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력을 이용한 대나무 작업을 선보인 마테오 베라의 작품.

- 컨테이너 4동 쌓기 크레인 동원
- 페인트 마르기 전에 비 오기도

- 밀물 썰물 이용한 대나무 작품
- 2년 전 경험 살려 이틀 만에 '뚝딱'

- 작가들 설치계획 변경 시도
- 전시감독 "절대 안 된다" 설득

부산비엔날레의 부대행사에서 독립해 2년 전부터 홀수 연도에 열리는 '2013바다미술제'가 14일 개막한다. 부산 송도해수욕장(서구 암남동)의 개장 100년을 기념해 'With 송도:기억·흔적·사람'을 주제로 한 달 동안 개최되는 이번 행사에는 한국 미국 대만 등 총 11개국 34점이 전시된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6월 출품작품을 확정해 7월부터 작가들의 현장답사와 설치준비를 해왔으며, 지난 2일부터 작품의 현장설치에 돌입했다. 바다를 전시장으로 삼는 바다미술제의 특성상 날씨와 해수면의 상태 등에 따라 탄식을 쏟아내는 작가가 많았다. 작품은 11일 설치가 완료됐다. 이에 앞서 굴착기, 크레인 등이 바쁘게 움직이며 공사장을 방불케 한 송도해수욕장을 둘러봤다.

■컨테이너 탑, 설치부터 난항

컨테이너 8동을 이용해 '부산'을 표현하게 될 크레이그 코스텔로의 작품.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재료는 높이 2.4m, 무게 3.5t의 컨테이너 8동. 크레이그 코스텔로(미국)의 '무제'에 쓸 컨테이너로, 지난달 29일 50t짜리 대형 크레인이 동원돼 현장에 설치됐다. 작가는 컨테이너 4동을 쌓은(높이 10m) 거대 컨테이너 탑과 일렬로 세우면 36m가 되는 4동의 컨테이너로 '부산'을 표현할 예정이다. 컨테이너를 쌓는 일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고 한다. 김태인 설치팀장은 "밤잠을 설쳤다. 워낙 무거워 만에 하나라도 쓰러진다면 상당히 위험하다. 이것을 4단으로 쌓아두면 아래에 받는 하중도 상당하고, 풍속에도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또 있었다. 작가는 지난 6일 도색작업을 마치고 7일 페인팅 작업을 하기로 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컨테이너가 마르기도 전인 7일 비가 내려 페인트가 흘러내렸다. 설치팀은 바닥에 떨어진 페인트를 걸레로 닦아내고 작업장 주변 바닥과 나무까지 비닐로 꽁꽁 싼 후에야 작업을 재개했다. 작업복에 마스크를 쓴 작가는 소화기처럼 생긴 통에 도료를 넣어 하루 6시간씩 도색작업을 했다.

■구관이 명관… 이틀 만에 '뚝딱'

바다미술제의 백미는 '해양성'. 2011바다미술제 대상작가인 마테오 베라(이탈리아)는 조수 간만의 차를 활용한 '달력:시간, 파도 그리고 기억'을 출품했다. 원형으로 설치된 대나무는 밀물 때는 세로로 세워진 나무를 받쳐 일어나고, 썰물 때는 대나무가 눕는 형태로 현장성을 살린 작품이다. 이번에는 2년 전 쌓은 내공으로 지난 7, 8일 이틀 만에 뚝딱 작업을 끝냈다. 반소매 차림으로 물에 뛰어들어 작업했다는 작가는 "2년 전 송도를 찾았던 추억이 매우 좋아 올해도 신청서를 냈다"면서 "예전에 고생을 많이 해서 이번에는 꼼꼼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더 깊은 곳에 설치하라구요?"

파란 그물로 만든 궁전을 물에 띄우는 조은필 작가의 작품,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바다라는 특수 환경 때문에 애를 먹은 작가들도 있다. 막상 현장에 도착한 작가들은 작품 손상과 수심 때문에 원래 바다에 작품을 띄우려던 계획을 변경, 모래사장에 세울 려고 했다. 하지만 현장경험이 많은 박태원 전시감독은 "절대 안 된다. 설치 장소를 더 깊은 바다로 가져가자"며 작가들을 설득했다. 해수면으로 설치 위치를 지정한 작품들은 조은필의 '일렁이는 궁전', 김재영의 '사라진 추억', 콘스탄틴 디모폴로스(호주)의 'Bird Cloud' 등이다.

파란 그물로 궁전을 만든 조 작가는 "스티로폼 받침대를 물에 띄워 고정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큰 드럼통에 모래를 가득 채워 바닥에 세운 후 이를 스티로폼과 고정하기 위해 스킨스쿠버와 어시스턴트가 몇 차례 물속을 들락거렸다"고 말했다.

김 설치팀장은 "현장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조심해라' '빨리빨리'이다. 안전성을 기하면서도 날짜에 맞추려면 서로 모순된 이들 말이 먼저 나왔다. 작가들과 티격태격했지만 안전하게 설치가 끝나니 뿌듯하다"고 밝혔다.

11일 현재 출품작품은 송도해수욕장의 백사장(약 500m 거리)과 인근 덱에 28점, 해수면 2점, 해수면과 수변 경계에 4점 등이 설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