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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의 공간-부산 근현대의 장소성 탐구 <15> 광안대교와 접속도로

다리 위는 밝고 화려한 세계, 아래는 그늘·빈곤… 빈부 나누는 경계선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1-05 20:15:28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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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장산 약수암에서 바라본 광안대교 전경.
- 광안리 바다 위에
- 거대한 불꽃 쏘아올리면
- 모든 감각은 멈추고
- 빛을 좇는 군중이 된다

- 해변 양쪽 잇는 다리는
- S자로 뻗어나가
- 장산터널과 길게 연결
- 고층건물 솟은 풍경은
- 무허가 판잣집과 대조

- 장소 연결하는 다리는
- 자연과 사람 분리하기도
- 인간이 나눈 형상은
- 다시 인간이 결합해야

■불꽃으로 빛나는 푸른 다이아몬드

   
화려한 부산불꽃축제 모습.
지난달 26일 광안대교에서 제9회 부산불꽃축제가 열렸다. 해마다 불꽃이 커지고 화려해지면서 국내 최대의 불꽃 축제가 되었다. 이 축제를 보려고 광안대교에 몰려드는 인파도 1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광안대교가 완공된 지 겨우 10년 되었는데, 단 하루 저녁에 100만 명이 찾아오는 축제가 되었다.

불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을 제압하는 힘이 되었고, 이제 불은 그 빛의 다양한 형상으로 인간을 유혹하게 되었다. 이제는 잘 느낄 수 없지만 비 오고 추운 날 아궁이에 타는 훈훈한 장작불에 옷도 말리고, 장작 타는 냄새와 더불어 자신을 되돌아보며, 인간에게 불은 외부와 내부의 어둠을 동시에 날려버리는 힘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광안대교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불꽃은 보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광안리 바다에 불꽃이 일면, 하늘을 훤히 비추는 불꽃과 더불어 일렁이는 파도의 검은 거울에 되비치는 불빛들이 일시에 다른 모든 감각을 정지시키고, 화려한 불빛에 눈을 멀게 하는 빛의 스펙터클에 마음을 잃고 빛을 좇는 군중이 된다.

광안대교를 금정산 한 자락에서 보면서, 그냥 부산의 앞바다를 보는 것이 아니라, "아 저기 광안대교가 보이구나!" 하면서, 바다가 보이는 높이에만 서면, 보이는 저것이 내 눈에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혹시 안개라도 끼어서 광안대교가 안 보이기라도 하면, 날씨가 맑으면 저기 어딘가에 광안대교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흐린 날씨를 탓하며 못내 아쉬워했다. 높은 곳에 서서 바다로 시선을 향하면, "광안대교가 어디쯤 있을까?" 하고 찾기 시작한다. 이제 광안대교는 바다를 대신하게 되었다.

불이 환히 들어온 광안대교에서 광안리를 바라보니, 아늑한 해변에 반짝이는 불빛을 받은 파도에 싱그러운 생동감이 가득 넘치고 있었다. 호를 그린 해변의 상점 하나하나의 조명들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파도에 반사되어서 넘실대는 반달거울에 햇살이 비치는 것 같았다. 택시가 남천동 부근의 대교 끝에 들어오자, 택시기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광안대교의 조명을 한동안 밝힐 수 없었는데, 이 때문에 광안리해변 상점의 매출이 30% 정도 줄어들었고, 상인들이 부산시장에게 자신들이 전기료를 내겠다고, 조명을 밝혀달라고 했다고 한다. 상인들의 이런 요청으로 정부는 광안대교를 에너지 절약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덧붙여서 사람들이 광안대교의 화려한 불빛을 좋아해서, 여기서 약속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빛과 재화는 서로 부르고 있었다. 해변에서 바라보는 광안대교는 어두운 바다를 배경으로 푸른 다이아몬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제 누구나 부산에 오면 광안대교를 안 보고 갈 수 없는 명물이 되었다.

■빛이 어둠을 만들고, 다리가 서로 분리

   
장산 약수암 오르는 길에 만나는 광안대교와 장산터널 접속 고가도로 밑 판잣집들.
부산은 주로 산과 바다로 되어 있어서 다른 도시보다 도로율이 낮은 편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교통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서 광안대교는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활처럼 굽은 광안리 해변의 양쪽을 연결한다. 사실 다리 대부분은 강과 바다를 연결하지만, 광안대교는 육상의 일반도로와 더불어 바다 위의 고속도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광안대교는 다리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한 기존의 다리와 다른 특징으로 인해 광안대교가 불꽃축제를 하기 좋은 장소가 된 것이다.

광안대교는 해운대 신시가지의 교통난 해소와 항만물동량의 원활한 처리를 위한 도심 배후도로 역할을 하면서, 수영구 남천동 49호 광장과 해운대구 컨벤션센터 벡스코 지역을 광안리 바다를 가로질러서 연결하고 있다. 이 대교는 광안리와 다른 곳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광안리바다를 지나고 있다. 광안리에서 보면 대교는 거의 직선으로 보인다. 다리가 바다를 지나고 있기 때문에 직선으로 된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장산 약수암에서 장산터널을 빠져나온 대로를 바라보면, 광안대교는 직선이 아니라 에스 자로 뻗어 가면서 수영강변대로와 마주치면서 바다로 기역 자로 나가서 광안리 해변을 수직으로 해서 일자로 되어 있다. 특히 약수암에서 광안대교를 찍은 야경 사진은 역동적이다 못해 대로의 야경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야경을 찍은 그곳으로 가보았다.

빛이 밝으면 어둠은 더욱 깊어지기 마련이다. 광안대교를 따라서 보면 고층건물들이 다양한 색채를 뿜어내면서 우뚝 솟아있다. 그러나 약수암으로 가는 장산터널 고가도로 밑은 태양 빛 아래에서도 어두운 칙칙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옆에 오래된 올망졸망한 주택들은 부산의 강남으로서 해운대 한참 이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고, 조그만 밭들 군데군데에 배추, 파, 상치들이 옹기종기 심어져 있었다. 장산터널 조금 못 가서 세월의 무게를 힘들어하는 낡은 무허가 판잣집들이 어림잡아 대여섯 채 있었다. 그리고 약수암에 가보니 굿을 하고 있었고, 굿 당이 열 군데 정도 있었다.

밝게 빛나는 조명 사이로 뒤처진 어둠과 같은 과거의 공간들이 군데군데 고층 빌딩들 사이에 혼재하고 있었다. 인공의 빛은 인공의 어둠을 만들고, 다리는 아직도 잇지 못한 것들을 그 그늘에 남겨놓고 있었다. 다리는 분리된 것을 결합하지만, 또한 자연과 사람들을 좌우와 위아래로 분리한다. 다리 위에는 높은 빌딩의 화려한 빛과 재화가 몰려들고, 다리 아래에는 과거의 자취, 빛바랜 삶 그리고 소외된 사람들이 어둠과 빈곤으로 남아 있다.

■다리에 관한 철학적 의미

자연은 공간 속에 공존되어서 모두 연결되어 있고, 반면에 개체적인 형상으로 보면 모두 분리되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사고가 자연물을 분리하기도 하고, 결합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의 사고에 의해 분리된 형상은 인간에 의해서만 결합할 수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다른 장소로 가고자 하는 이 장소의 사람과 사이에 산, 강, 바다가 놓여있어도, 분리된 장소는 이미 그의 의지와 상상력에 의해서 연결되어 있다. 이 장소와 저 장소를 연결하려는 의지와 상상력이 길과 다리를 만들고, 길과 다리는 이 의지와 상상력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형상물이다. 길이 단순히 공간적으로 떨어진 양쪽을 가시적·항구적으로 이어주지만, 다리는 적극적인 장애를 넘어서 분리된 양쪽을 이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이 차이를 광안리의 길과 바다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에서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처음으로 두 개의 장소 사이에 길을 만든 사람들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의 하나를 해낸 셈이다. … 다리의 건설에서 이러한 인류의 업적은 절정에 도달한다. … 분리된 것을 단지 현실적으로 실질적 목적에 따라 결합시킬 뿐 아니라 그러한 결합을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게 만들면서 다리는 미학적 가치가 된다."〈G 짐멜, '짐멜의 모더니티읽기', 김덕영·윤미애 옮김, 새물결, 2006, 264·265쪽〉



   
다리는 강과 바다 양쪽을 역동적으로 이어주는 실용적인 목적을 달성하고, 그리고 기슭의 자연풍광과 차이로서 다리는 인간적 특징으로서 미적인 조형물이 된다. 그러나 예술작품이 자신의 모상으로서 자연물과 초연하게 분리되어있는 반면에 다리는 자연적 풍경에 귀속된다.

하용삼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독일 브레멘대학 철학박사

※공동기획 :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의인문학연구단, 국제신문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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