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극단 배우 정행심 씨가 모노드라마 '哭女 곡쟁이 여자'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다. 뒤는 각색과 연출을 맡은 오정국 씨.

- 부산시립극단 중견배우
- 1997년 '늙은 창녀의 노래'
- 2009년 '망초 꽃 향기'이어
- '哭女 곡쟁이 여자' 도전
- 19~24일 액터스 소극장

모노드라마는 일인극을 말한다. 배우 혼자 1시간 이상 공연을 끌고 가기 때문에 보통의 능력으로는 어렵다. 그래서 모노드라마에는 연기 경력이 20년이 넘는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한다. 배우들에게 모노드라마 출연은 꿈 내지 목표로 통한다.

부산의 베테랑 배우가 모노드라마 무대를 꾸민다. 부산시립극단의 중견배우 정행심(52) 씨다. 정 씨는 오는 19일부터 24일까지 액터스 소극장에서 모노드라마 '哭女 곡쟁이 여자'에 출연한다.

1981년 무대에 올라 어느새 32년이 흘렀다. 그동안 정 씨가 출연한 작품은 100편에 가깝다. 그 중 모노드라마 출연은 2편이었다. 1997년 '늙은 창녀의 노래'와 2009년 '망초 꽃 향기'다.

세 번째 모노드라마에 출연하는 정 씨는 많이 달라졌다. 앞선 '늙은 창녀의 노래'는 작품 자체가 워낙 좋아 30대의 팔팔했던 연기력으로 도전했다. 하지만 50살을 훌쩍 넘긴 이번 작품에는 연기력외에 추가된 것이 있다. 삶에 대한 연륜이다. 굴곡의 30,40대를 겪고 이제는 인생이 무엇인지 알만한 나이가 된 것이다. 그래서 연기가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려고 한다.

작품도 딱 맞다. 극작가 최송림 씨가 정 씨를 위해 희곡을 썼다. 그리고 20년 지기인 오정국(46) 씨가 정 씨에 맞게 각색 했고 연출까지 맡았다. 오 씨는 모노드라마의 첫 번째 관객이다. 정 씨가 워낙 베테랑이기 때문에 연기 지도보다는 관객 입장에서 조언을 주로 한다.

대신 오 씨는 '홍도야 우지마라' 같은 노래가 9곡이나 등장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극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 나간다.

정 씨는 곡녀(哭女)를 어머니로 둔 중년의 딸로 등장한다. 지금은 곡녀가 낯선 이름이지만 한때는 상가를 다니며 전문적으로 곡을 해주는 직업으로 엄연히 존재했다. 남을 위해 겉으로 우는 어머니와 이혼, 가족으로부터의 버림 등 온갖 풍상을 겪고도 속으로 아픔을 삼켜야 했던 딸. 정 씨는 그런 딸을 보여주기 위해 연습하면서 많이 울었다. 자신이 걸어온 길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공연에서도 너무 많이 울까 벌써 걱정이다.

이번 공연은 정 씨와 동년배인 중년의 여성들에게 특히 권할 만하다. 비슷한 시대를 살아오면서 비슷한 아픔을 경험한 기억들을 공유하고 있어 훨씬 많은 공감을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객석이 눈물바다로 변할 수도 있다.

정 씨는 "배우 정행심이 아니라 인간 정행심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관객과 감정적인 교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4시. (051)908-5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