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움직이는 인력은 1100여 명. 이 중 자원봉사자(자봉)는 900명에 육박한다. 그만큼 자봉이 없으면 BIFF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정도다. 그늘에서 힘든 일을 도맡아 하지만, 영화제를 빛나게 하는 이들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 야외상영팀 전대근 씨

- 의자 재배치하느라 땀 줄줄

# 게스트서비스팀 이성제 씨

- "실전 경험에 성취감 느껴"

# 티켓 현장판매팀 한재균 씨

- "관객 좌석 불만땐 죄송"

# 뉴스레터팀 하선우 씨

- "생생한 현장 소식 전할게요"

■고된 육체노동도 "즐거워요"

"그저께 밤에 싹 다 치웠던 의자를 오늘 다시 배치하는 중이에요." 지난 9일 오후 영화의 전당 야외상영관. BIFF 야외상영팀 자원봉사자 전대근(25·동의대 4학년) 씨는 플라스틱 의자 여러 개를 들고 나르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야외상영팀 자봉들은 지난 8일 밤 부산을 강타한 제24호 태풍 '다나스'에 대비해 야외 간이의자를 모두 치웠다가, 9일 오후 8시 재개될 야외상영을 다시 준비하는 일에 분주했다. 전 씨가 속한 야외상영팀은 BIFF의 상징인 야외상영관 운영 전반을 관리하는 자원봉사팀이다. 오후 1시께 출근해 밤 11시 전후 퇴근할 때까지 이들의 일정은 숨 쉴 틈 없이 진행된다. 오후 6시부터 이뤄질 관객 입장에 대비해 시설을 점검하고, 영화가 끝난 뒤에는 쓰레기를 치우고 최종 회의를 마친 뒤 귀가한다.

무거운 짐 나르기부터 청소까지 다른 자봉팀과는 달리 '육체적인' 노동의 강도가 세다. 전 씨는 "관객이 쾌적한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돕는 확실한 책임과 의무가 주어져 있다. 자봉이 단순한 보조인력이 아니라 영화제를 이끌어가는 책임이 부여된 일인 것 같아 자부심이 더하다"고 말했다. 

■외국어 서비스도 "문제없어요"

게스트서비스팀 이성제(26) 씨는 영화의 전당 더블콘 게스트라운지에서 일한다. 감독 배우 스태프 등 영화 관계자들에 편의를 봐주는 일을 한다. 영화제 게스트를 인증하는 배지를 배부하고 게스트에 온 우편물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마침 한 외국인 게스트가 자신에게 온 우편물이 왔는지와 '한국영화의 밤' 행사에 따로 초청장이 필요한지 물어왔다. 그는 "게스트의 40%가량이 외국인이다 보니 어학능력은 필수"라며 "전공(경성대 4학년)인 중국어는 어느 정도 자신 있지만 다소 부족한 영어는 대규모 국제행사에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BIFF 자봉을 지원했다. "아르바이트하면 돈을 벌 수는 있겠지만, 자봉은 아시아의 대표 영화제에 내 힘을 보탰다는 성취감을 들게 한다. 스스로 스토리텔링도 가능하게 한다"는 게 이유다. 

■현장표 판매 투입도 "좋아요"

"496번(영화제 영화 코드넘버) 표 한 장 드릴까요? 신용카드로 결제하시겠어요, 현금으로 하시겠어요? 6000원 결제해 드리겠습니다." 신세계백화점 후문 BIFF 영화 표 현장판매장. 자봉 한재균(22·동서대 2학년) 씨의 손이 쉴 새 없다. 그는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을 살려 티켓팀에서 일하고 있다.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일하며 하루에도 수백 명을 상대하지만, 현장판매표를 구하고자 티켓부스 앞에서 날밤을 새우는 관객의 열정에 힘을 낸다. 외국인 관객이 많다는 점도 반갑다. 현장판매다 보니 관객의 불만을 접할 때가 많다. "좌석이 좋지 않다는 불만이 많은데 원래 현장판매표는 앞자리가 많아 요구를 들어드릴 수 없어 안타깝다"는 것이다. 그는 취소·반환되는 표를 원하는 관객에게 전해줄 때 보람도 느낀다. 

■영화제 생생 소식 "기대하세요"

카메라 플래시가 연일 터지는 BIFF 행사 현장에서도 자봉들은 활동한다. BIFF 뉴스레터를 제작하는 뉴스레터팀. 가천대 휴학생인 하선우(21) 씨는 뉴스레터팀 취재기자 자봉 활동을 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왔다. "진로를 정할 때까지 여러 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인데 마침 관심을 뒀던 영화제 취재 분야 자봉을 뽑는다길래 지원했죠." 그는 해운대에 있는 고모 집에서 출퇴근하며 영화제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긴다. "오전 9시 출근해 현장 취재를 한 뒤 오후 7시30분 다음 날자 뉴스레터 기사를 마감해요. 행사는 물론 영화 감상평과 GV(관객과의 대화) 취재 등을 통해 관객이 뉴스레터를 보고 영화제를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않지만, 영화적으로 의미 있는 '흙 속의 진주'를 발견하는 일도 해요."

뉴스레터팀은 영화제 게스트와 관객 인터뷰는 물론 자봉들의 의견도 취재한다. 하 씨는 "자봉에 지급되는 밥값(한 끼 6000원)과 교통비(하루 3000원)가 너무 적다는 불만도 있고 숙소가 해결 안 돼 찜질방에서 잔다는 고충도 듣는다"며 이런 점이 개선되고 발전되는 영화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