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영화가 있기 이전에 '좀비 영화'가 있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영혼을 지니지 않은, 죽음으로부터 돌아와 살아있는 사람의 피와 살을 탐하고 희생자 역시 자신과 같은 괴물로 변하게 하는 이 '살아있는 시체'들의 향연은 평면의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그로테스크한 인상으로 관객에게 강렬하게 다가왔을 터이다. 그야말로 '더럽고, (견디기)힘들고, 위험한' 존재인 좀비는 다양한 호러 장르 영화 소재가 되는 정도를 넘어서 아예 독립된 장르 군을 이루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동서양 좀비 영화의 만남'이라는 화두로 아주담담 행사가 마련되고, 일본판 좀비 영화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미스 좀비'가 상영작으로 초청되는 등 좀비 영화의 약진이 돋보이는 데에는 이런 면을 간과할 수 없다. 그중 무엇보다 괄목할 만한 사실은 좀비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찾아야 할 '좀비 영화의 전설'이 부산에 상륙했다는 점이다. 바로 '새벽의 저주'. 그것도 3D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버전의 '새벽의 저주'이다. 디지털 기술이 없었던 시절의 영화 2D 원본을 3D로 재구성한 '컨버전(conversion)'인 만큼, 피가 튀거나 유리창이 깨지는 부분적인 장면을 제외하면 감상자를 깜짝 놀라게 할 돌출감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대신 영상에 비치는 사물과 인물을 원근법에 맞춰 재배치해 영상의 깊이감을 풍부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3D화는 좀비들의 무시무시함을 원본 이상으로 부각하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새벽의 저주' 3D를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기술적 요소를 넘어선 작품 자체의 매력일 것이다. 이 영화의 감독은 데뷔작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으로 현대 좀비 영화란 장르 자체를 창시한 '살아있는 전설' 조지 로메로(1940~)이다. 이번에 다시 만나는 '새벽의 저주'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죽음의 날'로 이어지는 로메로의 작가주의 호러 연작, 이른바 '시체 3부작' 중 두 번째 영화이다.

최신의 좀비 영화들이 좀비를 단순한 괴물로 소모하지만, 로메로는 단순히 좀비를 탄생시킨 데서 그치지 않고 문명 비판의 메시지를 위한 상징으로 활용한다. 망령처럼 백화점을 떠나지 못하고 회랑을 배회하는 좀비의 무리는 소비문화에 종속된 현대 대중에 대한 섬뜩한 풍자로 작용하며, 좀비들의 출입을 막고 백화점을 장악해 풍요를 누리는 인간들과 밖에서 쇼윈도를 계속 두드리는 좀비 무리로 나뉘는 영화의 이분법적 공간 구도는 시장에 의해 계급이 나뉘는 자본주의 세계에 대한 은유화로 비친다. 만들어진 지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새벽의 저주'는 변함없이 유효한 인문적 통찰을 관객에게 던지고 있다. 시대를 넘어서는 불멸의 고전을 최신의 영상기술과 함께 만나는 경험은 시네필에게 영화의 역사를 몸소 맞이하는 매혹적인 체험으로 남을 것이다.

조재휘 영화평론가·팟캐스트 무비갱스터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