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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사 '새삶'의 김병준(왼쪽) 감독과 서호빈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못'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 제작한 작품 '개똥이' '못'으로
- 2년 연속 영화제서 상영 쾌거
- 작업 스타일·성격 모두 다르지만
- 영화에 대한 열정만은 찰떡궁합
- "해외서도 초청받을 날 곧 오겠죠"
두 친구는 대학 시절 말을 잘 섞지 않았다. 한 명은 학교에서, 다른 한 명은 바깥에서 열심히 영화를 찍느라 어울릴 틈이 없었다. 나이가 비슷한지라 묘한 경쟁심도 있었다.
졸업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둘 다 '앞날'이 걱정됐다. 영화 작업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서울로 가기에는 현실적인 부담이 컸고 부산에서도 어떻게 할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어느 날 둘은 우연히 속마음을 터놓으면서 가까워졌고, 지난해 7월 '새삶'이라는 영화사를 차렸다. 둘 다 장편 데뷔작도 완성했다. 그런데 두 작품이 지난해부터 연달아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받는 쾌거를 이뤘다.
주인공은 동서대 임권택영화예술대학 영화과 동문이자 재학생 서호빈(29)과 김병준(28) 감독. 김 감독의 데뷔작 '개똥이'가 지난해 BIFF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초청받은 데 이어 올해는 서 감독의 데뷔작 '못'이 같은 섹션에 초청됐다. 대학생이 설립한 신생 영화사에서 2년 연속 BIFF 초청작이 나온 것은 영화계의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김 감독은 '못'의 프로듀서를 맡아 BIFF에 나란히 참석한다.
"지난해 김 감독의 작품이 BIFF에 초청받아서 그런가. 저번보다 호들갑은 덜했지만 기뻤죠. 신생 영화사 작품이 2년 연속 BIFF에 초청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서호빈)
"연출자와 제작자 자격으로 2년 연속 BIFF 무대에 선다니 기적같은 일이죠. 이를 보면서 영화에 관심을 둔 젊은이들이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김병준)
대학 시절 친분이 없었던 둘이 의기투합할 수 있었던 것은 '부산에서 영화하고 싶다'는 의지 덕분이었다.
"어린 시절 막연히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우연히 부산에 놀러와서 독립영화 찍는 사람들과 어울려 몇 년을 보냈어요(서 감독은 경주 출신). 그러면서 영화를 더 공부하고 싶어 대학에 들어왔지만, 졸업이 다가오니 고민이 많더라고요. 서울로 간 친구들을 보면 너무 고생하니까 안쓰럽고, 전국에서 몰려든 영화인들 사이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고요. 그래서 취직을 고민하던 차에 병준이를 만났어요."(서호빈)
"부산에서 계속 영화를 찍고 싶어요. 서울에는 영화 제작사가 몰려있지만, 영화를 찍기에는 부산만한 곳이 없거든요. 부산의 영화산업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니까요. 평소 호빈이가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해 영화를 그만두려고 하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 같이 일하자고 붙잡고 영화사를 차렸어요. 둘 다 영화 스타일도, 성격도 다르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은 통하거든요."(김병준)
서 감독의 장편 데뷔작 '못'은 친구 간의 비밀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못'은 네 명의 친구가 예상치 못한 사건을 겪으면서 흩어졌다가 다시 만나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 '비밀'을 둘러싼 이야기죠. 스태프가 40명이 넘고 제작 기간도 꽤 걸려 제작비가 많이 들었어요. 극장 개봉 등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멉니다."(서호빈)
영화계에서 영화감독과 프로듀서가 한 작품을 하고 헤어지는게 다반사다. 하지만 둘은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서로 배려하며 함께하고 있다.
"저는 '개똥이'를 10일 만에 찍었을 정도로 빨리 찍고 불필요한 부분은 배제하는 스타일이에요. 반면 호빈이는 컷마다 고민하며 장인의 손길로 작품을 만드는 스타일이라 초반에는 부딪혔어요. 그래도 영화 완성을 위해 감독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며 열심히 찍었더니 좋은 결과가 있네요."(김병준)
"이제 해외영화제에 초청받는 일만 남았어요. 둘이 멋지게 턱시도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는 날도 곧 오겠죠."(서호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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