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미술협회가 주최한 제39회 부산미술대전 공모전 입상작을 장기간 전시하는 부산시립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 기간도 7~8월 열려… 기획전시 축소
- 미협 "을숙도로 옮기는 방안 검토"

부산시립미술관이 매년 부산미술대전 전시실로 사용되면서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대미술 등 수준 높은 기획전을 선보여야 할 시립미술관이 연간 40여 일을 유료로 운영되는 특정 단체의 대관 공간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시민의 눈총이 따갑다.

지난 27일 오후 부산시립미술관 2, 3층 전관(해운대구 우동)은 기증전시실 한 곳을 제외하고 부산미술협회(부산미협) 주최의 부산미술대전 입상작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수채화, 서양화, 서예 등 장르별 입선 이상 작품 683점(전체 출품작 1301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올해로 39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지난 19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진행 중이다. 전시 준비를 위한 기간까지 합하면 대관 일정은 모두 40여 일.

부산문화회관과 시민회관 등에서 열리던 부산미술대전은 시립미술관이 들어선 1999년부터 이곳으로 옮겼다. 문제는 부산미술대전이 열리면서 마땅히 선보여야 할 시립미술관의 기획전시가 축소된다는 데 있다.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인데도 '대량 방출식'의 공모전 작품이 전관을 차지해 관람객의 현대미술 향유 기회를 앗아갔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 중견 미술인은 "시립미술관이 친목단체인 부산미협의 전용 전시장이냐"면서 "국내외 관광객이 해운대로 몰리는 7, 8월에 미술대전이 열리고 있어 마치 부산의 대표 전시처럼 비칠까 봐 속상하다"고 말했다.

부산미술대전은 신인 작가 발굴과 미술 인구 저변 확대를 위한다는 취지로 전국 공모로 열리는 부산미협 최대의 행사다. 초기에는 실력 있는 작가의 등용문 역할을 했지만, 공모전의 권위가 떨어진 지금은 이 논리마저 힘을 잃었다. 부산미협의 한 관계자도 "시립미술관의 역할을 빼앗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 볼 수 있게 한다고는 하지만 상투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소재와 기법의 작품들로는 시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미술대전은 무료로 운영되는 시립미술관 전시와 달리 입장료(성인 4000원, 학생 2500원)까지 지급해야 돼 관람객의 원성을 사고 있다. 부산미협은 시립미술관 무료 대관에 미술대전 지원금(5000만 원)을 부산시에서 받고 있으면서도 '유료 입장'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경기도를 비롯한 광역시인 인천, 대전, 광주에서는 미술대전 입장료가 무료이며, 울산은 일반 2000원, 학생 1000원을 받는다. 전시공간도 광주비엔날레관, 대구문화예술회관, 울산문화예술회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 지역 미협 관계자들은 "무료 대관에 시의 지원금까지 받는데 유료 입장은 어렵다. 출품료와 자체 회비 등으로 충당한다"고 밝혔다. 인천미협은 회비와 출품료 등으로 대관료 등 모든 경비를 지급하고 있으며, 대전미협은 지역 대학과 기업을 상대로 후원금을 받아 부족한 경비를 메우고 있다. 반면 부산미협은 출품료(4만~6만 원)와 입장료 등으로 연간 1억4000여만 원을 벌고 있고, 이 중 수천만 원을 협회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

부산미협 박태원 기획위원장은 "내부에서도 충분히 공감하는 문제다. 오는 2015년 비엔날레전용관이 을숙도에 들어서면 거기로 옮기는 방안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