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은 유구한 역사와 높은 수준의 문화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민속적 건축양식으로 지은 집이다. 이런 한옥은 흙에 모래를 물에 비벼 틀에 찍어 말려 잿물을 발라 구워 지붕을 이은 기와집, 볏짚이나 억새로 지붕을 이은 초가, 얇은 나무판자나 나무껍질 또는 판석으로 지붕을 이는 너와집으로 나눌 수 있다. 굴피집, 귀틀집, 움집도 있다.
한옥에는 집안 살림을 꾸리고 안주인이 거처하는 안방, 침실·서재·거실이며 손님맞이 방으로 남자 주인이 거처하는 사랑방, 행랑채(없는 곳도 있음), 마당과 방과의 매개적 공간인 대청, 부엌, 곳간(고방), 귀중치 않은 물건을 보관하는 헛간, 마당(앞·뒤·행랑·사랑·일·안·바깥마당), 화장실, 가축 사육을 위한 외양간, 장독대, 우물, 굴뚝 등이 있다. 이 같은 배치구조를 차지하는 부분들에는 우리 선조의 전통·민속이 다 녹아있다. 지역에 따라 굴뚝에도 화려한 문양과 방향에 관해서도 깊은 관심을 두었고 우물을 길일을 택해 팠다.
한옥은 문화와 과학의 산실이다. 공간과 해와 바람과 비 그리고 방향, 선(線), 신(神), 모양(유형), 재질, 문양, 계절, 온도(구들) 등도 고려한 집이다.
여기서 기와지붕의 유형을 살펴보면 맞배지붕, 팔작지붕, 이층지붕, 정자지붕, 솟을지붕, 달개지붕, 까치지붕, 4모지붕, 6모지붕, 원형지붕, 왼쪽지붕, 일(一)자지붕, ㄱ자지붕, ㄷ자지붕, ㅁ자지붕, 왼쪽지붕, 무량각지붕, 이어내림지붕, 사면꺽은지붕, 반박공지붕, 겹지붕, 다각지붕이 있다. 팔작지붕만 보아도 정면(용마루, 내림마루, 귀마루, 추녀마루, 기왓등, 기왓골)과 측면(병풍널, 박공널, 박공장식, 꺽쇠, 졸대목, 합각, 목지연)마다 각기 다른 이름이 있다.
지붕의 기와는 분류는 기본기와, 막새기와, 서까래기와, 마루기와(취두, 치미 등), 특수기와로 18가지이다. 기와의 종류는 수키와, 암키와, 토수기와(인정전), 귀면기와(황룡사지)가 있다. 수기와의 끝부분에 대는 수막새는 고구려, 신라, 백제는 물론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유형으로 남기고 있다. 기왓골의 끝에 막새부(드림)에 부착하는 암막새 또한 수십 종류와 용, 봉황, 덩굴, 연꽃, 구름, 기린, 비천, 곤충 등 다양한 문양으로 우리 선조의 시대별 감각을 담아왔다. 요즈음은 지역에 맞게 기와를 바꾸면 된다.
초가지붕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재료로 지었고 지붕의 재질은 다르지만, 적잖은 의미와 향수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과 일본과 달리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공존하는 한반도의 더위(마루)와 추위(구들 온돌)를 동시에 해결한 점에서 두 다리의 디딜방아처럼 우리에게 맞는 법고창신의 집이다.
올해는 유달리 덥다. 그런데 부산시청 등 공공기관에 가면 전기 절약을 위해 더욱 덥게 지내야 했다. 이 때문에 한옥을 통해 최소한 여름에 에어컨 없이 살아야 했던 선조의 지혜가 새삼 느껴진다.
외국인 관광객이 부산에 머물지 않고 경주나 다른 곳에 가는 이유는 부산에는 한국적이고 부산의 정체성이 보이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것'을 보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앞에서 필자는 아시아하이웨이 'AH1'의 종점이고 출발지인 부산 금정구에 외국인을 위해 상징물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곳과 가까운(1㎞ 내) 금정구 '선동'에는 한양에서 말을 몰고 마지막 쉬어가는 '주막'이 있었다는 비문(碑文·사진)과 1697년(숙종 23년)에 세운 '소산역(영남로의 종착역)의 비(碑)'가 '하정'마을에 지금도 남아 있다. 말이 쉬어가는 역에는 사람도 쉬어가는 곳이다. 그곳에는 주막이 있었다. 주막은 밥과 술 따위를 팔고 나그네에게 잠자리도 제공하는 집이다.
이런 것들이 부산에 다시 생겨나 외국인 관광객 대상의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으면 좋을 듯하다.
부산의 일선 지자체와 민간에서도 박물관이나 역사관 등을 건립하는 시대다. 이들 박물관이나 역사관은 한옥이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붕이라도 부산의 정체성을 나타내어야 할 것이다.
권민수 한국민속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