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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역설의 공간-부산 근현대의 장소성 탐구 <16> 영화의전당

BIFF 해운대 쏠림현상 … 효율성이 '남포동 향수'까지 지울 수 있을까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1-12 19:52:0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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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비행장 터에 조성된 센텀시티의 핵심 공간으로 탄생한 영화의전당. 부산국제영화제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누구나 함께 모여 즐기는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국제신문DB
- 영화제 원도심서 나고 자라
- 성장하며 센텀시티로 이동
- 영상관련 기관도 속속 집결
- 명실상부한 영화도시 면모

- 메인 행사장 된 영화의전당
- 역사·장소 스토리 아직 빈약
- 축제 끝나면 '외딴 섬' 전락

- 영화사랑 시민과 함께하는
- 공간의 가치 되새겨 봐야

지금은 '센텀시티'로 알려진 이 공간은 이전에 수영 비행장이 있던 곳이었다. 이곳을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유는 쫓기다시피 나간 다른 여느 철거지역처럼 삶의 질펀한 이야기들이 회자하지 않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이곳은 옛 추억을 덮고 부산의 가장 핫한 플레이스 중 하나인 '센텀 영화영상혁신지구 영화영상타운'으로 조성되어 부산이 영화도시임을 나타내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었다.

■BIFF의 성공이 건립 기폭제 역할

   
지난달 영화의전당에서 개최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배우들이 레드카펫 행진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1996년 비경쟁영화제로 시작한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한국 및 아시아영화의 지원, 새로운 작가의 발굴, 세계 영화계에 아시아 영화를 알리는 국제적 규모의 행사다. 비경쟁 부문으로 출범한 만큼 초기의 이 영화제는 예술영화와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아시아의 수준 높은 영화를 중심으로 구성하여 새로운 관점에서의 영화제로 호응을 얻었다.

비관적으로만 보였던 영화제의 연이은 성공은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과 더불어 차가웠던 언론도 돌려놓았고, 부산지역 영상산업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 이에 힘입어 전용관인 '영화의전당'건립이 추진되었고, 이곳은 2011년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부터 공식 상영관으로 지정되어 개막식과 같은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 있던 시네마테크도 2011년 9월 영화의 전당 안으로 이전하였다.

하드웨어가 구축 되자, 이제 그 속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들을 옮겨와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그동안 서울에 있었던 영화·영상·게임 공공기관 3곳 중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가장 먼저 이전을 했고, 이어 영화진흥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이전이 뒤를 잇게 되었다. 2005년부터 추진된 영상기관의 부산 이전 사업이 마무리 돼 이 도시는 명실상부한 영화도시로서의 기능을 갖추게 되었다.

■'부산영화=남포동' 등식 파괴

우리의 기억 속에 영화와 관련된 오랜 장소는 해운대구가 아니라 중앙동, 광복동, 남포동 일대의 원도심이다. 2011년 '영화의전당' 건립 이전까지 부산국제영화제는 이곳 원도심의 장소성을 결합한 축제였다. 이곳은 한국 최초의 극장이었던 '행좌'를 시작으로 뒤를 이어 7개의 극장이 밀집해 들어섰고, 한국 최초의 영화제작사인 '조선키네마주식회사'도 인근에 있는 장소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비프(BIFF)광장 내에 행좌가 있었던 곳에 표지석을 세우고, 유명 영화인들의 핸드 프린트가 바닥을 수놓았다. 이러한 역사성은 부산 국제영화제가 왜 원도심에서 출발하였는가를 충분히 설명해준다.

영화제가 열리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영화 관람뿐 아니라 인근의 국제시장과 깡통시장에서 펼쳐지는 먹거리, 볼거리들을 즐기며 부산의 모습 중 가장 '날 것'을 경험하고 돌아갔다. 물론 해운대와 수영만 요트 경기장, 남포동 일대를 세 꼭지로 하여 부산의 해양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해 여러 행사를 진행하긴 했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영화 관련 다양한 시설들이 센텀시티에 집결되고, 그곳에서 부대행사까지 진행되는 이상 이제는 원도심이 함께할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마 이곳에서의 기억들은 점점 희미해진 채 예전에 영화 관람을 위해 들렸던 추억만 남은 아련한 향수만 남아있게 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현대적 계산에 의한 '효율성'이 사회적 관계로 형성된 진한 '장소애(愛)'를 넘어설 수 있을까?

■아직은 스토리가 부재한 공간

부산국제영화제의 연이은 성공은 이곳에 새로운 로컬리티를 만들어줄 공간을 기획하게 했고, 효율성을 위한 명분 아래 영화나 영상이 조금이라도 관련된 기관이라면 어떻게든 집결해 놓았다. 그동안 논란이 된 '영화 박물관' 건립 또한 접근성의 문제를 내세우며 중구와 해운대구가 서로 유치하겠다고 갈등을 빚었다.
그렇지만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공간적인 접근은 있지만, 사회적으로 먼 관계는 오히려 더 큰 거리감과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물리적인 근접이 곧 사회적으로 느끼는 가까움은 아니라는 것이다. 공간적 접근으로부터 사회적 접근을 추론하는 것을 '환상'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역사성과 장소성의 스토리가 없는 생뚱맞은 이곳 센텀시티에 이제 10여 년 정도의 이야기를 가진 '영화'라는 코드와의 이식 작업은 크고 작은 진통을 좀 더 겪어야 할 모양이다.

또한 아직 대부분의 영화 제작사들이 여전히 서울에 남아있고, 음반, 비디오, 게임 및 공연물의 제작 역시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굵직한 가지는 옮겨놓았으나 그것에 달린 여러 잔가지들과 잎사귀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와 함께 연동하지 못한다면, 부산은 이름만 유명무실한 영상도시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위험성이 남아 있다.

■'함께 하는 공간'의 가치 기대

매년 10월이면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로 인해 온 도시가 들썩인다. 거리마다 영화제를 알리는 배너들이 걸리고 '영화의 바다로 빠져보자', '이 영화 어때요?' 라는 문구들이 언론사의 헤드라인에 걸리면서 축제가 시작되기도 전에 소란스러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어느 날 영화제의 중심 공간으로 홀연히 등장한 '영화의전당'은 요란했던 레드카펫 행사와 유명배우와 감독들로 북적였던 10일간의 일정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나면, 이제 고요함을 넘어선 공허함만이 현대식 건축물의 웅장하고 세련된 외관과 함께 덩그러니 남겨졌다.

물론 영화제 이외에도 다양한 기획과 프로그램들로 인해 바쁜 시스템이 소리 없이 돌아가고 있을 테지만, 막대한 예산과 더불어 거대한 공간으로 들어선 이곳 영화영상타운은 일반 시민이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화려한 섬처럼 자리 잡고 있다. 혹시 '두레라움'을 기억하는가? 이것은 '영화의전당'이라는 공식 명칭이 생기기 전 7여 년간 불렸던 이름으로, '함께 모여(두레) 즐기는(라움) 자리'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영화의전당이 영화와 관련된 '기능'을 하는 의미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두레라움은 함께 어울려서 영화를 즐기는 '가치'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애칭으로 남겨두기로 했다는 두레라움이라는 이름의 흔적은 이제 가상공간의 주소(http://www.dureraum.org)에만 남아있을 뿐이다.


# 예전에도 굵직굵직한 행사 치러…부산, 영화제 개최 여력 탄탄

   
부산은 예전에도 굵직한 영화제를 치러낸 경험이 있는 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1976년 6월 15일~17일, 부산개항 100주년을 기념해 제22회 아시아영화제가 이곳 부산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지방 최초로 개최되었다. 아시아 9개국에서 300여 명의 대표들이 참석해 극영화 20개 부문, 비 극영화 10개 부문, 그 밖에 특별상 등과 함께 총 45개 부문을 시상한 국제 규모의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가 있다. 또한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는 1980년 12월 29일 제1회 '한국단편영화제'의 이름으로 부산에서부터 시작되어 '대한민국단편영화제', '한국창작단편영화제', '부산단편영화제'의 이름을 거쳐 지금의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BASFF)의 이름이 되었다. 이렇듯 부산은 크고 작은 다양한 영화제를 개최하면서 국제적이고 독자적인 행보의 영화제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오래전부터 마련해놓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손은하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영상공학 박사

※공동기획 :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의인문학연구단, 국제신문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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