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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속에 서서 멸치를 사냥하는 갈치. (c)KBS 김동식 수중촬영감독 |
-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황선도 지음 /부키 /1만5000원
'고등어는 왜 등이 푸를까? 그 흔하던 명태는 왜 더 이상 잡히지 않을까? 넙치와 가자미는 눈이 왜 한쪽에 몰려 있을까?…'
밥상에서, 바닷가에서, 횟집에서 생선을 먹을 때 한 번쯤 품어보았을 의문이다.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는 30년간 어류를 연구해 온 물고기 박사가 이같은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다. 1월 명태, 4월 조기, 10월 고등어 등 1년 열두 달에 맞춰 매월 가장 맛있는 제철 물고기를 선정해 이름의 유래와 관련 속담, 맛있게 먹는 법 등을 맛깔나게 들려주고 있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일본의 방사능 유출 때문에 국내 생선 시장이 된서리를 맞는 요즘의 제철 생선은 바로 갈치다. 몸이 길고 납작한 띠 모양으로 이름도 '칼을 닮은 물고기'라는 뜻이다. 생긴 것뿐 아니라 사냥하는 자세도 '칼' 같다. 다른 물고기들이 보통 옆으로 헤엄치며 먹잇감을 잡는 것과 달리 갈치는 꼿꼿이 서서 사냥한다. 이런 습성 때문에 일본에서는 '서 있는 물고기'라고도 부른다. 성질도 사나워 자기 동족까지 잡아먹는데, 갈치 낚시에 갈치를 미끼로 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홍어는 유독 성(性)과 관련해 입길에 오르내리는 물고기다. 암놈을 잡으면 수놈이 붙어 올라오는 걸 두고 정약전 선생은 '자산어보'에서 "색을 밝히다 죽음을 자초한다"고 훈계했을 정도. 그러나 알고 보면 홍어는 철저한 일부일처주의자다. 저자는 죽어가는 암놈을 움켜잡는 숫놈의 집착을 '죽음을 뛰어넘는 순정'이라고 변호한다.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비속어에 대한 해석도 더해졌다. 수컷의 생식기에 붙어 있는 가시 때문에 조업에 방해가 되고 손을 다칠 수도 있어 잡자마자 칼로 쳐 없애 버리는 옛사람들의 조업 행태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추론이다. 하지만 저자는 '참홍어 생식기가 두 개라는 것에서 희소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맛과 멋이 함께하는 글 속에는 학자로서의 자부심이 엿보인다. 더불어 갈수록 바다와 하구 생태계가 황폐해져 더 이상 명태를 잡을 수 없고, 황복과 뱀장어는 하굿둑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하며, 멸치 떼는 어군탐지기를 앞세운 대규모 선단에 깡그리 잡혀가는 요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