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50m, 세로 10m의 거대한 깃발이 부산 송도 바닷가에 나부낀다. 푸른색과 흰색이 교차하는 깃발은 물보라를 일으키는 거센 파도를 닮았다. 작품('바람의 흔적') 앞에 선 최문수 작가는 "송도의 바람을 표현했다. 바람의 흔적은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로 나타냈고, 청색과 백색의 깃발에는 푸른빛 바다와 바람이 써내려간 여름의 흔적과 새롭게 쓸 미래의 희망을 담았다"고 말했다.

부산의 이미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미술축제인 '2013바다미술제'가 지난 14일 막을 올리면서 한 달간의 여정에 들어갔다. 바다미술제는 다음 달 13일까지 부산 송도해수욕장(서구 암남동) 일원에서 'With 송도:기억·흔적·사람'을 주제로 총 11개국 34점의 작품을 펼쳐 보인다.

개막식에 앞서 이날 오전 송도해양스포츠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는 국내를 비롯해 중국 일본 호주 등지의 외신기자 70여 명이 참석했다.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오광수 위원장은 "바다미술제는 세계 최고의 해양미술제이자 독립적인 브랜드로 탄생한 지 두 돌을 맞았다. 전시공간을 확장해 일상 속에서 함께하는 전시로 발전한 만큼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작품으로 소통하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낮에는 아직도 햇살이 눈 부신 송도해수욕장은 거대한 야외 전시장으로 변했다. 조각, 설치, 영상작품들이 해변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거북섬)까지 약 500m에 걸쳐 백사장과 해수면, 해수면과 수변 경계 등에 설치돼 시민의 발길을 붙잡았다. 특별히 바다와 도시의 난개발을 경고하는 작품이 많았다. 

부산 출신의 송성진 작가는 버려진 나무를 이용해 거대한 빌딩 숲을 형상화('미래의 기억-도시')했다. 작가는 해수욕장 모래와 바다가 만나는 경계에 작품을 설치해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빌딩들이 잠기고 드러남을 반복하게 했다. "자연환경을 무시한 개발은 또 다른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수홍 작가는 지나친 개발로 모래가 점점 사라지는 바닷가에 지속해서 모래를 공급할 수 있는 '모래탱크'를 출품했다. 작가는 "모래를 계속 제공하는 공급 장치처럼 건강한 바다의 원래 모습을 되살렸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송도해수욕장에서의 추억을 간직한 김재영 작가는 훌라후프처럼 생긴 스테인레스강으로 거대한 토네이도를 표현해 태풍과 시간의 부침으로 송도의 많은 것들이 변했음을 암시했다.

관람객이 가장 많이 손을 대 본 도자기 형상의 오뚝이('균형')를 만든 사니타스 스튜디오(태국)는 "지금까지 한국인들은 균형을 잘 유지하면서 어려움을 넘겨왔다고 들었다"며 "오뚝이의 움직임이 균형과 해수욕장의 생기발랄한 즐거움을 드러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래사장 속에 옹기를 박는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이날 오후까지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도 몰랐다"는 라첼라 아베트와 레베카 발레스트라(이탈리아)는 옹기 속에서 부산 및 송도의 일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2013년의 대상작은 푸른색 그물로 궁전을 만들어 바다에 띄운 조은필 작가('일렁이는 궁전')에게 돌아갔다.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시작된 개막 행사에는 가야금연주자 정민아의 퓨전 공연과 가수 강산에가 부산 바다의 활기찬 이미지와 어울리는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여 관람객의 눈과 귀를 동시에 즐겁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