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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책 한 권] 광활한 남미의 자연 앞에 무릎꿇는 쾌감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13-08-23 20:15:59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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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흥망성쇠라는 것이 이리도 무상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나는 항상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우울과 불안에 사로잡힌다. 언젠가 우리도 이렇게 내팽개쳐지는 것은 아닐까. 우리 인류가 생명으로부터, 진화로부터, 아니 그와는 다른 무언가로부터 소외되는 것은 아닐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고를 받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메갈로마니아/온다 리쿠 지음·송수영 옮김/문학동네/1만3800원


그녀의 남미 여행이 유쾌하게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일탈을 꿈꾸며 훌쩍 떠난 것도 아니었고, 휴식을 위해 작정하고 나선 길도 아니었다. 중남미 고대문명을 조명하는 NHK 방송에서 여행기를 써달라고 끈질기게 요청해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따라나섰지만, 비행기 고소공포증을 걱정하며 한숨으로 시작한 여정이었다.

메갈로마니아는 일본 유명 추리소설가 온다 리쿠의 라틴아메리카 여행기이다. 그녀는 방송국의 부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행에 동참했다. 두려움을 안고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그녀는 이내 중남미 고대문명의 위대함에 매료돼 멕시코, 과테말라, 페루 등을 쉴 새 없이 돌아다닌다.

   
그녀의 여행기는 조금 독특하다. '메갈로마니아(과대망상)'라는 제목답게 여행지에서 받은 느낌을 정직하게 옮긴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상상력을 더해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특별한 여행기를 써냈다.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멕시코시티의 풍경에서 우주 항공모함을 떠올리고, 박쥐동굴에서 인류 멸망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식이다. 그리고 여행 중간 끄적거린 짧은 소설을 곳곳에 넣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여행기가 진솔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여행 내내 작가로서 한계를 실감하고 글쓰기의 고됨을 털어놓는가 하면, 거대한 문명 앞에서 그 두려움을 떨쳐보고 싶다고 고백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독자도 그녀의 남미 여행기를 읽으며 그곳으로 달려가 광활한 문명 앞에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녀의 불안할 것 같던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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