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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한일 신 실크로드 <15> 통신사의 길, 서울에서 부산까지

사행단이 지나가는 고을 접대 소홀 땐 실무맡은 이방 곤장 치기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8-26 19:04:46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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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관찰사가 조선통신사 일행에 전별연을 베푼 경북 영천의 조양각. 도서출판 경진 제공
- 안동지나 영천 땅에 도착하면
- 경상도 관찰사가 전별연 마련
- 술과 음악에 마음껏 취하기도

- 연회 열린 조양각 앞 강가에선
- 보기 힘든 기마무예 마상재 시연
- 인근 고을 백성들까지 나와 구경

- 부산 들어설 땐 사신 위엄 보이려
- 정갈한 관복 차림에 의장대 갖춰
- 해신제 지낸 후에 일본으로 출항

■지나가는 고을도 할 일 다 했다

   
조선통신사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제례의식인 해신제를 재연한 모습. 국제신문DB
서울에서 출발한 통신사가 부산에 도착하기까지는 대개 20일에서 30일이 걸렸다. 통신사가 일본 내에서 이동할 때에는 숙소에서 일본인과 교류하면서 조선의 문화를 알리는 일이 많았다. 반면 국내에서 이동할 때 통신사가 지나가는 곳에서는 이들이 편안하게 길을 떠날 수 있도록 음식과 말, 숙소 등을 제공하는 데 힘을 썼다. 무엇보다 사행길 주변 지역의 사또들이 지응관(사행들의 의식주 등 각종 물품을 챙겨주기 위한 관리)으로 임명되어 통신사들을 위로하느라 노고가 컸다.

무사히 돌아올 지도 확실하지 않은 먼 길을 떠나는 데다, 무엇보다 국왕의 국서를 가지고 가는 막중한 외교사절단에게 누구라도 극진한 문안 인사에 융숭한 대접을 해야 했다. 게다가 통신사 행렬의 최고 수장인 정사(正使)는 정3품 당상관 반열의 관리였다. 행렬이 지나던 고을 사또는 경상도 관찰사(경상감사)와 몇몇을 제외하고는 관직이나 품계가 대부분 정사보다 낮았다. 그러니 제대로 모시지 않았다간 큰일 치는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통신사가 쓴 사행록에도 '접대가 소홀했다', '음식을 내어오는 범절이 형편없었다', '사행을 우습게 본다'는 식의 기록이 많은 것으로 보아 소홀한 접대에는 꽤 섭섭했던 듯하다. 고을 사또가 여러 가지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면 그 지역의 접대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고을의 실무관리인 이방을 위시한 이들이 곤장을 맞는 일도 종종 있었다. 어떤 고을의 사또는 사신단이 지나갈 때 잔치를 베풀지 못하는 대신 노자나 하라고 은을 주었다가 무안만 당한 일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사신단이 지나가는 고을에 너무 많은 민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사신단의 수도 줄이고, 각종 절차를 간소하게 하고, 음식물의 양도 줄이려고 하였다. 1763년 사행길에 올랐던 조엄도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조심하였으나 이러한 노력이 물거품 될 때도 있었다. 문경 유곡으로 향할 때 큰 강을 지나야 하는데 해당 고을에서 말이나 보조 인력을 제대로 지원해 주지 않아 사신단이 물살에 휩쓸려 위험에 빠지는 일이 있었다. 고을에서 최소한의 준비도 하지 않았던 탓이었다. 결국 조엄은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기 위하여 해당 고을의 좌수와 아전을 잡아다가 벌을 주고, 고을 사또의 처벌은 잠시 보류해 두었다. 그는 3년 전에 경상도 관찰사를 지냈기 때문에 낯익은 고을에서의 불편한 대우에 화가 나도 단단히 났음직하다.

■잠시 여유를 찾는 고을, 영천

사신단은 서울에서 출발하여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빠르게 이동하다가도, 조령을 넘어 경상도 땅에 들어서면 잠시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안동을 지나 영천에 도착하면 그동안 받지 못했던 큰 연회도 있고, 풍악도 즐기는 등 그날만큼은 마음껏 취할 수도 있었다. 경상도의 수장인 경상도 관찰사가 사신단을 작별하고, 위로하기 위해 크게 벌이는 전별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별연 술상은 영천 조양각에서 펼쳐졌다. 그리고 조양각 앞 남천 강가에서는 마상재 공연도 이어졌다. '영남의 큰 행사'라고 불린 이 날의 행사를 보기 위해 인근 고을 사또들은 물론이고 일반 백성까지 구경꾼이 만 명에 이를 정도였다. 마상재는 말 등에 바로 서기, 두 말을 함께 타기, 말 위에 물구나무서기 등 여러 장면을 연출하는 고난도의 무예기술이었다. 일본에서는 인기가 높아 통신사가 올 때 꼭 데려오라는 요구를 했었다. 이러한 무예기술은 정작 조선 백성도 보기 어려운 것이어서 영천에서 마상재 공연이 있는 날에는 구름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곳에서는 지역 유생과 사신단 사이에 교유도 있곤 했다.

1624년, 1636년 사신단이 영천에 도착하자 이곳 선비들이 사신단을 찾았다. 사신단을 찾는 이는 사신단에게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러 오는 지방 사또나 아전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들 외 친인척, 친구 그리고 그 지역 유생, 선비들도 있었다. 이는 통신사들이 '한 시대의 가장 뛰어난 인재'로 구성된 엘리트였기 때문에 지역 선비들도 이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렸다가 시를 요청하거나 각종 글을 부탁하고 교류하는 모습이 종종 있었다. 1636년 김세렴이 영천에 도착하였을 때 영천 선비 수십 명이 그를 찾아와 1609년에 사망한 조호익(曺好益) 선생의 비문을 지어달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세렴은 1616년 문과 장원급제 출신이었다. 조호익은 평생을 학자로 살았고, 때론 지방관으로, 때론 의병장으로 만인의 추앙을 받고 있었다. 특히 영천의 서원에 이미 배향된 인물로, 영천의 선비들은 조호익의 비석에 새길 명문장을 김세렴에게 요청한 것이다. 김세렴은 사양하지 않고 사행이 끝난 후에 비문을 짓겠다고 약속하였다.

■동래, 다시 의장을 갖추고…

   
2007년 조선통신사 문화사업회가 동래구 명륜초등 앞에 설치한 조선통신사의 길 표지석.
사신단이 서울에서 동래까지 오던 길은 파견될 때마다 똑같지는 않았다. 영천-경주-울산을 거칠 때가 많은데, 사신 중에는 고향에 들르기도 해서 행렬과 따로 움직여서 동래에 도착하는 일도 많았다. 1719년 통신사 사행록인 '해유록'을 쓴 신유한은 고향이 고령이다 보니 문경 유곡에서 행렬과 헤어져 고향 집에 들렀다. 그리고 집에 머물면서 행장을 꾸려서 현풍-창녕-밀양-양산을 거쳐 동래에 도착하였다. 창녕-밀양을 지나오는 내내 그의 인척과 친구들이 그를 배웅하였다.

사신 구성원 대부분은 행렬을 이탈하지 않고 동래까지 함께했다. 사신단이 영천-경주를 지나 울산에 도착하면 동래가 눈앞이었다. 이제 하루 반나절 정도면 동래에 도착하기 때문에 동래에서도 이들 사신단을 맞이하느라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우선 아전과 군인들을 보내 동래까지 호위하러 나섰다. 또한 동래 고을 사또는 동래 경계까지 나와 사신단을 맞이하였다. 흩어졌던 사신단이 모두 정렬하는 곳이 동래였기 때문에 동래 남문을 들어서는 사신단은 여느 지역보다 관복을 정갈하게 하고, 의장대를 갖추어서 국서를 봉안하면서 동래로 들어섰다. 1763년 통신사 조엄은 몇 해 전에 동래부사를 한 적이 있어 조엄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아전과 군인, 일반 백성, 심지어 승려까지 동래 경계에까지 나아가 그를 맞이하였다.

동래에서 출발하여 부산으로 향할 때는 의장에 더욱 힘을 썼다. 부산 가까이에는 왜관이 있어 조선 국왕사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당시의 부산은 오늘날 자성대 공원 주변의 부산진성으로, 부산진성 서문 밖 영가대 아래 항구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사신단은 여독도 멀리한 채 바삐 걸음을 옮겼다.

부산은 통신사가 출발한 곳이고, 출발과 관련 있는 영가대, 해신제 등으로 다른 지역보다 통신사에게 중요한 장소이다. 더욱이 부산이 통신사에게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곳이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도착하는 첫 조선 땅이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대마도를 떠나 멀리 부산의 산들이 보였을 때에는 얼마나 기뻤을까? 사신단의 배가 보이면 우리나라 배들이 나아가 바다 한가운데에서 사신단을 영접하면서 영가대 아래로 들어왔다. 사신단은 마지막 힘을 다해 북을 치고 풍악을 울리면서 항구로 들어왔다. 부산진첨사와 그 휘하의 만호들까지 배를 타고 나와 맞이하고 어촌의 백성들은 모두 횃불을 들고 나와 어두운 바다를 환하게 밝혔다.

양흥숙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 교수


※공동기획: 부산문화재단, 조선통신사학회, 국제신문

※협찬: 한국수력원자력(주)고리원자력본부, YK Steel(주)

※후원: 누네빛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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