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세 늦깎이 데뷔 사연부터

- 영화의 본질 등 아낌없이 조언

지난 6일 오후 경남정보대 센텀산학캠퍼스 지하1층에는 영화 연출을 꿈꾸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마스터클래스 '나의 인생, 나의 영화-이창동'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 섬에 가고 싶다'(1993)의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와 연을 맺은 이후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를 연출하며 우리 시대의 거장이 됐으며, 아시아영화아카데미 (AFA)교장이기도 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인생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 감독은 국어교사와 소설가로 활동하다가 43세 때 '초록물고기'로 늦깎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는데, "마땅한 동기가 있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작가의 삶이라는 것이 책상 언저리를 돌아다니는 삶이다. 비유하자면 동물원 우리에 갇힌 맹수 같다. 30대 후반에 그런 삶을 사는 느낌이 들었다'며 "마침 친구인 박광수 감독이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시나리오를 제안하고, 그렇다면 조감독하겠다고 역제안했다"며 영화계에 입문한 계기를 밝혔다.

"영화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여서 영화 매체의 본질을 이해하려 노력했고 열심히 했다고 본다"며 "당시 스태프들이 '저런 사람이 영화감독이 돼야 한국영화도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해 감독이 되는 걸 많이 도와줬다"고 회상했다.

이 감독의 마스터클래스에는 감독을 꿈꾸는 사람이 많이 모여 영화에 관한 구체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지금까지 연출한 영화의 미학적 가치와 본질에 대한 질문에는 "모든 영화가 그럴 필요는 없지만, 우리 인생이나 현실의 질문을 담고 있는 영화도 필요하다. 관객이 영화가 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면서, 각자가 그 대답을 찾게 되는 영화를 꿈꾸고 있다. 우리 세계의 질문을 담고 자기 안에서 답을 찾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이창동 영화'가 담고 있는 본질을 풀어냈다.

어떤 책을 읽어야 시나리오를 쓰는 데 도움이 되느냐는 등 시나리오 작법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다. "'도움이 되는 책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시나리오는 어떤 요령이나 기술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나리오를 잘 쓴다는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재미있으면서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좋은 이야기를 찾기 위해서는 재주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서 이해하고, 주변 사람을 이해하면서 관찰과 공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별게 아니다. 자기 이야기하는 것이다. 일단 찍어라. 영화를 만드는 눈으로 사람들과 사물을 바라보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담고 싶은지 생각하다 보면 좀 더 이른 시일 내에 영화를 만들거나 자기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이 감독의 마무리 조언은 울림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