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아카데미에 참가한 아시아 각국의 학생들이 단편영화 제작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

- 2007년 졸업 에미르 바이가진 등
- 장편 데뷔작 들고 BIFF 찾아

부산국제영화제(BIFF) 폐막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7시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점. 각양각색의 외모를 가진 젊은 영화인 30여 명이 모여 영화 상영을 기다렸다. 이창동 감독과 태국을 대표하는 아딧야 아사랏 감독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부산국제영화제 영화교육 프로그램인 아시아필름아카데미(AFA)에서 만든 작품을 감상하고 수료식을 하기 위해 모였다. AFA는 아시아 각국의 젊은 영화인들이 3주간 부산에서 지내며 영화 관련 교육을 받고, 팀을 이뤄 단편영화 2편을 찍는 과정이다. 올해는 아시아 16개국의 젊은 영화인 23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달 26일부터 부산에서 동고동락하며 AFA 교장을 맡은 이창동 감독과 연출교수 아딧야 아사랏 감독의 지도로 시나리오 개발, 촬영, 편집, 후반작업 등을 거쳐 단편영화 2편 상영까지 마쳤다.

AFA는 2005년 BIFF 기간에 맞춰 아시아 각국의 재능 있는 영화인을 모아 영화를 배우고, 찍고, 축제를 즐기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감독을 교수진으로 초청해 영화에 대해 진지하게 배울 기회를 마련하고, '영화'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아시아의 젊은 영화인을 모을 구심점을 만들어보자는 의지도 포함됐다. 초창기만 해도 영화인의 길을 걸을지 확실하지도 않은 이들에게 무작정 교육만 해도 되느냐는 회의론이 팽배했지만, 최근 몇 년 새 AFA 출신 감독들이 BIFF를 비롯한 세계 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영화인의 길을 걷고 있어 서서히 효과를 보고 있다.

AFA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올해 BIFF에서 AFA 출신 영화감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2007년 AFA 출신 에미르 바이가진 감독은 베를린 영화제 등에서 호평받은 장편 데뷔작 '하모니 레슨'으로 BIFF를 찾았고, 같은 해 AFA 출신 요셉 앙기 노엔 감독의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상영작이자 장편 데뷔작 '아주 특별한 여행'도 부산을 찾았다. 지난해 AFA 최초 스리랑카 졸업생 칼링가 데샤프리야 비타나게 감독의 칸영화제 단편 초청작 '여기에 시는 없다'도 BIFF에 초대됐다. 2005년 AFA 출신 텐진 체탄 초클리 감독의 '아버지의 땅'도 초청됐다.

BIFF 측은 AFA 를 통해 아시아의 젊은 영화인들이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고자 인터넷, SNS 등을 통해 이들을 연결하고 매년 AFA 출신 기술 스태프를 초청해 영화 촬영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며 교류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고 있다.

AFA 천민권 팀장은 "AFA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필리핀, 인도 등 아시아 각국의 영화인 참여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젊은 아시아 영화인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 아시아 영화 교류의 연결고리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