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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의 공간-부산 근현대의 장소성 탐구 <10> 영도다리

'일제의 과시' 상징서 6·25 '민족의 다리'로…현대사 아픔 이중적 기억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9-03 19:59:59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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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11월 23일 영도다리 개통식 당시 도개교가 들어올려진 모습. 이날 모인 인파는 약 5만 명으로, 당시 부산 인구 약 12만 명의 40%가 넘는 인원이 몰렸다. 국제신문DB
- 1934년 준공 당시
- 도개 기능 때문에 수많은 구경꾼 몰려

- 1966년 교통체증 이유
- 도개 기능 사라져도 각종 자료 그 모습 남아

- 일제 과학기술 대변,식민지 역사 파편 인식
- 6·25전쟁 땐 피란민들 이산가족 찾기 애환도

- 부산사람에겐 일상, 피란민에겐 비일상 공존
- 복원방식 '민족'만 강조
- 식민지 경험·동란 비극 분리하려는 이분법도

곧 있으면 복원된 영도다리가 공개된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다리를 들어 올리는 광경이다. 1934년 11월 23일에 준공된 영도대교는 당시에도 도개 기능 때문에 높은 관심을 받았다. 다리 일부가 하늘로 솟는 장면을 보기 위해 준공식에는 5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한다. 말로만 듣던, 혹은 사진으로만 보던 도개 기능이 다시 공개될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영도다리에 대한 기대는 높다. 영도다리를 하루에 몇 차례 도개할 것인가, 영도다리가 가지는 역사성과 상징성, 고유성을 어떻게 문화, 관광 콘텐츠로 연결할 것인가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교통을 방해하는 나이 든 애물단지로 전락하여 한때는 철거 위기에도 놓였던 영도다리지만, 지금은 서로 모셔가기 바쁜 귀한 몸이 되었다. '영도대교 전시관' 입지문제를 두고 영도구와 중구가 벌이고 있는 힘겨루기도 영도다리가 가지는 문화적 가치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다름 아니다. 말 그대로 영도다리는 지금 부산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매력적인 '요~물'인 셈이다.

■'식민지 근대'의 기술과 이성의 상징

   
1954년 당시 미군 공병부대원이었던 클리프 스트로버스가 찍은 영도다리 도개 장면(출처 '칼라로 만나는 1954년 KOREA'·두모 펴냄)
1966년 9월 1일 교통 체증을 이유로 영도다리의 도개 기능이 사라지기 전까지 영도다리에는 항상 '한국 유일의 도개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영도다리의 핵심이 '도개 순간'에 있었다는 사실은 준공 당시 구름과 같이 모인 사람이 증명하기도 하지만, 기념엽서, 스탬프, 접시, 관광안내서, 지도 등 지금까지 남아있는 각종 자료를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단번에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들 자료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영도다리의 도개 순간을 포착하여 다리의 개성과 위용을 설명하고 있다. 영도다리는 부산관광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대표 관광코스였다. 육중한 다리 일부가 끄덕끄덕 올라가는 영도다리는 '근대과학미를 자랑'하는 건조물로서 일본이 '동아의 대현관, 세계교통의 요충 부산 남단의 근대도시 항구 부산'에서 이룩한 쾌거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영도다리는 일본이 식민지에서 시도한 근대를 전시하고 과시하는 데 가장 적합한 '표징'이었던 것이다.

해방 이후에도 영도다리의 도개 장면은 여전히 훌륭한 볼거리였다. 미국에서 파견된 한 공병부대원의 눈에도 도개 모습은 이채롭게 보였던 모양이다. 영도 쪽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이 사진에는 시내로 들어가려는 차량과 다리의 도개로 인하여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반대편 남포동 쪽의 사람들도 오밀조밀 모여 도개 현장을 구경하는 풍경 역시 재미있다.

이렇게 영도다리는 오랜 세월 부산을 대표하는 명물로 군림하였고, 다리의 상판이 들릴 때 울리는 사이렌 소리는 정기적으로 울리는 시계 종처럼 일상에 녹아들었다. 도개 기능을 없애고 다리를 고정한 이후에도 영도다리는 여전히 열린 모습으로 각인되었다. 영도다리 복원을 논의할 때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진 것은 도개 기능의 복원 여부였다. 도개를 하지 않는, 또는 할 수 없는 영도다리는 김빠진 콜라처럼 심심하고 매력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영도다리의 도개 기능을 강조하면 할수록 우리의 기억은 이른바 '식민지 근대'의 기술과 이성에 포획되고 만다는 점이다. 식민도시 부산에서 영도다리가 일본의 근대 과학 기술을 대변하는 명징한 이미지를 생산해 내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자. 영도대교를 원형 그대로 복원한다는 의미에는 식민지 근대의 파편을 재현한다는 의미도 함께 내포된 것이다.

■'민족의 다리'로 호명되는 영도다리

   
도개 중단 47년 만인 지난 7월 25일 복원된 영도다리(정식 명칭 영도대교)의 도개 시운전 장면. 국제신문DB
영도다리의 도개만큼이나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영도다리에 얽힌 한국전쟁의 기억이다. 전국 각지의 피란민들이 부산으로 몰려들던 시절, 이들은 만약 헤어지게 되면 영도다리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하루에 수차례 일어서는 영도다리는 그만큼 유명했고 비교적 찾기도 쉬웠다. 실제로 영도다리에는 잃어버린 가족을 찾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며 사람을 찾는 종이쪽지 벽보로 도배되기도 했다. 식구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막막한 기대와 좌절, 망향의 슬픔과 애환이 가슴 속에서 들끓을 때는 다리 아래 점집 문을 두드리며 재회의 순간과 운명을 점쳐보기도 했다. 기막히고 절절한 사연은 노래로 영화로 만들어졌다. 가수 현인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1953년)를 따라 부르며 신세 한탄을 하고, 헤어진 여동생 금순이를 마음속으로 품어보기도 했다.

2000년 이후 영도다리에 관한 철거론과 보존론이 팽팽하게 대립할 때도 영도다리를 보존한 것은 6·25전쟁의 기억이었다. '영도다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영도다리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동란의 비극을 온몸으로 버티어 낸 민족의 다리입니다. 오십 년 전 포화를 피해 내려온 피난민들은 전쟁 통에 헤어진 부모·형제를 이 다리 위에서 기다렸고 타향살이의 고단함과 서글픔을 이 다리 위에서 삭였습니다'고 이야기하며 영도다리를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간직한 '생명체'로 강조하였다. 영도다리는 6·25전쟁을 매개로 하여 '민족의 다리'로 호명됐고, 또 영도다리의 '애환'은 곧 '민족의 비극'으로 치환되어 '국사'의 중심에 자리하게 되었다.

■기억의 정치학

곰곰이 생각해보면 영도다리라는 특정 장소에 각인된 피란민의 애환과 이산가족의 비극은 타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비일상'의 경험이자 기억이다. 부산 사람에게 영도다리는 차와 사람, 그리고 배가 위아래로 왕래하고 일정한 시간에 다리가 열리는 '일상'의 장소였다. 말하자면 부산 사람들은 '타자의 시선과 기억'으로 만들어진 동란의 이미지를 영도다리에 부가하여 그 의미를 '전유'해 왔다. 복원의 방식도 마찬가지다. 영도다리를 일상적으로 향유하는 사람들에게 그 의미를 묻지 않고, 타자나 외부의 시선, 기억이 그것을 '전유'해 온 방식에 맞추어 다시 '재전유'하는 방식. 그리고 이것을 '복원'이라고 일컫는 것. 이러한 복원 논의 안에는 일상적으로 영도다리를 소유해 왔던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에 대한 어떠한 자각과 환기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외부와 내부의 균열을 봉합하기 위해 '민족'을 부르고, 이를 통해 외부와 내부, 타자와 주체는 곧 '우리'가 되어 분열 없는 하나의 기억을 만들고자 한다.

   
그뿐만 아니라 영도다리 복원 담론에는 식민지 경험과 동란의 비극을 분리해 내려는 이분법적 구획도 내재하여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도개교로서의 영도다리에는 식민지, 근대, 과학 기술 등이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얽혀 있다. 영도다리의 원형과 기능이 그대로 복원되고 재현되기를 바라면서도 그것이 식민성의 재현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식민지 기억은 깨끗하게 소멸, 삭제시키고 '민족'으로 봉합 가능한 기억들로 편집해야만 영도다리는 복원될 수 있었던 것일까. 영도다리 복원 완성을 앞둔 이 시점에서 과거를 재현하고 복원하는데 어떠한 기억의 정치학이 작동했는지에 대해 궁금히 여기는 것은 그저 딴죽을 걸거나 뒷북을 치는 일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조정민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비교사회문화학박사

※공동기획 :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의인문학연구단, 국제신문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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