공부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극 중 등장하는 죽음, 불륜, 사랑 등은 20대 학생들이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고 그것들을 감정적으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학생들이 체계적인 연기 교육을 받아 연기력은 갖췄지만, 나이가 어려 삶의 깊이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감정 표현이 어려운 부분에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사람과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산업단지 캠퍼스 조성사업'의 하나로 정부 지원을 받아 무대와 의상 등의 분야에서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산학협력의 한 모델을 제시한다. 무료. 문의 010-2682-9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