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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은 지역 발전 원동력 <2> '예술의 섬' 일본 나오시마 (상)

무명의 작은 섬 하나, 불과 20여 년 만에 '현대미술 1번지' 명소로

  •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  |   입력 : 2013-09-30 19:15:55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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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행객이 나오시마의 관문인 마야노우라항 터미널('바다의 역'으로 불림) 앞 광장에 설치된 일본 출신 세계적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호박' 조형물을 밀어보고 있다.
- 1990년대 초 프로젝트 본격 시작
- 베네세그룹 회장 전폭적인 투자
- 세계적 건축가 안도 타다오 참여
- 주민 동참·행정적 지원 '삼위일체'
- 전통가옥 개조해 미술관 건립 등
- 섬 전체 거대한 예술공간 탈바꿈

- 인구 수백 배 달하는 관광객 밀물
- 일자리 없던 주민은 안내 등 맡고
- 식당·민박 늘며 지역경제 활성화

일본 시코쿠 가가와(香川)현에 속하는 나오시마(直島)는 우리나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과 비견되는 세토나이카이 국립공원 구역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둘레 16㎞, 면적 14㎢로 여의도 크기 정도에 불과하며 인구는 3200여 명이다. 그런데 이 섬이 1년에 인구의 수백 배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려드는 명소가 됐다. 세계적인 여행전문지인 '콘드 나스트 트레블러'로부터 파리, 베를린, 두바이 등과 함께 '세계7대 관광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유는 이 작은 섬 전체가 미술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예술의 섬(Art Island)'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급격한 인구 감소와 경제적 쇠락의 수렁에 빠졌던 이 작은 섬이 어떻게 세계적인 명소로 부활하는 '기적'을 이룰 수 있었을까. 기적은 '잘 살고 싶다'는 주민 열망과 행정적 뒷받침, 그 뜻에 탄복한 기업의 과감하고 전폭적인 투자, 그리고 세계적 예술가들과의 결합이라는 복합적 요인들이 어우러져 실현될 수 있었다.

■불모의 섬이 현대미술의 메카로

정직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산다고 해서 나오시마라는 이름이 붙은 이 섬은 세계적 건축가가 설계하고 건립한 유수의 현대미술관과 민가에서 이루어지는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인구의 수백 배나 되는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2010년에는 63만여 명이 이 섬을 찾았다. 하지만 원래부터 유명한 섬은 아니었다.

나오시마는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죽어가는 섬이었다. 1917년 섬 북쪽에 미쓰비시사가 중공업단지를 건설한 후 70여 년간 구리 제련소에서 나오는 연기와 폐기물로 섬은 황폐해졌고, 1960년대 후반 7800여 명이던 인구는 1980년대 중반 무렵 절반 이하로 줄었다. 죽어가던 이 섬의 운명이 바뀐 것은 일본의 대표적 교육기업인 베네세그룹(Benesse Corporation)의 전신인 후쿠다케 출판사의 후쿠다케 데쓰히코 대표가 기업의 사회공헌 차원에서 1980년대 중반 이곳 나오시마에 어린이들을 위한 국제캠프장을 건설 계획을 세운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인근 대도시인 오카야마 태생으로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후쿠다케 대표는 나오시마 남쪽의 땅을 사들여 캠프장을 지으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어린이들에게 자연과 예술을 접목한 빼어난 환경 속에서 자랄 기회를 제공해 주려던 것이었다. 1986년 갑자기 그가 사망하자 그의 후계자인 아들 후쿠다케 소이치로 현 베네세그룹 회장이 그 의지를 이어갔다. 1987년 섬 남쪽의 땅을 사들이고 1988년 '나오시마 문화촌 구상'을 발표했다.

그런데 예술의 섬으로 가는 나오시마의 첫걸음은 그 훨씬 이전에 뗐다. 초대 동장으로 1959년 부임해 1995년까지 36년간 9기에 걸쳐 재임한 미야케 치카츠쿠(1909~1999) 씨가 섬의 부활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 진정한 계기였다. 미야케 동장은 1960년대 후반 섬을 북쪽의 산업지역, 섬의 관문인 미야노우라항 인근의 중심권역은 '생활&교육 영역', 남부의 혼무라와 고단지 마을 지역은 문화예술리조트 영역 등으로 나눠 개발하고자 했다. 계획은 있었지만, 재원이 없었던 미야케 동장은 가가와현 공무원들의 협조를 받아 주변 지역의 기업가들을 찾아다니며 계획을 설명하고 투자를 읍소했다.

동시에 미야케 동장은 나오시마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리모델링에 착수, 1970년대 초반 당시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이시이 가즈히로시 씨에 의해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예술적인 면모를 갖춘 새로운 학교로 재탄생했다. 이 같은 노력에 감격한 후쿠다케 대표가 1980년대 들어 섬에 투자를 결정하게 되고 그 아들인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이 1989년 국제어린이캠프장을 완성한 후 1990년대 초반부터 세계적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예술의 섬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됐다.

■재창조를 선택한 '이에(家) 프로젝트'

이에프로젝트 제6호로서 치과 겸 주택이던 건물을 오다케 신로가 2006년 미술품으로 개조한 '하이샤'(위)와 올해 상반기 문을 연 안도 뮤지움. 이승렬 기자
1990년대 초반부터 베네세그룹의 적극적인 투자로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베네세하우스(1992년)와 부설 미술관(1995년)이 건립되는 등 예술의 섬을 향한 계획은 착착 진행됐다. 그런데 이 시점에 새로운 구상이 나왔다. 그것은 바로 동쪽 해변 전통 마을인 혼무라(本村) 지역의 150~200년 된 전통가옥을 개조해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이었다. 이른바 '집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에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주민의 예술 참여가 시작되고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나오시마의 대표적인 예술 프로젝트로서 단연 주목받고 있다.

1997년 혼무라 지구의 한 주민이 주민센터에 오래된 가옥을 기증하자 주민은 베네세그룹과 협의해 이 집을 하나의 미술작품으로 개조하기로 했다. 설치미술가 미야지마 타츠오가 개조 책임을 졌고 마을의 125세대 전 주민이 설치에 참여한 작품 '시간의 바다(Sea of Time)'가 마루에 설치되면서 1998년 3월 이에 프로젝트 제1호인 '카도야'가 탄생했다. '모퉁이집'이라는 의미의 '카도야'는 비로소 예술가와 기업, 섬 주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탄생시킨 작품의 효시가 됐다.

카도야의 탄생에 감명받은 건축가 안도 타다오는 이듬해 인근의 버려진 절터에 남은 허름한 건물을 개조해 제2호인 '남사(南寺·난지)'를 만들었다. 내부에 설치된 작품은 제임스 터렐의 '달의 뒷면'. 완전한 암흑의 공간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기 힘들지만, 서서히 어둠에 익숙해 진 인간의 눈에 희미한 빛이 감지되면서 숨통이 트이는 작품이다. 생과 사의 절박한 순간에 희미하게 드러나는 한 줄기 빛은 생명과 희망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의미한다. 이 건물 내부에서는 마을의 노인들이 안내를 도맡아 한다.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이 생명인 이 작품을 위해 관람객들은 늘 줄을 서서 기다린다.

'1건물 1작품' 개념으로 1997년 시작된 이에 프로젝트는 2007년까지 총 7채가 완료됐고 올봄 완공된 '안도 뮤지움'까지 더하면 8채가 완성된 상태다. 안도 뮤지움은 안도 타다오의 건축 세계를 망라시켜 놓은 공간이다.

나오시마쵸(町)의 하마다 타카오 촌장은 "이에 프로젝트를 비롯한 예술 프로젝트로 인한 섬의 경제적 효과를 액수로 환산하기는 어렵다. 다만 줄기차게 줄어들던 인구 감소세가 멈췄고, 많은 사람이 찾아와 섬에 북적대면서 늘 실의에 빠져있던 40%가량의 고령자들이 안내원 등의 일을 맡으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살고 싶은 섬이 된 것"이라며 "1곳뿐이던 민박집이 30곳 이상으로, 2곳뿐이던 식당이 10곳 이상으로 늘어난 것도 주목할 일"이라고 밝혔다.


# 한국이 낳은 거장 이우환 화백 이름 딴 미술관 이곳에 첫 설립

- 20여 점 전시… 연간 50만 명 찾아
- 취재 중 우연히 이 화백과 만남도

   
나오시마 혼무라의 안도 뮤지움 앞에서 이우환(왼쪽) 화백이 미소를 지으며 방문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이승렬 기자
일본 나오시마 취재 도중 뜻밖의 반가운 인물을 만났다. 그는 바로 한국이 낳은 세계적 미술가 이우환(77) 선생이다.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중학교(경남중)에 다녔던 이 선생은 지난 7월 부산에 이우환 갤러리를 건립하기로(관련기사 21면 참조) 확약하는 등 부산과도 깊은 인연을 가진 인물이다.

나오시마 혼무라 지구의 대표적인 예술프로젝트인 '이에 프로젝트' 제8호 격인 안도 타다오 뮤지움 입구에서 우산을 받친 채 들어서던 이 선생은 또한 이 섬과도 인연이 깊다. 2010년 그의 친구이기도 한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이우환 미술관'이 이 섬에 건립됐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최초의 미술관을 이 섬에 두었으니, 그와 섬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그의 작품 20여 점이 전시된 나오시마 이우환 미술관에는 건립 이후 연간 50만 명 안팎의 관람객이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섬에 거주하지는 않고 주로 프랑스 파리와 일본 혼슈 지역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이 화백이 이날 섬을 찾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화백은 "특별한 용무는 아니고, 외국에서 지인이 와서 나오시마와 이우환 미술관을 보여주려고 직접 안내차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화백과의 우연한 조우는 한편으로 지난해 해외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1977년 작 그림 1점 낙찰가가 21억여 원을 기록, 한국 화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을 정도인 세계적 거장이 직접 지인을 안내하는 섬, 나오시마의 가치 또한 그 한계를 짐작하기 어렵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일본 나오시마=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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