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의 새 운영위원장이 선정되면서 미술계의 시선이 부산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 2월 이두식 전 운영위원장의 유고로 수장 없이 표류하던 조직위가 6개월 만에 정상화 길을 걷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조직위 임시총회에서 조직위 회원들은 만장일치로 오광수(사진) 내정자를 제8대 운영위원장으로 위촉 승인했다. 부산 출생으로 홍익대를 졸업한 신임 오 위원장의 임기는 이날부터 오는 2015년 8월 19일까지다. 이로써 역대 여느 운영위원장과 비교해 다양하고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새 수장을 맞이한 부산비엔날레가 적지 않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미술인들의 기대도 그만큼 크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지원되는 광주비엔날레와 뚜렷이 대비되는 차별화 전략 확보에다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지역 문화예술인과의 화합 문제 등 과제도 만만찮다.

■부산만의 비엔날레를 고민하자

지난 2000년 출범해 올해로 13년째를 맞은 부산비엔날레는 현재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으로는 부산 미술인들의 소외감과 함께 정체성 문제에 대해 진통을 겪고 있고, 밖으로는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 방침이 '선택과 집중'을 표방하면서 미술의 경우 광주비엔날레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선 부산비엔날레에 대한 정부의 냉정한 평가부터 살펴보자. 2006년부터 시행하는 국고지원사업에 대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평가 결과, 부산비엔날레는 시행 첫해 100점 만점에 85.02점을 받아 '우수'한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08년 82.06점(C등급), 2010년 81.7점(C등급)에 이어 지난해는 80.2점(C등급)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네 차례에 걸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평가 결과를 요약하면 ▷부산비엔날레의 비전 및 중장기 계획 수립 필요 ▷부산비엔날레 정체성 및 특성화 전략 수립 필요 ▷국제적·전문적 비엔날레 개최를 위한 근본적 조직 정비 등으로 압축된다.

2004년 부산비엔날레 현대미술전 감독을 역임한 국민대 최태만 교수는 "수년간 동일한 지적을 계속 받고 있다는 것은 부산비엔날레의 존립을 위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산비엔날레가 왜 필요한지, 광주와의 경쟁을 떠나 부산만의 비엔날레를 만드는 것에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남준 아트센터 박만우 관장(2006년 현대미술전 감독)도 "전시 포맷이나 담론 창출보다 광주와의 '차별성'을 분명히 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또 "비엔날레 개최 도시 시민으로 하여금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기여해 '이렇게 중요하고 좋은 비엔날레를 하는데 왜 정부나 시가 소극적이냐'는 목소리가 나오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임 위원장이 새겨들어야 할 주요 사항들이다.

■소통과 운용의 묘를 발휘할 시점

예산확보 및 중앙과 부산 미술인들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큰 역할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미술계 안팎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광주비엔날레 전시총감독 역임 등 미술계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탄탄한 인적네트워크를 자랑하는 오 위원장의 활약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안원현(신라대 교수) 부산비엔날레 학술디렉터는 "새 위원장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예산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부산 시민에게 얼마나 사랑받는 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 미술계의 불만도 두루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 작가를 홀대한 채 서울 중심의 중앙 미술계 인사들로만 비엔날레를 진행한다면 '비엔날레가 누구를 위한 잔치인가?'라는 회의적 반응을 낳게 될 것이고, 결국 행사의 최우선 수혜자가 될 시민사회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위원장은 지역 문화계의 판도를 정확히 분석해 그들과 '소통'하는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행사마다 전시감독의 뒤늦은 선임으로 행사 일정에 쫓기면서 시민들과 접촉하는 프로그램 개발이 부족한 것과 홍보 부족으로 비슷한 기간 개최되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인지도 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