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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애니메이션 '플랜더스의 개'에서 네로와 아로아, 파트라슈의 다정한 모습. |
- 정열적인 영국 여류 소설가
- 루벤스 그림 감상후 작품 구상
- 가난한자·동물에 많은 애정
- 일본서 만화영화로도 제작
어린 시절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플랜더스의 개'를 읽고 가슴 아팠던 기억을 가진 어른들이 많다. 슬퍼할 줄 모른다는 것은 그 자체가 슬픈 일이다. 결핍이 없어서 문제가 되는 우리 어린이들에 때로는 눈물 나는 슬픈 이야기가 정신적인 카타르시스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플랜더스의 개'는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와 함께 슬픈 결말을 가진 동화이다.
영국의 여류 소설가이며 아동문학가인 위더는 본명이 매리 루이스 드라 라메로, 1839년 영국 동부의 사포크주 베리세인트 에드먼즈에서 프랑스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족이 파리에서 살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20세가 되던 해 런던으로 이주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성격이 밝고 쾌활했던 그녀는 화려한 문체의 소설로 인기가 있었다. '플랜더스의 개(1872)'는 동물을 좋아하고 정열적이었던 작가가 가난한 사람들과 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은 이야기인데, 벨기에의 풍토와 등장인물에 대한 정교한 묘사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오늘날까지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다. 위더는 벨기에 노트르담 성당에서 바로크 회화의 거장 루벤스의 그림을 보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포악한 주정꾼 주인으로부터 버림받고 추위에 떨며, 빈사상태에 있는 늙은 개 파트라슈를 할아버지와 네로 소년이 구출한다. 네로와 파트라슈는 매일 아침 우유수레를 끌면서 가난한 생활을 계속한다. 네로는 그림에 대한 꿈을 안고, 돈 많은 곡물상의 딸 아로아의 초상을 그린다. 아로아의 아버지는 네로와 할아버지를 냉대한다. 마음씨 착한 할아버지 다스가 죽자, 네로는 개와 함께 마을에서 쫓겨난다. 네로는 그가 콩쿠르에 출품한 작품도 낙선하여 절망하고, 눈 속에서 곡물상 주인이 잃은 돈주머니를 주워서 주인에게 파트라슈를 시켜서 보내 준 다음 교회당의 그가 동경하는 루벤스의 그림 아래서 파트라슈를 껴안고 얼어 죽는다.
위더는 이탈리아에 매료되어 32세이던 1874년 이탈리아 피렌체로 옮겨 갔으며, 인생의 경험이 많아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짐에 따라 초기의 가벼운 소설에서 벗어나 무게 있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그녀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으며 동물을 좋아해 만년에는 고양이와 개를 기르며 지냈다. '플랜더스의 개'는 그녀의 대표작으로 한때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위더는 1908년 이탈리아의 비아레조에서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작품 속에서 네로가 간절히 보고 싶어 하던 그림을 그린 루벤스(1577~1640)는 벨기에 출신의 17세기 바로크 회화의 대표적인 화가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의 그림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역사화, 종교화, 인물화 등을 그렸다. 노트르담 성당의 그림은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다.
1975년 일본의 닛뽄 애니메이션은 첫 작품으로 '플랜더스의 개'를 제작하여 후지 텔레비전을 통해 총 52회에 걸쳐 방영했다. 작품의 슬픈 결말 때문에 방영 기간 일본 전역의 어린이들로부터 네로를 구원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으며, 우리나라에도 1976년에는 TBC 방송국, 1981년에는 KBS 1TV, 1994년에는 EBS에서 방영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2년도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플랜더스의 개'의 작가 조유인은 '내가 다시 길렀으면 좋겠다./그 개,/파트라슈./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흐릿하게만 보였던 마지막 장면은/모두 지워 버리고/춥고 배고팠던 네로와 파트라슈가 얼어 죽은/그 미운 크리스마스 이브를/춥고 배고팠던 네로와 파트라슈가 얼어죽은/그 미운 크리스마스 이브를/우리나라의 푸근한 추석으로 바꾸어서/모락모락 잘 익은 송편 한 접시/ 파트라슈와 함께 실컷 나누어 먹어야지'라고 노래했다. 가수 이승훈의 '하루하루 늘어가는 이기적인 만남들에 한 번쯤은 생각해'로 시작하는 '플랜더스의 개'도 있다. 최근 영화 '설국열차'로 화제가 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2000년 첫 데뷔작이 '플랜더스의 개'이다. 동화와는 상관이 없지만, 가난한 도시인들의 우울한 삶이 잃어버린 애완견 한 마리와 뒤얽히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처럼 '플랜더스의 개'는 우리에게 아름답고 슬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소설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로는 '눈물은 영혼을 씻어내는 비누'라고 했다. 슬픔은 어린 영혼을 단련시키는 힘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