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일본에서 온 손님 5명과 함께 지난 15일부터 한 주간을 보냈다. 짚 공예 등 새끼줄 꼬기에 사용될 '볏짚추리기'를 한 이 기간 약간은 어둠의 시간이었다.
우리 어르신은 그 일의 내용이 5분이면 될 것이라고 하였다. 어릴 적부터 해 온 방식의 타성에 젖은 어르신의 작업은 볏짚을 들고 털털 털어버리면 되는 단순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본에서 온 그들은 전문가들이라며 분야별 전담하는 이가 오전 4시간 내내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먼저 볏짚을 한 줌을 쥐고 일정 높이에서 밑동을 두 손으로 잡아들고 바닥에 5~6회를 내리쳐 가지런히 하고 탈곡기의 중간 부분을 볏짚의 밑동부터 털어 내기 시작했다. 다시 볏짚을 앞과 뒤를 돌려 이삭(수냉) 부분을 탈곡기 위에 어느 위치에 놓고 어느 정도의 양이 되면 원하는 위치로 옮겨야 하는 내용을 교육했다.
우리 어르신들은 '대충의 감'이 있었다. 반면 그들은 원리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였던 것이고 기록하는 것이 생활에 배여 있었고 그를 실천했다. 결과는 일본식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양반 문화나 궁중 문화만 남아 있고 민중의 문화가 없고 서민의 일상에의 각 일에 관한 세세하고 정확한 기록문화가 없다. 그래서 지금도 사회 전반에서는 물론 관에서도 우리 민속에 관심이나 가치를 높게 두지 않고 외래문화에 더 많은 관심 있는 것 같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문화가 어둠의 시간이고 어둠의 역사가 아니던가?
사람들의 욕구는 다양해지고 있다. 관광패턴도 다양하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부산관광 개발의 다양성을 파악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부산관광의 다양성은 우리 지역의 콘텐츠 개발로 가능할 수도 있다. 콘텐츠는 '부산적'이어야 한다. 부산의 역사, 민속, 가상 소재, 상징, 유·무형의 미래 가치도 콘텐츠에 들어갈 수 있다. 그 범주를 매우 좁게 제한하여도 종류는 수만 가지가 될 수 있다. 좁은 예로 유적지 게임 개발 상품, 동래향교 체험관광, 수영야류 공연 상품 역사 탐방도 있다. 특히 요즈음에 등장하는 것이 어둠의 관광'(Dark tourism)이고 이에 속하는 사거관광(Thanatoutism)이 있다. 사거관광은 어두운 역사를 관광 상품화한 것이다. 이러한 예는 많은 관광객이 쇄도하는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서대문 형무소가 이에 해당한다.
부산의 어둠에 대한 것 중 치욕적인 것보다는 다른 관점에서 하나만 짚어본다. 부산의 위치는 과거는 물론 미래에도 군사적으로 우리나라 최전방이다. 1853년 7월 8일 필모어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지닌 페리 제독은 사스크에한나호를 앞세워 일본 우라가항(도쿄)에 도착해 개항을 요구했다. 당시 어둠 속에서 잠자고 있었던 일본은 이듬해 3월 31일 미국과 '가나가와조약'을 체결, 하코다테와 시모다를 개항하고 미국에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다. 일본은 215년 만에 쇄국을 포기한 것이다. 이에 일본은 1887년 청의 북양함대와 소련의 태평양함대를 대비한 해안포의 중요성을 각성했다. 1922년 일본은 해안포 전략에 따라 일본과 부산에 포대건설을 계획하였고 1924년에 공사해 1930년 현재의 용호동 장자산에 대마도와 마주하는 포대를 구축했다. 이 대포의 사거리 30㎞ 최대 사거리 35㎞이며 구경이 405㎜, 포탄의 무게가 1t이다. 포신 길이는 18.2m.
이 정도 위치와 규모의 크기이면 관광 자원화가 가능하다. 복원은 거대한 포의 재료는 비싸지 않아도 되는 나무나 플라스틱, 황동 등도 무방하다. 옆에는 또 다른 상징이 필요할지 모른다. 원형보다 더 큰 것으로 일본 극우(아베)의 생각을 꽈배기 꼬아놓은 것과 같은 대포의 포신을 말한다.
어두운 과거에 관해 미래 세대에게 전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관광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고 역사를 교육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찮은 것에 편견과 무관심, 기록하지 않은 것에 우리 스스로 되돌아볼 일이다.
권민수 한국민속문화원 이사장