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이노베이션 작가 이순의 '아름다운 공존'

- 8개 도시 한국화 작가 120여명
- 16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전시회

'모든 길은 서울로 통한다'. 정치 경제 교육 등 모든 분야를 통틀어 서울보다 절대적 박탈감을 가진 대한민국 지역 주민이라면 누구나 이 말을 공감한다. 예술 장르도 다르지 않다. 인프라와 예산 등이 부족한 현실에서 지역 작가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지지만, 쉽게 물꼬가 트이지는 않는다. 이에 전시 무대를 아예 서울로 옮기거나 작가들이 네트워크를 결성해 서울에 대응하는 등 '지역 예술가'로 살아남기 위한 활로 찾기가 분주하다.

제 25회 한국화 동질성전 작가 김인옥의 '관계'

20여 년간 작품활동을 하는 서양화가 문성원 씨는 최근 그룹 '이노베이션(혁신)'을 창단해 오는 19일부터 센텀갤러리(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창립전을 연다. 부산, 울산, 경남의 20~40대 작가 20여 명이 주축이 된 이노베이션은 부산 전시장의 관람객 없는 현실에 통감, 내년부터 매년 서울 중심가에 있는 갤러리를 대관해 자신들의 작품세계를 서울에 알리기 위해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264㎥ 규모의 전시장 대관을 마쳤으며, 내년 6월 초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그룹 대부분이 지역 전시에 그치는 데 반해 서울로 무대를 확대하는 것 자체가 역발상이고, 혁신이다.

"지난해 11월 해운대 달맞이언덕의 한 갤러리에서 일주일 동안 개인전을 열었다. 총 관람객은 지인을 포함해 겨우 30명 선이었다. 정말 참담했다. 11회째 개인전이고 매년 수십 차례의 단체전에 참여하지만 늘 비슷했다. 아무도 봐 주지 않는 작품을 그린다는 것은 작가로서의 존재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고민했다는 문 작가는 지역 작가들이 직접 서울로 가 자신들의 작품을 홍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구체화했다. 하지만 전시공간만 옮긴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터. 이에 대해 그는 "미술 관련자나 일반 시민 모두 인사동 갤러리 밀집 지역을 잘 알고 있다. 수년 전 그곳에서 첫 전시를 했는데 하루 평균 60명이 다녀갔다. '누구누구 전시가 아닌, 그곳에서 하는 전시'이기에 사람들이 찾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외국 딜러들도 꼭 들르기 때문에 작가들의 해외 진출도 가능하다. 안 된다고 주저앉지 말고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2일까지. (051)911-6677

이런 가운데 오는 16일까지 부산문화회관 대전시실(남구 대연동)에서 '제25회 한국화 동질성-천 년의 멋, 역사의 바람'전이 열리고 있다. 1991년 부산 대전 대구 전주 광주 제주 등 총 8개 도시의 한국화 작가 120여 명으로 구성된 이들 그룹은 한국적인 정서와 철학이 담긴 작품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운영위원장인 부산대 이민한 교수는 "모든 문화활동이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한국화 경향을 파악하는 통로나 작가들 간 교류가 전혀 없다는 데 문제의식을 같이했다. 지역 작가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서울 못지않은 수준 높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고, 종종 서울에서 전시하면서 지역 작가들의 역량도 펼쳐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예총 부산시연합회 송영명 회장은 "수도권 예술활동의 편중을 견제하기 위해 지역작가들이 연령, 학연, 지연 등을 초월해 동참한 것은 지방문화 분권을 강조하는 오늘날 더욱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