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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금정구 구서동 경부고속도로에 자리 잡은 아시아 하이웨이 '시점'과 '종점' 표지판. |
길은 사람과 교통수단이 왕래하는 곳이다. 시점이 있고 종점이 있다. 시점은 출발점이고 종점은 도착점이다. 우리 일상에서 출발과 도착은 아주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나 집에서 나가 저녁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이런 여정에는 길이 필연코 이어진다. 출발과 도착 사이에는 공간적 선형의 길이 있다. 출발은 장소적으로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감이고, 의미적으로는 어떤 일을 시작함이다. 이 속에는 길이라는 것이 내포되어 있는데, 교통수단이나 방도와 규범이 다 '길'에 해당한다. 도착점(종점)은 끝이 아니다. 새로운 출발이고 새로운 여정을 담는 곳이기도 하다.
실크로드는 비단길이라 하며 아시아와 유럽을 이어준 길이다. 이 길을 통해 정치와 경제, 문화가 이어졌다. BC 60년부터 중국 중원의 비단과 칠기, 도자기, 양잠, 화약, 종이기술이 타클라마칸 사막과 파미르고원을 넘어 이란을 지나 로마까지 전해졌다. 장장 6400㎞에 이르는 이 길에 처음 이름을 붙인 사람은 독일인 지리학자 리히트호펜(1833~1905)이다. 실크로드는 기원전의 고속도로인 셈이다.
우리나라에도 실크로드가 존재했다. 해상실크로드의 시작점이고 끝점으로 위치한 신라였다. 지구 역사상 여러 국가 중 화려한 문명이 존재하면서도 멸망하지 않고 가장 오래된 국가로 유지한 나라 중 하나가 신라이다. 신라가 992년간 존재했던 이유 중 하나가 해상실크로드의 종착점이고 시작점이었다는 사실이다.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은 1934년부터 1935년까지 진행됐다. 이른바 '2만 5000리 대장정'이다. 마오쩌둥이 완전히 중국의 당권을 장악한 계기가 된 사건은 1934년 10월 중국 대륙의 대장정에서 시작되었다. 요즈음 이에 대한 원조 출발지로 '위두'와 '루이진'의 두 곳이 서로 원조 논란을 하고 있다.
지구의 땅끝마을 '우수아이아(Ushuaia)'나 영국의 땅끝마을 '랜즈 앤드(Lands End)', 유럽의 땅끝마을인 포르투갈의 '까보 다 로까(Cabo da Roca)', 미국의 최남단 '키웨스트(Key West)'는 관광 명소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육지부 최남단 해남군 이서면 갈두리도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표지석과 상징물 등을 설치하는 형태의 관광상품화 노력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부산 금정구(구서동)에는 '아시아 하이웨이'의 '시점(Begin)'과 '종점(End)'이 있다. 도로표지판에 'AH1(AH6도 부산이 시점이고 종점)'이라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 1번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이다. 경부고속도로 종점과 맞물려 있다. 아시아 하이웨이는 도로망을 연결해 아시아를 하나로 잇는 32개국, 14만 ㎞로 이어져 있다. 한국,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우즈베키스탄, 인도,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필리핀, 파키스탄, 터키,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시리아, 스리랑카, 베트남, 아제르바이잔, 일본(해상을 통함), 투르크메니스탄, 캄보디아, 태국, 벨라루스, 불가리아, 아프가니스탄, 네팔, 몽골, 미얀마, 라오스, 이라크로 아시아를 망라하는 인프라 네트워크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신실크로드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부산 금정구의 시점과 종점은 필자의 소견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위치로 보인다. 금정구는 이와 같은 좋은 장소를 홍보하고 장소와 여행정보 제공은 물론, 관광과 축제개발 등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금정문화회관(만남의 광장)이 있는 주변에 상징성이 강한 건축물이 있어도 좋다. 건물 내에는 32개 회원국의 문화와 역사 관련 자료와 그들의 민속놀이도 가능하게 하고 세계인이 몰려와서 자신들의 추억을 담을 수 있는 상징물이 있는 곳이면 더욱 좋겠다. 여기서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50년, 100년, 500년 뒤의 문화·경제적 이익과 가치를 읽어야 한다. 'AH1(신실크로드)'의 시점이자 종점인 금정구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법고창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권민수 한국민속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