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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 중구 해안동 옛 인천항 개항장 일대의 80~120년된 창고와 기업체 사옥 등 13채의 건물을 리모델링해 2009년 10월 개관한 인천아트플랫폼. 중앙 통로 양쪽으로 전시관, 공연관, 예술교육관,
레지던시 작가 숙소 등이 도열한 스트리트형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이승렬 기자 |
- 일제 강점기 수탈 아픈 역사 간직
- 한때 무역·해운·창고업 등 번창
- 탈산업화 바람 불며 쇠락의 길로
- 흉물 방치 낡은 건축물 리모델링
- 예술가 입주시켜 작품활동 지원
- 작가들은 지역민에 문화예술교육
- 연중 전시회·공연·아트마트 열어
- 차이나타운 연계 관광벨트화도
- 개관 4년 만에 구도심 재생 활력
지난 8월 29일 인천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인천아트플랫폼'이 인천의료원에 회화 등 미술 작품 47점을 기증했다. 앞서 올 5월 개최된 '2013 플랫폼 창고세일'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세일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해 병원 환자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높여주기 위해 기증한 것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889만 원어치. 이들 작품 속에는 시민 예산으로 조성된 곳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지역사회에 그 고마움을 되갚는다는 뜻깊은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개관 4년여 만에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국내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인천이 문화의 불모지라는 잘못된 인식을 불식했을 뿐만 아니라 인천이 한국의 근대 문화가 가장 먼저 꽃 핀 전초기였음을 되새김질하게 해주는 상징적 공간이 되고 있기도 하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이른바 '컬처노믹스'를 염두에 둔 국내외 지자체 관계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과거와 단절 대신 소통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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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아트플랫폼 전시관에서 방문객들이 전시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
인천아트플랫폼은 구도심 개항장 부두의 허름하고 낡은 건물들을 철거하거나 버리지 않고 그것이 지닌 역사성과 향수를 활용해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공간이자 예술가들의 창작 인큐베이터로 재창조한 곳이다.
근대 인천항의 역사는 근대문물의 전초기지 역사나 마찬가지다. 부산항 개항(1876년)보다 7년 늦은 1883년 두 번째로 개항한 인천항은 서울에서 가깝고 중국과도 인접해 근대문물이 국내로 유입되는 통로 역할을 했다. 국내 최초의 등대인 팔미도 등대(1903년)가 인천에 세워진 것도 우연이 아니다. 19세기 후반부터 이곳 부두에 창고와 무역·해운업체 사옥들이 속속 들어섰다. 현재의 인천 중구 해안동 일대 옛 부두지역이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해방 이후 산업화 시기를 지나 탈산업화 바람이 불면서 인천항 주변의 구도심이 쇠락해갔다. 마치 부산의 원도심이 내리막길을 걸었던 과정과 흡사하다. 흉물로 방치되던 옛 부두 창고와 80~120년 된 건물들이 예술 창작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은 인천아트플랫폼을 통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성공 덕분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의 시작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레지던시 개념조차 생소할 무렵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인천시에 옛 부두 개항장의 창고와 건물들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첫 반응은 거절이었다. 시 당국을 설득한 주인공은 건축가 황순우였다. 그는 1999년 지역 보존과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안을 받아 지구 단위 계획, 문화공간 건립 등 설계 이전부터 프로젝트 전반을 주도했다. 그는 건물을 최대한 보존해 각각의 연륜으로 예술가들을 맞도록 신경 썼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00년 11월 인천시는 해안동 일대의 근대 건물과 산업유산 건물 밀집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지정했다.
인천아트플랫폼의 첫 단추는 인천시가 2003년 근대 건축물 복원에 착수하면서부터 뀄다. 1886년에 세워진 구 일본우선회사 사옥을 비롯해 대한통운 창고·대진상사·삼우인쇄소 등 모두 13채의 붉은벽돌 건물을 복원·리모델링·증축 등을 해 옛 모습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총 223억 원을 투입해 2009년 10월 총면적 5600㎡ 규모의 다양한 형태의 전시장·공연장·예술교육관을 마련했다.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20∼50㎡ 스튜디오·공방 20곳과 해외작가·큐레이터를 위한 게스트 하우스 9곳도 꾸몄다. 외벽을 유지한 채 내부 공간을 현대적으로 개조하거나 옛 벽돌 벽에 대비되는 유리 건물의 건축, 건물 간 동선 유도를 위한 브릿지 설치 등도 이뤄졌다.
■레지던시와 복합문화예술공간
10년 장기 프로젝트 끝에 조성된 인천아트플랫폼은 미술·공연·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연구자들의 레지던시를 통해 창작활동에 전념하도록 지원하는 '문화 인큐베이터'다. 초창기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생소하던 시절 인천시가 동아시아 문화허브도시를 주창하며 국내·외 아티스트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창작공간 부족에 허덕이던 젊은 예술가들의 숨구멍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생활하며 창작 작업을 한다. 따라서 1년 내내 전시와 공연, 아트마켓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입주한 국내·외 작가들은 40여 명. 이들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단위로 레지던시를 통한 창작 작업을 할 수 있다. 인천 시내는 물론이고 인근 도서 지역의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입주작가가 직접 강사를 맡는 예술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인천아트플랫폼의 이승미 관장은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모델로서, 예술의 창작 유통 향유 교육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문화예술 창조공간"이라며 "앞으로 이곳을 중심으로 거대한 스트리트 뮤지엄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방문 필수 코스로
개항장에 탄생한 인천아트플랫폼 인근 해안동 일대는 개항 직후부터 자리를 잡은 차이나타운과 최초의 근대식 공원인 자유공원 등이 있다. 최근 아트플렛폼과 차이나타운 등을 연계한 관광벨트화 작업이 한창이다. 우선 아트플랫폼 옆 한중문화관이 눈에 띈다. 이곳에는 한국과 중국의 교류 역사와 문화 등을 전시물과 영상물로 비교해 볼 수 있는 문화전시관이 있다. 인천에서 가깝고 교류도 활발한 칭다오·항저우·다롄 등 중국 8개 도시의 역사와 특산품 등을 알려주는 우호도시홍보관, 중국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전시실 등도 갖추고 있다.
아트플렛폼에서 도로를 건너 자유공원 쪽으로 10분쯤 걸어가면 차이나타운이 있다. 최초의 짜장면 탄생지로서, 1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소문난 '공화춘'(共和春)'을 비롯한 수십 곳의 대형 중국음식점이 관광객들을 이끈다. 인천 중구청이 65억 원을 들여 인천시 등록문화재인 건물을 변신시킨 '짜장면 박물관'도 있다. 이런 연계상품화의 노력 덕분에 이제 인천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차이나타운과 아트플렛폼을 필수 방문 코스로 거쳐 가고 있다. 연중 개최되는 아트마켓과 전시회 공연 등을 보기 위해 가까운 서울에서도 많은 시민이 찾고 있다.
결국 문화예술교육을 매개로 한 인천아트플렛폼이 인천의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레지던시 창작공간 지속발전 위해선 전문인력 확보 선행돼야"
■ 이승미 인천아트플랫폼 관장
이승미(52·사진) 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은 "인천아트플렛폼이 개관 4년 만에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구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게 된 것은 명확한 목표와 전문가들에 의한 운영, 인천의 국제교류 상징으로 키우겠다는 행정적 의지가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조언으로 들리기도 한다. 이 관장은 "크고 작은 도시들에서 최근 수년간 많은 레지던시 문화공간이 등장했지만, 1년 이상 존속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전문인력 확보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전문인력이 입주 예술가들에게 창작, 홍보, 유통, 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관장은 "전문 인력들은 예술가 편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이 공간이 지역사회와 시민들에게 지역 활성화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 것인가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아트플렛폼 역시 아직 축포를 터뜨리기에는 이르다"고 말하는 이 관장은 "역사적 수탈의 현장에서 도시의 역사성과 공간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문화적으로 재활용함으로써 국제적인 수준의 문화예술 레지던시로 성장시키자는 공감대가 행정 당국과 시민, 작가들 사이에서 좀 더 폭넓게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