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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가거가(巨歌巨街)가 뜬다 <9> 역사와 문화의 결합

대청로 따라 산재한 근현대 유산 … 스토리텔링 옷 입혀 가꾸고 보전하자

문화행동, 다시 그리는 부산 문화역사지도

  • 국제신문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13-07-31 19:30:38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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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수도관서 수미르 구간
- 박물관만 총 6개 달하는 등
- 근현대사 반나절 여행 가능
- 옛 한은 활용땐 순풍 돛달듯

- 20세기 초중반 문화도 가득
- 활용도 높지만 대부분 방치
- 답사 투어 코스별 운영 필요
- 지자체 재정적 지원도 시급

부산은 근현대사의 보고다. 6·25전쟁 기간 임시수도 역할을 하면서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부산으로 집결했다. 그리고 그 중심이 바로 거가거가(巨歌巨街·Great Song Great Street)였으며 거가거가의 핵심인 동아대 부민캠퍼스 내 동아대 박물관은 임시수도 정부청사였고 임시수도기념관은 이승만 대통령이 생활했던 경무대였다. 이처럼 훌륭한 유산을 보유하고도 그동안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제 거가거가의 부활과 함께 근현대 유산도 찬란한 빛을 볼 때가 왔다.

■근현대사의 보고…박물관 세상

   
거가거가의 명소를 안내하는 표지판.
놀라운 것이 있다. 임시수도기념관에서 수미르공원까지 1600여 m에 달하는 거가거가 주위로 포진한 박물관을 살펴보면 동아대 박물관, 부산 근대역사관, 임시수도기념관, 백산기념관, 40계단 문화관, 세관박물관 등 6개에 달한다. 이 중 동아대 박물관은 건물 자체가 근현대사의 유산이고 다른 5곳은 모두 근현대사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박물관의 중심을 잡고 있는 동아대 박물관은 지난해 관람객이 4만3701명에 달했을 만큼 인기가 높다. 국보 2점을 포함해 보물 11점, 부산시 유형문화재 20점 등 3만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어 이제는 시민박물관으로 우뚝 섰다. 특히 박물관 건물은 1925년에 지어져 등록문화재 41호로 지정돼 있으며 6·25전쟁 기간에는 정부 청사로 사용됐다. 각종 영화의 단골 배경으로 등장해 건물 자체만으로도 유명하다.

동아대 박물관 인근에 있는 임시수도기념관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피란 시절 모습이 재현돼 있다. 또 6·25전쟁 시절 피란민들의 다양한 유물이 전시돼 있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부산 근대역사관은 1929년 건립돼 일제강점기 수탈기구인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으로 사용되다 1949년부터 미국 문화원으로 간판을 바꿨다. 1982년 대학생들의 방화사건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시민의 끊임없는 반환요구로 1999년 대한민국 정부가 인수했다. 리모델링을 거쳐 2003년 근대역사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백산기념관은 독립운동가 백산 안희제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1995년 백산상회를 세운 자리에 만들었으며 안희제 선생의 유품과 독립운동 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부산본부세관 내에 있는 세관박물관은 부산항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40계단 문화관은 관광 코스로 인기가 높다. 박물관 관계자들은 "한 지역에 이렇게 많은 박물관이 밀집해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근현대사를 반나절 만에 모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대청로"라고 거가거가의 역사적인 중요성을 한 마디로 압축했다.

박물관 거리의 화룡점정은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이다. 부산시가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은행 건물은 소극장과 화폐박물관, 근현대사 아카이브 센터, 왜관 재현 등 종합적인 용도로 활용이 가능해 거가거가 조성에 필수적이다. 다르게 말하면 공연예술 극장과 박물관, 교육시설 등으로 이용할 수 있어 문화역사의 핵심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역사와 관광 유산을 답사 코스로

박물관뿐만 아니다. 거가거가에는 부산의 상징 중 하나인 용두산공원이 버티고 있으며 부평시장과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시장이 1년 내내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여기에다 책방골목과 1934년 준공돼 부산시 기념물 51호로 지정된 부산기상관측소, 1924년 건립된 것으로 알려진 대한성공회 부산주교좌성당이 거가거가에 자리 잡고 있다. 한때 국내의 모든 책이 출간된 인쇄골목도 거가거가에 인접해 있고 거가거가의 끝 수미르공원 인근에는 부산본부세관이 있으며 1953년 대화재로 소실된 부산역 옛터 역시 가깝다. 부평시장 내와 거가거가 곳곳에 일본식 주택들이 아직 남아 있어 근현대 유산으로 보전 가치가 높다. 또 영도다리도 거가거가의 영역에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한다. 거가거가의 한계는 이들 문화역사 유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구나 인천이 근현대 유산 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비해 부산은 보물을 가지고도 이용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현재 부산 근대역사관과 부산시, 중구 등에서 산발적으로 답사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 투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코스도 제각각이다. 또 거가거가 주위에 포진한 각 기관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답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실행하고 있으나 재정적인 지원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답사 투어를 정착시키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핵심 역할을 할 기관을 중심으로 전문가들이 참여해 흩어진 답사 투어를 코스별로 정리하고 상시 운영해야 한다. 재정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전이다. 부산은 그동안 근현대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개발 논리에 밀려 상당한 유산을 잃었다. 앞으로는 남아 있는 유산을 보전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부산에서도 도시생활사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거가거가는 도시생활사 연구에 꼭 필요한 지역이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스토리텔링의 옷을 입힌다면 거가거가의 부활은 멀지 않을 것이다.


# 임시수도 상징거리 조성… '거가거가' 탄력

- 시, 2019년까지 290여억 투입
- 북항 오페라하우스와 연계땐
- 원도심 새 관광명소로 탈바꿈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바라본 대청로.

거가거가(GSGS) 조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대청로 임시수도 상징 거리' 조성 때문이다. 시는 늦어도 2019년까지 최대 290여억 원을 쏟아부어 대청로 전체 1600m 구간을 임시 수도 상징 거리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근대역사관과 백산기념관 인근 300m에 대해 먼저 사업을 시행한다. 내년 2월까지 용역을 마친 뒤 2년 동안 최대 80억 원을 투입해 예술인들의 쉼터인 용두산 아트힐을 만들고 주변 도로 정비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한다.

이 사업과 거가거가 조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대청로 임시수도 상징 거리 조성은 문화와 역사적인 면에서 거가거가 조성과 공간적인 부분부터 담을 내용까지 일치한다. 이로 인해 문화재 분야에서는 "임시수도 상징거리는 원도심 대청로를 살릴 수 있는 거대한 계획이다. 단순히 거리 정비 등에 치중하지 말고 거가거가처럼 문화와 역사를 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면 대청로와 거가거가는 부산의 문화, 역사 중심지로 부활할 수 있다"는 시각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시는 현재 진행 중인 용역에 거가거가 부분까지 포함하는 새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거가거가의 미래를 밝히는 것은 북항 재개발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북항 재개발 현장을 둘러보며 깊은 관심을 표명한 데다 2단계 조기 착공 건의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방문 후 허남식 부산시장은 "북항 오페라 하우스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북항 재개발이 완료되면 부산의 지도가 달라지고 재개발 지역은 부산의 새로운 명소가 돼 시민과 관광객의 방문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북항 재개발 지역과 인접한 거가거가를 문화와 역사적인 거리로 조성한다면 북항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을 모두 끌어들일 수 있다. 이 같은 미래는 원도심을 살릴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결국 거가거가 부활은 몰락한 부산의 옛 문화역사 중심지를 되살려 부산의 미래 상징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취재후원: 동아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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