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같은 집에서 다정한 아내와 여섯 살 난 아들과 사는 료타는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는 얘기를 아내에게 전해 들을 때만 해도 "귀찮은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은 그 이상이다. "당신의 아이가 친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두 아기가 간호사의 순간적인 악의로 뒤바뀌었다. 6년 동안 서로의 아이를 자신의 친자로 여기고 길러왔던 두 가족이 얼굴을 맞댄 것은 그 때문이다. 그들은 이런 일이 아니라면 평생 마주할 일이 없을 것 같은,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이처럼 고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가족드라마다. 충격적인 이야기이긴 하나 사건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새롭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급속한 경제성장기인 1960년대를 거쳐 베이비 붐 세대로 접어든 1970년대에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는 일은 일본에서 그리 드문 일만은 아니었다. 

일본의 젊은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그 숱한 실화를 바탕으로 자기만의 '친자 교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다른 감독이 연출했더라면 눈물 펑펑 쏟는 평범한 신파 가족드라마 한 편이 탄생했을 뻔했다. 다소 상투적인 최루성 드라마가 현대 가족에 대한 폭넓은 통찰에 이르게 된 것은 온전히 고레에다 특유의 성찰적인 스타일과 감정적 절제, 그리고 탁월한 연기연출 덕분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서 신묘한 연기를 뽑아내는 데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감독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아이가 아니라 아버지를 드라마의 중심에 세운 것이 다소 의외로 여겨질 법하다. 하지만 영화제목에서 암시되듯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직업적 성공을 위해 가족을 소홀히 여겨왔던 가장이 느닷없이 어느 한쪽의 아이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되자 아버지로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드라마 상의 갈등은 분명 '낳은 정과 기른 정' 사이에서 빚어지지만, 고레에다는 그 둘을 저울질하기를 거부한다. 대신 '아버지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소재가 품고 있는 생물학적 혈연관계의 여부를 둘러싼 우문이 고레에다 식의 현문으로 도약하는 것은 그 순간이다.

고레에다의 가족 드라마는 무심한 부모에게 유기된 아이들의 생존 투쟁을 다룬 '아무도 모른다(2004)'로 시작하여 나이 든 부모님을 약간 성가신 존재로 여긴 불충한 아들의 이야기 '걸어도 걸어도(2008)'를 거쳐 마침내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성찰하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 이르렀다. '현대 일본가족 3부작'이라 할 만한 이 작품들에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을 더해도 좋겠다. 흥미롭게도 감독이 나이 듦에 따라 중심인물이 아이에서 아들로, 그리고 아버지로 옮겨가고, 작품에는 점점 더 온기가 짙어지고 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그의 최고작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부산국제영화제 관객은 그에게 여느 스타 배우 못지않은 환호를 보냈다. 아시아의 신인감독이 어느새 국제적인 거장이 되어 있는 광경을 지켜보는 일은 기묘하게 감동적이었다. 그건 영화제가 나이를 먹어가는 것의 즐거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