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강병규는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입증하지 못했다. "상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긴 했지만 당분간 수감생활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때 톱진행자로 분류됐던 방송인 강병규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2001년, 야구선수에서 방송인으로 전향한 강병규는 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자유선언 토요대작전' 등 당시 KBS 간판 주말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며 방송인으로서의 끼를 인정받았다. 운동선수 출신이라는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에 깔끔한 입담은 강병규를 단숨에 인기 방송인으로 올려놓았다.

방송인으로서의 명예 뿐 아니라 서울 강남의 유명 주상복합아파트에 입주할 만큼 부를 쌓았던 강병규다. 그렇지만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 당시 그가 참여했던 연예인 응원단이 논란의 중심이 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인터넷 도박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으면서 연예인으로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강병규의 지루한 법정 싸움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도박 선고 이후 이 모씨는 "강병규가 3억원을 3개월 안에 갚겠다고 빌린 후 갚지 않았다"고 사기혐의로 강병규를 고소했다.

사기에 대한 법정 공방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배우 이병헌과의 악연도 시작됐다.

강병규는 2009년 11월 이병헌과 그의 지인에게 접근해 이병헌의 전 여자친구 권 씨와의 사생활을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협박하며 합의금을 요구했다. 이것이 미수에 그치자 손해배상 고소장을 접수한 뒤 고소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강병규는 지금까지 공판에서 한결같이 "권 씨의 사정이 딱해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줬을 뿐, 공모한 적은 없다"고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강병규가 이병헌과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점, 만남 장소에 나가 만남을 지켜봤을 뿐 아니라 대화 내용을 보고 받았다는 점, 모 호텔 객실에서 공모가 이뤄졌는데 이 객실 예약과 노트북 대여가 모두 강병규의 이름으로 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모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이병헌이 출연했던 KBS '아이리스' 촬영장에 찾아가 폭행을 한 혐의까지 받았다. 이는 앞서 고소된 공갈협박 혐의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아이리스'의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가 "권 씨의 배후는 강병규다"고 말했다는 소문이 났고, 강병규가 이를 항의하기 위해 촬영장에 방문했다가 몸싸움이 벌어진 것.

강병규는 당시 "몸싸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9일 선고를 앞두고 폭행 피해자와 합의가 진행됐지만, 재판부는 "공갈협박과 폭행 모두 집행유예 기간에 벌어진 사건인 만큼 징역1년, 집행유예 3년이란 원심의 판결은 과하거나 가볍지 않다"고 항소를 기각했다.

이병헌과의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항소심을 진행하는 와중에 검찰은 강병규가 트위터에 이병헌을 언급한 내용을 문제 삼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강병규는 지난 5월 7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강병규는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사실 직시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항소심을 진행했지만 재판부는 "변태 거짓말종결자 등의 표현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부분이며 '조만간 임신 소식이 들릴 것'과 같은 내용도 구체성이 있는 사실 적시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6년째 법적 공방이 이어지면서 강병규는 방송인으로서의 명예는 물론 재산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2010년 KBS는 강병규에게 출연금지 처분을 내렸고, 도박으로 13억 원을 탕진하면서 집까지 경매로 넘어갔다.

강병규는 1심 선고 직전까지 종합편성채널 스포츠방송에 출연하며 재기 의사를 불태웠지만, 실형을 선고받으면 이 역시 물거품이 됐다. 항소심을 통해 원심보다 형량이 6월 줄어든 1년이 됐지만, 여전히 구속 수감 중인 만큼 강병규의 방송인으로서의 활약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컷뉴스/국제신문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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