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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레 16㎞에 불과한 일본 세토나이카이의 작은 섬 나오시마의 바다를 상징하는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호박을 보기 위해 여행자들이 다가가고 있다. 이승렬 기자 |
- 일본대표 건축·미술가 의기투합
- 낙후된 섬 전체를 예술작품 도배
- 세계적 관광지로 바꿔 도시재생
- 2010년엔 새로운 프로젝트 결실
- 인근지역 섬·항구 등도 참여시켜
- 국제예술제 트리엔날레 첫 개최
- 2회째인 올해는 관람객 크게 늘어
- 여름시즌까지 이미 100만 명 넘어
- 한국 미국 중국 등 외국인 상당수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산업폐기물 처리장 등으로 '버려진 섬'이었던 일본 가가와현의 작은 섬 나오시마가 주민 3300여 명의 수백 배가 넘는 외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예술의 섬'으로 변모한 것은 한마디로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기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베네세 그룹이라는 지역 기업의 의지와 주민들의 협업, 그리고 일본을 대표하는 일류 예술가와 건축가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20여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졌다. 1989년 베네세 그룹의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이 섬 안에 국제어린이캠프장을 설치한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된 나오시마의 '아트 프로젝트'는 섬 동부 작은 어촌 마을 혼마치의 '이에(家) 프로젝트'뿐 아니라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대형 미술관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화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섬을 방문하면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게 해 나오시마는 21세기형 지역 발전 전략의 핵심으로 통하는 '컬처노믹스(Culturenomics)'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그리고 이제는 나오시마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본의 지중해이자 국립공원인 세토나이카이 해역의 인근 섬으로까지 컬처노믹스를 확산하고 있다. 2010년 처음 시작된 세토우치트리엔날레를 매개로 문화예술을 통한 행복 바이러스가 주변 지역으로까지 퍼져 나가고 있다.
■ 역량 있는 예술가 건축가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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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건립한 지중미술관을 하늘에서 본 모습.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
나오시마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페리호를 이용해야만 한다. 시코쿠의 가가와현 항구도시인 다카마쓰에서 타거나 혼슈의 우노항에서 타야 하는데 1시간에 1대꼴로 대형 페리호가 운항하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다. 다카마쓰항에서는 50분, 우노항에서는 20분이 걸린다.
페리호를 타고 나오시마 섬의 관문인 미야노우라 항에 접근하면서부터 방문객들은 이 섬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을 직감한다. 이 섬은 말 그대로 일본을 대표하는 예술가와 건축가들의 작품들로 온통 채워져 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도착 순간부터 절실히 깨닫는다.
항구 앞 바닷가에 수문장처럼 서 있는 일본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호박이 시선을 끄는가 싶더니, 납작한 양철 지붕을 얹은 통유리 건축물인 항구 터미널 건물도 하나의 작품으로 다가온다. '바다의 역 나오시마'라는 명칭을 지닌 이 터미널은 가나자와의 21세기미술관을 지은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건물이다. 2010년 건축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두 사람은 안도 타다오가 같은 상을 받은 1995년에 의기투합해 건축그룹 SANAA를 결성, 안도의 뒤를 이어 일본이 자랑하는 현대 세계 건축계의 '별'들이다.
나오시마가 예술의 섬임을 가장 잘 드러내는 핵심은 역시 안도 타다오가 설계하고 건축한 섬 남부의 베네세 타운이다. 이곳에는 미술관과 미술관, 호텔을 겸하는 베네세하우스(뮤지움, 파크, 오벌),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지중미술관, 이우환미술관 등이 자리 잡았다. 모두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설계로 지어진 미술관들이다.
미야노우라항에서 동쪽으로 가로질러 '이에프로젝트'로 유명한 혼마치 마을을 지나 남쪽으로 꺾어 가면 베네세 하우스 파크에 닿는다. 그 앞 해변 방파제에는 나오시마의 마스코트처럼 인식돼 있는 쿠사마 야요이의 설치 작품 노란호박이 세토나이카이를 바라보며 멋들어지게 서 있기도 하다. 많은 방문객은 이 노란호박과 함께 사진 촬영한 후 베네세 타운의 미술관들을 차례로 찾는다.
노출 콘크리트 공법으로 세계 건축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선구자 격인 안도 타다오의 지중미술관(2004년 개관)에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 끌로드 모네의 '수련'을 비롯해 제임스 터렐, 월터 드 마리아 등 세계적 미술가들의 회화와 설치작품이 관람객을 이끈다. 특히 작품 대부분이 인공조명이 아닌 자연 빛을 그대로 반영해 보여줌으로써 관람객들은 방문 시간과 날씨, 계절에 따라 제각각의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땅 위가 아니라 땅 속에 설치된 이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는 것에도 이견이 없다. 호텔과 미술관을 겸하는 베네세 하우스 뮤지움과 오벌, 파크 역시 백남준, 앤디 워홀 등 무수히 많은 세계적 예술가들의 작품들로 꽉 채워져 있다.
나오시마가 세계적인 '컬처노믹스'를 상징하는 섬이 된 데에는 이 같은 예술가와 건축가들의 의기투합이 큰 몫을 차지했다. 이제는 나오시마에 그치지 않고 주변 섬들로 예술의 힘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내해를 예술의 숲으로
1995년 후쿠다케서점이라는 회사 명칭을 아예 베네세 그룹(Benesse Corporation)으로 바꾼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은 2000년대 들어 아트 프로젝트를 다양화하면서 가가와현, 나오시마시청 등과 함께 지역 발전을 위한 또 하나의 사건을 벌인다. 그 결과물이 바로 2010년 시작된 국제예술제인 세토우치트리엔날레이다.
이 프로젝트는 3년마다 나오시마와 그 주변 섬, 항구도시 등에서 미술과 건축, 음악 등이 어우러진 국제예술제를 개최함으로써 세토나이카이의 바다와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현대 예술의 최첨단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나오시마를 비롯해 이누지마 오기지마 도요시마 메기지마 쇼도시마 오시마 등 7개 섬과 다카마쓰항 등에서 열렸다. '바다의 복권'을 슬로건 삼아 예술 건축을 매개로 섬 주민들, 특히 노인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향상시키고 세계인들과의 교류를 넓히며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에게 인연과 예지를 기르게 한다는 구체적 실행계획에 따라 7월 2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열렸는데 방문객만 무려 93만8000여 명에 달했다.
그리고 올해 열리고 있는 제2회 때는 봄(3월 20일~4월 21일) 여름(7월 20일~9월 1일) 가을(10월 5일~11월 4일) 등 세 시즌으로 진행되는데 그 범위가 훨씬 넓어졌고 방문객도 대폭 늘었다. 3시즌(봄, 여름, 가을) 모두 개최되는 지역은 나오시마, 테시마, 메기시마, 오기시마, 쇼도시마, 오시마, 이누지마, 다카마쓰항, 우노항 등이고 1시즌만 개최되는 곳으로는 샤미지마(봄) 이부키지마(여름) 혼지마, 다카미지마, 아와시마(가을) 등이다. 12개 섬과 2개 항구로 넓어진 것이다. 방문객 수도 이미 여름 시즌까지 100만 명을 넘겼다. 가을 시즌이 마무리되면 130만~14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의 방문도 많은데, 1위는 미국 2위는 한국 3위는 프랑스 순이고 올해의 경우 대만과 중국 방문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겐지로 가네시로 후쿠다케 재단 부대표는 "가가와현에서 지역재생 컬처노믹스의 하나로 트리엔날레를 해외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고 지역 주민들도 방문객들을 진심으로 반기면서 이제 누구나 와도 평화로운 상태에서 예술과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밝혔다.
# 세토우치트리엔날레 총괄감독 기타가와 프람 교수 인터뷰
- 유명인들도 공모 통해서만 참여
- 각국서 4500여 명 자원봉사자로
- '지역문화가 세계적' 가능성 입증
-세토우치트리엔날레의 목적은.
▲바다를 활기차게 하는 것이다. 더 궁극적인 목적은 젊은 사람들 혹은 외지 사람들이 이 지역에 찾아와 실질적인 생활의 매력을 알고 깨우쳐 이 지역에서 사는 노인들이 이곳이 정말 멋진 곳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지역 문화가 세계적일 수 있다는 것, 세계적인 문화가 지역적인 문화가 될 수 있다는 맥락이다.
-제2회 트리엔날레의 특징은.
▲올해 테마는 깃발이다. 섬별로 작품 설명을 충분히 하도록 구성됐는데, 하늘과 바다를 투영한 작품들이 많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접목한 주민 참여형 공연도 많다. 1회 때는 7억 엔(약 79억 원)의 예산을 들였고, 행사가 끝난 후 지역 은행이 추정한 경제 효과는 11억 엔(약 124억 원) 정도였다. 올해는 방문객이 40% 이상 늘어 경제효과도 더 클 것으로 기대한다 .
-나오시마 외 다른 섬에서 주목할 만한 시설 하나만 꼽는다면.
▲테시마 섬에 2010년에 테시마미술관이 들어섰다. 지면 위에 흘러가 멈춰 버리는 물방울을 연상하는 이 미술관은 건물 상단에 두 개의 구멍이 있어 바깥 공기와 태양이 내부까지 들어오는 구조다. 21세기미술관을 지은 니시자와 류에가 지었다.
-어려움은 없었나.
▲다국적으로 이뤄진 4500여 명의 젊은 사람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젊은 사람이 오는 것은 노인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 나오시마의 성공이 다른 섬에도 알려져 주민의 참여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프로그램 구성은 어떻게 하나.
▲20%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다. 미나미 카오 등과 같은 유명인들도 공모를 통해서만 참여할 수 있다.
-운영위원회와 행정의 관계는.
▲현과 시는 전체 예산의 3분의 2를 지원하고 운영은 운영위원회가 한다. 공무원이 나와 행정적인 보조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일본 나오시마=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