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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한일 신 실크로드 <13> 통신사 일본 길을 따라가다 ②

통신사가 써준 액자, 먹었던 요리 전시 등 곳곳에 옛 발자취

  • 정세윤 기자 spica@kookje.co.kr
  •  |   입력 : 2013-08-05 19:27:39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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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영빈관인 대조루에서 바라본 앞 바다 풍경. 1711년 통신사에서 이곳을 방문한 종사관 이방언은 일본 제일의 경치라고 찬사를 보냈다.
부산시교육청과 부산문화재단의 공동 주관으로 부산의 청소년들은 일본에서 조선통신사의 흔적을 쫓으며 많은 것을 되새겼다. 한국 청소년이 이번에 찾은 시모카마가리와 도모노우라는 일본 세토 나이카이(세토 내해)에 있다. 이들 지역은 쓰시마까지만 간 제12회째를 제외하고는 조선통신사들이 모두 기항한 곳이다.

■정성을 다해 접대한 시모카마가리

시모카마가리는 겨울에도 따뜻해 밀감이 많이 생산되고, 해초를 넣어 만든 소금이 특산물인 작은 섬마을이다. 썰물 때는 수심이 얕아 이곳에 배를 대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히로시마 번주는 통신사를 위해 접안시설인 간키(계단식 선착장)를 만들었다. 선착장을 만든 번주의 이름인 후쿠시마 도리요리의 이름을 따 후쿠시마 나가간키라고 부른다. 옛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직도 당시 만든 나가간키가 남아 있다.

   
조선통신사 선박이 접안했던 계단식 선착장 간키.
통신사 선박은 정사선, 부사선 등 모두 6척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시모카마가리에 도착하기 전 각 번에서 제공한 일본배가 조선배 1척당 4척씩 배정돼 사방을 둘러싸고 길을 인도했다. 일본은 통신사선을 끌기 위한 예인선도 준비했으며, 이 밖에도 안내선과 물품을 나르는 배 등 동원된 배만 수백 척에 이르렀다.

500여 명에 이르는 통신사 일행을 접대하기 위한 이 작은 섬의 노력은 필사적이었다. 통신사들이 좋아했다고 하는 꿩 요리를 신선하게 대접하기 위해 꿩을 생포해오도록 하고 꿩이 잘 잡히지 않자 나중에는 막대한 돈을 주고 꿩을 샀다고 한다. 섬마을이라 부족한 물은 배 100여 척을 동원해 육지에서 길어오기도 했다.

이곳의 통신사 자료관인 고치소이치반칸에서는 통신사를 위해 접대한 요리를 복원해 전시하고 있다. 삼사에게는 아침과 저녁에 7·5·3 요리가 나왔고 점심 때는 5·5·3 요리가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요리는 실제로는 먹지 않는 의식용 요리였다. 실제 요리는 3종류의 국과 15가지 음식으로 된 것이다. 또 정(正)이라고 쓰인 깃발을 휘날리는 통신사 정사 선박을 모형으로 복원해 놓았다. 통신사가 시모카마가리에 도착해 행렬하는 모습도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개발-보존 갈등 겪는 도모노우라

   
조선통신사 자료관에 모형으로 복원되어 있는 통신사 행렬.
도모노우라는 세토 나이카이 서쪽 끝인 시모노세키에서 직선거리로 220㎞, 동쪽 끝인 오사카까지 210㎞ 떨어진 중간 지역이다. 큰 배가 접안할 수 있는 항구가 많이 없는 세토 나이카이에서 도모노우라는 만조 때 수심이 5m가 넘는 천혜의 항구였고 상업이 발달해 간키도 잘 정비되어 있었다. 일종의 등대 역할을 하는 조야토도 설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현재의 간키와 조야토는 1859년에 개수됐다.

통신사의 숙소 역할을 한 것은 후쿠젠지라는 절이었다. 일본 측은 이곳에 영빈관을 지어 삼사 등의 숙소로 이용하게 했다. 영빈관은 앞바다에 작은 섬들이 떠 있고 저 멀리에는 시코쿠가 보이는 특별한 경치를 자랑한다. 1711년 통신사 종사관 이방언은 이를 일동제일형승(日東第一形勝·일본에서 최고의 경치)이라는 말로 찬사를 보냈다. 이방언의 글과 조금도 다르지 않게 목각한 액자가 걸려 있었다. 1748년 통신사에서는 명필이던 홍경해가 가로 길이 2m에 이르는 큰 종이를 준비해 대조루(對潮樓)라는 이름을 영빈관에 지어주었다. 이 글 또한 묵적을 선명하게 남기며 대조루에 걸려 있다.

   
일종의 등대 역할을 하는 조야토. 정세윤 기자
17세기 말에 지어진 대조루는 흰개미 피해에다 노후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었다. 그래서 1990년에 2년 계획으로 해체 수리 작업이 이뤄졌다. 비용이 1억 엔에 달했으며, 히로시마현과 후쿠야마시는 규정에 따라 7500만 엔을 부담했지만 나머지 2500만 엔의 비용부담 문제가 대두됐다. 결국 도모노우라 주민이 모금활동을 벌이고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으로부터 상당한 액수를 원조 받아 1992년 4월에 완공식이 열렸다.

도모노우라는 지금 차량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좁은 도로 때문에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바다를 매립하고 다리를 놓자는 것이 개발론 진영의 주장이다. 보전론자들은 통신사 유적 등을 포함한 많은 유적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 히로쯔 타다오 쿠레시 부시장

- "조선통신사 행렬재현 시민축제 매년 11월 개최"

   
조선통신사가 세토 나이카이에 들어선 뒤 가장 먼저 기항한 시모카마가리는 지금 행정구역상 히로시마현 쿠레시에 속한다. 시모카마가리는 통신사 접대에 지극한 정성을 다한 곳이다. 쿠레시 부시장인 히로쯔 타다오(67·사진) 씨를 만나 통신사가 이 지역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물었다.

-쿠레시에 조선통신사의 의미는.

▶쿠레시는 예전부터 산지가 많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역이었다. 정부의 지방정책에 의해 조선업이 들어서면서 사정이 나아졌지만, 역사적으로 유명한 지역은 없었다. 쿠레시가 시모카마가리를 편입함에 따라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지역을 가지게 됐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보물과 같은 지역이다.

-통신사를 위한 시의 조치와 앞으로의 계획은.

▶통신사 행렬을 재현하기 위한 축제를 매년 11월에 열고 있다. 이전에는 시모카마가리 지역만의 축제였지만, 이제는 쿠레시 전체의 축제가 되었다. 시모카마가리가 낙후된 지역이다 보니 통신사 행렬의 필수인 가마 행렬을 위한 가마꾼을 구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쿠레시의 젊은이들이 나서 가마를 메고 있다.

-통신사를 유네스코 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쿠레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쿠레시의 입장에서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통신사 내방 당시의 물품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있는 것의 대부분은 현대에 와서 다시 만든 것이다. 통신사의 배를 대기 위한 간키 등이 남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 그래도 기록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세계기록유산에 먼저 등재해 놓으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환경운동가 마쯔이 히데코 씨

- 벼랑 위 생활 … 애니 '벼랑 위의 포뇨' 실제 모델

   
일본의 애니메이션 명장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도모노우라에서 환경메시지를 담은 작품 '벼랑 위의 포뇨'를 구상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이곳의 환경운동가에게서 영감을 얻고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포뇨'의 실제 모델로 삼았는데, 바로 마쯔이 히데코(63·사진) 씨다. 마쯔이 씨는 실제로 벼랑 위에 있는 집에 살고 있다.

-도모노우라의 환경 보전 운동에 나선 이유는.

▶다리 건설 계획이 나왔을 때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엄마의 입장에서 좋은 마을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었기에 환경을 파괴하는 이 계획이 도모노우라에 결코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한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개발 계획을 반대했다.

-미야자키 감독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미야자키 감독이 2004년에 이곳으로 여행을 왔다. 당시 내가 속해 있는 NPO(Non-Profit Organization·비영리단체)에서 안내를 맡게 되었다. 이곳에서 집을 빌렸는데 내가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읽고난 뒤 전달했다. 3개월 동안 머무르고 떠났지만, 이후에도 몇 번씩 왕래하며 '벼랑위의 포뇨'를 구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시모카마가리·도모노우라=정세윤 기자


※공동기획: 부산문화재단, 조선통신사학회, 국제신문

※협찬: 한국수력원자력(주)고리원자력본부, YK Steel(주)

※후원: 누네빛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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