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 시즌이 되면 전국의 영화관객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부산을 찾는다. 이들이 혼자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가까운 개봉관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굳이 부산까지 걸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영화축제의 열기에 동참하려는 열망 때문이다. 프랑스 감독 레이몽 드파르동의 영화 중에 '야외 상영관'이라는 단편이 있다. 이 영화는 극장을 영화를 보는 장소이기에 앞서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는 교류의 장으로 묘사한다. 레이몽 드파르동이 그린 극장의 정취가 바로 관객들 마음속에 있는 BIFF의 모습이 아닐까.

BIFF는 시민 관객들의 참여 창구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하였고, 이제 영화제의 고유한 문화가 되었다. 1회부터 꾸준히 지속한 자원봉사단, 수년 전부터 야심 차게 시작된 시민평론단은 BIFF가 자랑할 만한 관객문화의 토양이다. 그리고 올해 BIFF POP-COM 프로그램이 그 토양에서 자라났다. 이 프로그램은 기획, 진행,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관객들이 직접 영화제를 구성하는 스태프 역할을 체험하는 시민 주체 프로그램이다. 팝콤 프로그램들은 영화제 시작 세 달 전부터 시행됐다. 영화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지속해서 관객과 교류하는 창구라는 의의를 지닌다.

BIFF가 관객 참여의 장을 확대해가면서 관객들의 위상도, 관객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영화제의 시민참여 프로그램들은 수동적으로 영화를 보던 관객들이 리뷰를 쓰고, 영화를 심사하고, 영화를 프로그래밍하는 적극적인 관객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이제 BIFF는 '전 세계의 영화를 소개하는 행사'라는 영화제의 기본 역할을 넘어서서 관객문화 형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영화제가 영상문화 생태계에서 가장 취약점인 관객문화를 견인한다는 점은 새로운 도약이다.

할리우드 키드라는 말이 있었던 것처럼 'BIFF 키드'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시간이 흘렀다. BIFF 키드들 대부분은 영화인이기보다 직장인이거나 생활인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영화라는 말이 설렌다. 그 마음으로 BIFF를 응원해왔다. 생활에 허덕이다 보니 영화 책을 탐독하며, 새로운 감독들의 이름을 외우고, 밤을 지새우며 영화이야기에 빠지던 열혈관객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BIFF를 사랑한다.

한 명의 관객이 스스로 영화를 향한 열정을 지켜내기는 어렵다. 극장을 나선 뒤에도 서로 만나고 교류하며 함께 응원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BIFF의 시민참여 프로그램은 영화를 향한 열정을 유지하는 방부제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BIFF가 시민 영상문화를 응원하고 지원한다면 부산 관객들의 활동이 곧 BIFF의 상징이 될 수 있으리라. 한 명의 관객으로서, BIFF의 팬으로서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새로운 관객문화를 개척해나가는 BIFF를 응원한다.

김현수 관객문화응원단체 모퉁이 극장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