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리면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쪽은 아시아권 영화이다. 아시아 대표 영화제를 지향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비아시아권 영화에 대한 관심과 주목은 덜한 편이다. 물론 세계 유명 영화제 수상작과 화제작을 초청하고,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등의 실력파 감독들도 직접 BIFF를 찾아 관객과 만나고 있지만, 웬만큼 인지도가 높지 않으면 관객이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이에 BIFF 조직위원회가 비아시아권 신예 감독의 국내 진출을 돕기 위해 의미 있는 행사를 마련했다. 9일 오후 1시 더블콘 게스트라운지에서 열린 '플래시 포워드&아시아필름마켓 오찬' 자리였다. 이날 오찬에는 아시아필름마켓에 참가한 국내외 배급사 관계자들과 플래쉬 포워드 섹션 초청작 감독과 제작자, 배우 40여 명이 참석해 각자 영화를 소개하고 배급 등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BIFF 조직위가 이 같은 자리를 마련한 것은 비아시아권 영화 중에도 상당히 주목할 만한 신예 감독의 영화가 다수 초청됐는데도 국내 배급사들의 관심이 덜하기 때문이다. 칸영화제 수상작 등 해외 유명 영화제 화제작들은 국내 배급사들이 먼저 접촉해 개봉을 추진하지만, 플래시 포워드 섹션 초청작처럼 해외 신예 감독의 작품을 국내에서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이에 BIFF 기간에 부산에 모이는 국내외 배급사 관계자들과 신예감독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개봉까지 추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자리가 처음 마련됐다.

앞서 BIFF는 올해 플래시 포워드 섹션에 변화를 시도, 기존에 비아시아권 신예 감독의 작품을 32편으로 대폭 축소하고, 이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작품 12편을 보고 관객이 투표를 통해 좋은 작품을 선정하는 'BS부산은행상'을 신설했다. BS부산은행상 수상작에는 2만 달러의 수상금을 주게 되는데, 그중 절반은 국내 개봉 지원에 쓰이게 된다.

플래시 포워드 초청작 '유다'의 안드레이 보가티레프(28·러시아) 감독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을 더 많은 관객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한데, BIFF 초청을 통해 그런 기회를 받은 것은 물론 개봉까지 논의할 수 있어 상당히 기쁘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시아필름마켓 전양준 운영위원장은 "비아시아권 국가의 영화를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는 창구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성격의 행사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