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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자본주의 <19>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죽는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일반이론'①

천재 경제학자 '보이지 않는 손'의 신화를 공격하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9-04 20:03:2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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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루스벨트. 흔히 뉴딜 정책은 '두 개의 R'과 '두 개의 C'를 주었다고 말한다. 두 개의 R은 구호(Relief)와 회복(Recovery)이며, 두 개의 C는 신념(Conviction)과 신뢰(Confidence)이다. 우리 정치지도자들에게 결여되어 있는 것은 바로 신뢰가 아닐까? 동남권 신공항이나 해양수산부의 이전 같은 문제를 보더라도 말이다.
애덤 스미스 이후 이백 수십년 동안 살았던 수많은 경제학자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학자는 누구인가 하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누가 누구보다 더 위대하다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평가여서, 사람마다 그 대답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미스 이후 누가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인가 하고 묻거나, 누가 가장 많은 논쟁을 일으켰는가 하고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라고 대답할 것이다.

케인스가 지적으로 매우 뛰어난 인물이며, 아무런 수식어 없이 그냥 천재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만한 인물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20세기의 가장 저명한 철학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버트런트 러셀조차도 케인스와 대화를 하다 보면 열등감을 느낄 정도라고 평했으니 말이다. 고약한 일은 다른 누구보다 케인스 자신이 그러한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케인스는 다른 경제학자들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고는 하였다. 케인스는 경제학을 자신이 일생을 바쳐 헌신적으로 매달려야 할 만큼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자신의 지성을 사용하기에 그럭저럭 괜찮은 학문 정도였을 뿐이다. 그래서 다른 경제학자들이 어려운 논문들을 붙들고 고심할 때, 그는 와인 파티와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를 즐겼다. 좁은 연구실에서 밤새워 연구활동에 매진하는 경제학자들에게, 경제학을 여가선용의 방편쯤으로 생각하는 호사가가 언제나 자신을 내려보는 듯한 태도로 대하는 것은 참으로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John Maynard Keynes
케인스의 이름에는 언제나 몇 가지 연관어들이 따라다닌다. 대공황, 뉴딜 정책, 정부개입, 복지국가 등등이 그것이다. 대중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케인스를 유명하게 만든 사건은 역시 1929년의 대공황이다. 흔히 대공황을 극복한 루스벨트(1882~1945) 대통령의 뉴딜 정책은 케인스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추진되었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뉴딜 정책이 과연 대공황을 극복하게 하였는가 하는 논쟁과는 별도로, 뉴딜 정책과 케인스는 거의 관련이 없다. 설마 미국에는 정부에 그런 조언을 해 줄 경제학자가 아무도 없었을까? 다만 케인스가 유명하다 보니 나중에 그런 식의 설명이 널리 퍼졌을 뿐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물론 내용적으로 케인스가 주장한 경제정책과 뉴딜 정책이 많은 공통점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당시 케인스가 더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은 미국의 뉴딜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독일의 나치즘이었다.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1936)'의 초판에서 케인스는 나치스의 경제정책에 대해 바로 자신이 주장하는 정책이라고 칭찬하였다. 물론 제2판에서부터는 그러한 언급이 모두 삭제되었지만 말이다.

칼 멩거의 제자이자 신자유주의의 사상적 원조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 폰 미제스는 언젠가 케인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매우 훌륭한 경제학자이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오류를 저질렀다"고. 그 한 가지 치명적인 오류란 바로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용인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지지했다는 것이다. 근대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바로 시장의 자기조정 능력이다. 시장이 언제나 균형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일시적으로 시장이 불균형 상태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모든 경제학자들이 인정한다. 다만 주류 경제학은 시장은 언제든 그러한 불균형을 스스로 조정하여 균형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에서부터 출발한다. 조금 극단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시장의 이러한 자기조정능력에 대한 신뢰와 신념이 없다면 우리가 아는 경제학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케인스가 주류 경제학자들을 당혹하게 만든 것은 그의 딜레당트한 호사 취미가 아니라, 바로 이러한 경제학의 근본적인 신념에 대한 비판이었다.

   
케인스의 '일반이론' 표지.
가령 대공황에 대해서도 신자유주의 계열의 경제학자들은 뉴딜 정책이 대공황을 극복하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 두었으면 더 빨리 더 적은 피해로 공황을 끝낼 수 있었을 텐데 뉴딜 정책 때문에 오히려 공황이 악화되고 장기화되었다는 것이다. 어차피 역사에는 가정이 필요 없으니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는 알 수 없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 둔다면 언젠가는 위기가 극복되었으리라는 것은 옳다.

케인스도 시장에 그러한 자기조정 능력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죽는다." 가령 사고로 큰 부상을 입고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어차피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죽을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수술을 하면 살릴 수 있는 환자를 내버려 둘 것인가? 언젠가 죽을 때는 죽더라도 지금 살릴 수 있다면 일단은 살리고 볼 일이 아닌가? 정부개입도 마찬가지다. 시장에 맡겨두면 언젠가는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겠지만, 지금 정부가 개입하여 당면한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굳이 주저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뜻이다.


# 모든 정부는 억압이다― 하이에크의 '노예로의 길'

- 정부개입의 틈을 허용하는 순간 국가는 전체주의를 꿈꾼다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듯이, 경제학의 역사에도 소문난 라이벌이 많다. 특히 이런저런 논쟁에 자주 얽히다 보니 케인스의 라이벌이라고 일컬어지는 경제학자들은 많다. 하지만 정작 케인스가 그들을 라이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가령 나중에 노벨상을 수상한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1899~1992)만 해도 그렇다. 케인스와 하이에크는 여러 번 치열한 논쟁을 벌였지만, 하이에크를 대하는 케인스의 태도는 언제나 재능 있는 젊은 후진을 가르치는 대가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그 당시 케인스는 경제학자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이었고, 하이에크는 이제 막 그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하였을 뿐이다.

학문적 논쟁과는 별개로 두 사람의 인간적 관계는 매우 친밀했다고 하는데, 실은 이도 케인스가 하이에크를 한 번도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케인스가 어떻게 생각하든 하이에크가 케인스의 가장 큰 라이벌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 정부의 시장개입을 가장 격렬히 비판한 경제학자이기 때문이다.

1947년 부활절 날 스위스의 작은 휴양지 몽페를랭에서는 일단의 젊은 경제학자들의 모임이 열렸다. 이 모임의 좌장은 하이에크였고, 참가자들 가운데 맨 끝자리에는 역시 뒤에 노벨상을 수상한 통화주의의 창시자 밀튼 프리드먼(1912~2006)이 있었다. 이날 모인 경제학자들의 공통점은 바로 마르크스와 케인스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는 사상은 바로 이 모임에서 구체화되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왜 정부개입을 반대하는가에 대해 하이에크는 '노예로의 길(1944)'에서 나치스나 이탈리아 파시스트의 정책은 이름만 다를 뿐 모두 사회주의라고 비판하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조금이라도 정부개입을 용인하면 정부는 스스로 자기영역을 확대해 가기 마련이고, 마침내는 경제의 모든 결정이 정부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회주의 특히 국가사회주의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는 필연적으로 전체주의적 정치체제를 가지게 되고 이는 소련에서처럼 모든 시민이 국가의 노예가 되는 길이라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케인스의 경제학이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했다고 칭송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이에크에게는 케인스의 경제학과 뉴딜 정책과 나치스의 동원경제와 소련의 계획경제는 똑같이 시장을 억압하는 전체주의로의 길이었던 것이다.

조준현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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