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린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감독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한 감독들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경유' 연출한 한나 에스피아 감독
- "이주노동자 삶 듣고 영화화 결심"

- 이란 메흐디 파리자드 감독은
- "정부 지원 없어 어려웠다" 강조

"1996년부터 아시아영화와 뉴 커런츠 부문을 담당했다. 매년 뉴 커런츠 감독들을 소개할 때마다 '미래 아시아를 이끌 주역'이라고 했다. 올해도 그 확신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7일 오후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린 '뉴 커런츠 감독 프레젠테이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뉴 커런츠에 초청된 12편의 작품을 만든 13명의 감독(한 작품 공동 감독)이 참여했다.

2011년까지 이 행사는 테이블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다. 각 테이블에 감독들이 앉으면 취재진이 원하는 감독을 찾아다니며 자유롭게 질문을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인기 많은 감독에게 취재진이 몰리고 감독 대다수는 소외당한다는 지적에 따라 각 감독이 단체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한 뒤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바꿨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에서 단연 눈길을 끈 주인공은 '늙은 여인의 이야기'를 만든 카자흐스탄 알렉세이 고를로프 감독이었다. 이 작품은 75분짜리를 원테이크 방식으로 만든 실험 영화다. 고를로프 감독은 "배우와 카메라, 스태프의 이동을 철저하게 고려하기 때문에 무척 어려운 작업이었다"며 "사전에 오랫동안 리허설을 거쳐 충분히 준비한 다음에 찍었다"고 촬영 과정을 소개했다. 아쉬운 것은 이 영화에서 할머니 역을 맡았던 배우의 죽음 소식이었다. 고를로프 감독은 "표정의 변화만으로 훌륭한 연기를 보였던 배우가 영화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필리핀 이주노동자의 불안한 삶을 담은 '경유'를 연출한 한나 에스피아(필리핀) 감독은 "필리핀 공항에서 이주노동자를 만나 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영화화를 결심했다"며 "외국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의 정체성과 문화적 혼돈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 '해바라기'로 참여한 이란의 메흐디 파리자드 감독은 "정부 지원이 없어 어려웠다"는 말을 시종일관 되풀이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영화를 만들었고 영화에 등장하는 기름도 내 돈으로 샀으며 촬영할 때는 마땅하게 잘 곳도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태국과 미얀마의 접경지역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이스트무스'의 소파완 분니미트라(태국) 감독은 "이스트무스는 여러 종교와 문화, 신념이 섞인 아시아의 지역성을 바로 보여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콘크리트 클라우드'를 만든 리 차타메티쿤(태국) 감독은 "1997년 한국과 태국이 나란히 외환위기를 겪었는데 부산에서 외환위기에 관련된 영화를 처음 공개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 밖에 '파스카'로 참여한 안선경 감독은 "낙태 관련 장면을 공들여 묘사했다. 관객에게 한 생명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의 무서운 단면을 보여주고 각성을 주려고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